▲ 본격적인 탐론 단렌즈 라인업의 시작을 알린 SP 35mm F/1.8 Di VC USD

 

탐론은 뛰어난 가성비를 보여준 90mm 마크로 렌즈와 같은 일부 마크로 계열 렌즈를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의 렌즈 라인업을 줌 렌즈로 구성하고 있으며 특히 광범위 줌 렌즈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 최근 2015년을 시작으로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가 단렌즈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SP 35mm F/1.8 Di VC USD는 바로 이러한 탐론의 단렌즈 라인업 정책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린 모델이라 할 수 있다. 한동안 접었던 사진 취미를 다시 꺼내들면서 눈여겨 본 렌즈가 바로 이 렌즈였던 것은 개인적으로 풀프레임 바디에 35mm 단렌즈를 바디캡으로 애용하던 기억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대다수 표준줌렌즈의 광각 영역인 24mm 초점거리가 연출하는 화각과 표준화각에 해당하는 50mm 렌즈의 화각 사이에서 자연스러우면서 쓰기 편한 화각을 보여 주는 35mm 단초점렌즈는 밝은 조리개값을 이용한 배경 흐림도 기대할 수 있어 소위 카페렌즈라 불리기도 한다. 여기에 최대 개방 조리개가 f/1.4 이하로 뛰어난 배경 흐림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일부 35mm 렌즈는 그만큼 가격적인 부담도 크지만, 최대 개방 f/1.8의 조리개값을 지닌 35mm F/1.8 급 렌즈는 상대적으로 가격도 저렴하고 크기와 무게 부담도 적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가장 가성비와 쓰임새가 좋은 단렌즈가 아닐까 생각된다.

 

 

▲ 니콘 마운트를 지원하는 동급 렌즈 중 유일하게 손떨림 방지 기능을 채용해 안정적인 사진 촬영이 가능하다.

 

▲ 탐론의 상위 라인업 렌즈이며 비교적 최근에 출시된 만큼 고화질을 위한 설계와 기능이 적용되어 있다.

 

탐론 SP 35mm F/1.8 Di VC USD 렌즈는 탐론의 퍼포먼스형 고급 렌즈 라인업에 속하기 때문에 글래스몰드 비구면 렌즈, 저분산(LD) 렌즈, 초저분산(XLD) 렌즈 등 고화질 구현을 위한 설계가 적용되어 있다. 무엇보다 니콘 마운트를 지원하는 이 카테고리 단초점 렌즈 중 유일하게 손떨림 방지 기능을 지니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 렌즈와 같이 최대 개방 조리개가 밝은 렌즈는 상대적으로 셔터 속도 확보가 유리하며 망원 계열이 아니기 때문에 요즘과 같이 뛰어난 고감도 성능을 지닌 DSLR 카메라와의 조합이라면 어두운 상황에서도 비교적 안정적인 촬영이 가능하다. 그러나 고감도 성능이 과거에 비해 크게 좋아진 만큼 센서 화소수 또한 크게 늘어났기 때문에 촬영 시 흔들림을 최소화할 수 있는 손떨림 방지(VC) 기능은 없는 것보다 있는 것이 더 유리한 것 또한 사실이다. 또 DSLR을 사용한 동영상 촬영이 일반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손떨림 방지 기능은 보다 안정된 영상을 찍을 수 있는 장점이 된다.

 

초음파 저소음 모터(USD, Ultrasonic Silent Drive)를 사용하여 빠르고도 조용한 AF가 가능하며, 대물 렌즈에 방오 불소코팅(Fluorine Coating)을 적용하고 간이방적구조를 도입하여 다양한 촬영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터프함까지 갖추고 있다는 점 등이 눈에 띈다.

 

 

 

▲ 꽃무늬 후드가 기본 제공되며, 전체적으로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디자인이 돋보인다.

 

예전 탐론 렌즈들은 디자인보다는 가성비 측면에서 사용자들에게 더 높은 평가를 받아 온 것이 사실인데, 최근 선보이는 제품들을 보면 광학적 개선도 개선이지만 디자인에서도 크게 업그레이드되었다는 점이 돋보인다. 이 렌즈 또한 기존 탐론 렌즈 디자인과는 확연하게 차이가 나는 깔끔한 외관에 마운트 부에 적용된 옅은 샴페인 컬러의 루미너스 골드 링으로 포인트를 주는 등 한결 세련된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이 루미너스 골드 링은 이후 출시되고 있는 45mm, 85mm 단렌즈와 최근 출시된 10-24mm F/3.5-4.5 Di II VC HLD 렌즈에도 적용되고 있어 탐론 렌즈의 새로운 디자인 아이덴티티로 자리 잡고 있는 느낌이다.

 

 

▲ 풀프레임치고 아담한 사이즈의 D750과의 조합에서도 좋은 밸런스를 보여 준다.
 

 

▲ 최대 개방에서도 상당한 화질을 보여주며, 한 스탑 정도만 조여 줘도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기대할 수 있다.

 

과거 꽤 오랜 시간 애용했던 35mm 단렌즈는 니콘 유저라면 익숙한 AF NIKKOR 35mm F2D 렌즈였다. 꽤 오래 된 렌즈지만 니코르 특유의 외관과 바디 모터를 이용해 기계적으로 돌아가는 AF가 주는 감성, 작고 가벼운 본체, 게다가 부담 없이 만날 수 있는 비용으로도 꽤 괜찮은 느낌의 결과물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천만화소대 풀프레임 바디에서 뛰어난 가성비를 보여주던 이 35.2D를 3,600만 화소의 D800에 물리는 순간 그 한계가 그대로 드러나는 경험을 한 이후, 렌즈 자체가 가지는 퍼포먼스의 중요함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탐론 SP 35mm F/1.8 Di VC USD 렌즈의 전문적인 리뷰를 찾아보면 최대 개방에서도 뛰어난 해상력을 보여 주는 것을 알 수 있다. 간단한 테스트를 통해서도 이러한 성능을 쉽게 짐작해 볼 수 있었다. 최대 개방 조리개인 f/1.8에서도 중앙부는 물론 주변부까지 고르게 상당한 수준의 해상력을 보여주고 있으며, 한 스탑(f/1.8부터 시작하므로 f/2.8은 정확하게는 1과 1/3 스탑에 해당) 정도만 조여 줘도 최상의 화질을 기대할 수 있게 해준다. 특히 주변부까지 고르게 유지되는 화질이 인상적이라는 느낌이다.

 

 

 

 

▲ 9개의 원형 조리개가 보여 주는 빛 갈라짐은 f/8.0 이상부터 확실하게 나타난다.

 

9개의 원형 조리개는 위치상 비대칭이기 때문에 야간 촬영에서 점 형태의 광원을 만나면 18개의 빛 갈라짐을 연출한다. 빛 갈라짐이 렌즈 성능을 절대적으로 대변하는 요소는 아니지만, 선명하고 멋지게 나타나는 빛 갈라짐을 지닌 렌즈는 야경 촬영에서 특히 효과적일 수 있기 때문에 선호하는 사진가들이 많다. 탐론 SP 35mm F/1.8 Di VC USD 렌즈는 f/8.0 이상부터 확실한 빛 갈라짐을 보여주는데, 빛 갈라짐에 특화된 존재감을 보여주는 일부 렌즈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단렌즈답게 양호한 빛 갈라짐을 보여준다.

 

 

▲ 원형 조리개를 채용했기 때문에 조리개값이 달라져도 빛망울 형태가 잘 유지가 된다.

 

원형 조리개를 가진 밝은 렌즈의 특징 중 하나가 크고 부드러운 빛망울 효과를 잘 연출한다는 점이다. 야간과 같이 특정 광원이 부각되는 조건에서 이러한 빛망울은 배경 흐림와 함께 감각적인 사진을 연출하는데 효과적이라 할 수 있으며, 주간에서는 피사체를 돋보이게 하는 아름다운 배경 흐림을 연출할 수 있는 근간이 된다. 탐론 SP 35mm F/1.8 Di VC USD 렌즈는 위 테스트에서 보듯 원형의 특징이 잘 드러나는 부드러운 빛망울을 잘 보여준다.

 

 

 

 

조리개값이 밝은 단렌즈의 장점 중 하나는 낮은 심도를 활용한 배경 흐림 효과 연출이 용이하다는 것이다. 사진에서 낮은 심도를 연출하기 위해서는 조리개값과 초점거리, 피사체와의 거리, 센서 판형 등 여러 조건이 작용하기는 하지만 광학적으로 밝은 조리개값을 지닌 렌즈가 배경 흐림에 유리한 것은 부지불명의 사실이다.

 

35mm 렌즈는 초점거리 측면에서 50mm 이상 망원계열 렌즈에 비해 피사체를 확실하게 배경과 분리하는 효과 측면에서는 불리하지만, 일상에서 부담 없이 사용하며 자연스러운 사진을 연출하기에는 상당히 유리한 화각이라 할 수 있다. 탐론 SP 35mm F/1.8 Di VC USD 렌즈는 최단 촬영거리가 20cm에 불과하기 때문에 근접 촬영에 대한 융통성도 좋아 활용하기에 따라 피사체와 배경까지 적절히 균형 있게 담아내면서 배경흐림 효과도 얻을 수 있는 재미있는 단렌즈라 생각된다.

 

 

35mm 단렌즈가 소위 카페렌즈라 불리는 이유는 테이블에 마주 앉은 정도의 거리에서 인물 사진을 배경과 함께 담아내기에 적합한 화각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의외로 여행용으로 풍경과 스냅 촬영에도 꽤 쓸 만하다는 생각이다. 보통 풍경을 담기에는 광각이 유리한 것이 사실이지만 35mm 초점거리의 자연스러운 화각은 광각렌즈에 비해 부담 없는 담백한 풍경을 담아내기에 적당하다.
 

 

 

이런 저런 이유로 사진 생활을 접은 후 5년 만에 다시 카메라를 잡은 터라 렌즈에 대한 가벼운 느낌을 정리해 보는 정도로 리뷰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가장 근접한 경쟁상대라 볼 수 있는 니콘 AF-S NIKKOR 35mm F1.8G ED 렌즈는 온라인 최저가 기준으로 약 10여만원 더 저렴한 가격을 보이지만 손떨림 방지 기능 적용 여부와 디자인 등에서 가격 차이에 대한 설득력이 생긴다. 또 최대 개방 조리개 f/1.4의 강력한 매력을 지닌 SIGMA Ⓐ 35mm F1.4 DG HSM 렌즈는 역시 손떨림 방지 기능이 없고 무게가 약 100g 이상 무겁다는 점, 그리고 가격이 약 10만원 비싸다는 점에서 고민이 생긴다.

 

카메라와 렌즈는 어차피 사용하는 사람의 능력과 목적에 따라 만족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이 제품이 낫다고 이야기하기 어렵지만, 부담 없이 일상에서의 순간과 추억을 담을 수 있는 단렌즈라는 조건을 놓고 보면 탐론 SP 35mm F/1.8 Di VC USD 렌즈는 그 가치가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이 사용기에 사용된 샘플사진은 모두 RAW로 촬영하고 후보정이 적용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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