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선주와의 대화
너 뭐야?
왜 내 앞을 서성대며
이리 저리 훑어 보는거야
이빨도 다 빠지고
몸뚱아리도 썩어 문드러져서
내가 우스워 보여?
아님
날 동정이라도 하려는 거냐?
웃기는 소리 하지말어
나 이래 봬도
거잠포를 주름잡던 놈이야
이거 왜이래
이동네 놈들 치고
내 허리춤 신세를 안 진 놈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격량 속에서도
내가 그 놈들 배를 잘 지켜준 덕분에
많은 놈들 먹고 살게 해 주었어
그런데
지금 이모양이 되어
하염없이 바다만 바라보고 서 있자니
내 신세가 처량하긴 하구나
이젠 늙었다고
어느 놈 하나
나를 거들떠 보지도 않는구나
난 아직 꼿꼿하다구
네 놈들처럼
구부정 해 가지고
축 쳐져 살지 않아
나 아직 멀쩡하다구
이놈들아
* 계선주는 배를 묶어두는 기둥을 말합니다
회원정보
아이디 : bujamiso
닉네임 : 부자미소
포인트 : 418424 점
레 벨 : 골드회원(레벨 : 5)
가입일 : 2010-03-22 22:18
포토앨범보기 쪽지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