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xus 6P | 4.67mm | ISO-112 | F2.0 | 1/60s | 0.00 EV | Auto WB | 2017-07-01 11:07:33
2017년 3월, 아마도 저는 그 달을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2년 6개월동안 잘 살던 집에서 부당하게 쫒겨나기 직전,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저항의 의미로 우리각시와 작은 전시를 열었거든요.
원래 있던 짐들과 가구들을 다 빼고 벽에 그 흔적을 남겨놓았습니다.
옛 WG 멤버들 사진을 모아 소금에 묻었습니다.
중요했지만 이젠 더 이상 쓸모없게 된 서류들을 다 분쇄했습니다.
그렇게 정든 집을 떠나, 또 다른 소중한 집을 얻었습니다.
다행히 지금은 그 때보다 더 행복하게 잘 살고 있습니다.
갑자기 집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건, 문득 저의 오래된 카메라가 꼭 그 집을 닮은 것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시간이라는 절대자는 출시 당시 최고의 미러리스였던 이 카메라를 초라하게 만들어놓고는, 제게 그를 떠날 것을 강요합니다.
2013년 초봄부터 이어진 우리의 인연을, 그 절대자가 끊어내려 합니다.
이제는 여기저기 번들거리고 뒤쪽 가죽도 다 떨어진 채 가끔 오작동을 내는 나의 낡은 카메라.
녀석은 여전히 2400만화소라는 꽤 괜찮은 스펙과 유려한 디자인을 갖고 있습니다만, 엄청나게 흔들리는 동영상 결과물 때문에 저는 요즘 심각한 고민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5축손떨방에 디자인도 아름다운 pen-F, 혹은 20만원이면 구할 수 있는 가성비 최고의 e-p5...
불행히도 저는 그저 돈없는 유학생일 뿐이라, 남들처럼 쉽게 기변할 처지는 아니라는 것이 문제였지요.
Nexus 6P | 4.67mm | ISO-127 | F2.0 | 1/100s | 0.00 EV | Auto WB | 2017-07-01 10:55:42
가끔은 수동렌즈로, 또 가끔은 자동렌즈로. 저는 몽글몽글한 보케가 참 좋습니다.
그래서일까요... 2002년 이후로 지금까지 꽤 많은 수동렌즈들을 써봤습니다.
넥스-7 이 녀석에겐 타쿠마 50mm f1.4, 헬리오스 58mm f2.0, 코시논 50mm f1.8, 그리고 주피터-8 50mm f2.0를 물려봤네요.
지금 남아있는 건 주피터-8 뿐이지만요. 아무래도 미러리스의 경박단소의 미덕을 해치지 않는 유일한 m39 렌즈인 까닭이겠지요.
비록 최소초점거리가 무려 1미터나 될 뿐만 아니라 최대개방에서 엄청나게 소프트하지만, 쉽게 못버리겠더라구요.
예전에 장터에도 내놓아봤지만 아무도 둘러보지 않더군요.
카셀, 아마 모르시는 분들이 더 많을 이 작은 도시에서 순수미술을 공부합니다. 벌써 내년이면 졸업이네요.
한국에선 조각을 전공하고 대학졸업 후엔 사진작가였던 제가, 여기서는 코스튬을 만들어 영상작업을 합니다.
재미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하시고, 또 어떤 분들은 멋지다고 하십니다.
뭐, 저야 끌리는 대로 살 뿐입니다. 스스로도 제 삶이 그리 순탄해 보이진 않네요. ㅎㅎㅎ
올해는 원없이 전시를 보며 돌아다녔습니다.
2017년엔 스위스 바젤아트페어, 독일 카셀도큐멘타, 독일 뮌스터조각프로젝트, 이탈리아 베니스비엔날레가 열렸습니다.
사실 이렇게 겹치기도 쉽진 않지요. 베니스비엔날레는 2년에 한번, 카셀도큐멘타는 5년 에 한번, 뮌스터조각프로젝트는 무려10년에 한번 열리기 때문입니다.
특히 올 해 베니스에선 비엔날레 기간에 맞추어 데미안 허스트의 개인전도 볼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작가입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전 풍경보단 인물을 더 담아온 것 같습니다.
제 눈엔 사람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피사체가 아닌가 싶습니다.
눈빛이나 몸짓, 혹은 실루엣으로 드러나는 그 사람의 감정을 카메라에 오롯이 담아내는 순간이야말로,
그 어떤 대화만큼이나 진솔한 시간이 아닐까요.
그래서인지 여행을 가서도 장대한 풍경을 광각으로 담는 것보다 그 곳의 사람들을 더 많이 찍어온 것 같습니다.
원래부터 풍경에 큰 관심이 없다보니 넓은 화각의 렌즈도 거의 산 적이 없었고, 그러다보니 이런 현상도 더 심해지는 것 같긴 합니다.
하지만 요즘엔 동영상 촬영 때문에 16-50 번들렌즈가 땡기더군요.
하록선장[소윤아빠_NX20]사실 저도 예전에 삼성으로 기변할까 고민한 적이 있었어요. NX30 이었는데, 제 눈엔 왜그리도 매력적이던지요! 소윤아빠님 닉네임을 보니 여전히 삼성바디에 대한 애정이 많이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댓글 정말 고마워요... 사람. 맞아요... 지금까진 그게 제 결론이에요.2017-11-25 14:46
네모세상소중한 사용기 정말 감사드립니다.
사진과 일상... 그리고 소소한 이야기들이 NEX-7은 이미 한 가족이었음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그래서 떠나보내기도 아쉬우실 듯. 저도 추억이 담긴 카메라들은 소중히 간직하고 있거든요.
새로만나게 될 짐벌이 새생명을 불어넣을 것 같네요.^^2017-11-28 12:02
하록선장[네모세상]고마워요!!! 아직은 돈을 많이 쓰기가 좀 어려워서, 저렴한 5만원짜리 짐벌을 샀어요. 아마 2-3일 내에 배송이 될거래요. 네, 이미 넥스7에 정을 너무 많이 줬네요. 아직 2400만화소도 쓸만하구요. (여행 첫 3장은 네모세상님이 보내주셨던 걸로 찍은 겁니다 ^^)2017-11-28 12:28
참깨바한작품한작품 보면서 가슴속으로 몬가 오네요 사소한 것을 특별한 것으로 만드는 모 그런거~~ 또한 낡은 장비가 뿜어내는 멋진 사진들 ~~역시 장비는 거들뿐 이란걸 다시 한번 느낌니다~ 저는 프로란 의미가 돈을 많이 벌기 보단 자기만의 세계를 가지고 그것을 해석하거나 표현하는자로 생각 합니다~~ 좋은 작품들 감상하게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2017-11-29 13:33
하록선장[㉿버스]제 기준엔 넥스5r이나 넥스5t 급이면 충분히 좋은 기기인 것 같아요. 게다가 알파 6***대와 5***대로
나뉘어 있는 현재 라인들, 예전 디자인만 못한 것 같아 더 정이 안가더라구요. ㅎㅎㅎ
사진 좋게 봐주셔서 고마워요. 버스님도 오늘 하루 즐겁게 보내시길요!2017-12-19 16:03
레모니사진이라는건 때론 핸드폰으로 찍어도 , 그 순간의미묘한 감정 때문에 훨씬 좋은 사진이 되기도 하는데(나에게/개인에게) 그런데 저랑 전혀 관계없는 사진이 이렇게도 좋게 느껴지는건... 어..?! 진짜 옛날 카메라인데 나보다 좋은 사진이... 저런환경에서 저렇게 찍혀?? .. 마음으로는 압니다.. 사진기는 도구일뿐을.. 제 실력 감추기 위해, 대충 찍어도 좋은 화질 감상하기 위해 더 좋은 장비 구하고 싶어지는거.. 여튼 참 좋습니다.. 사진 그리고 글 그리고 댓글들이.2018-02-21 22:11
하록선장[레모니]사진과 글 뿐 아니라 여러 회원님들과 엮어나간 댓글까지 사랑해주셔서 고마워요. 저도 조금씩 쌓여가는 댓글들을 보며 마음을 다잡곤 하거든요... 레모니님의 이 댓글도 제게 소중한 기억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오늘 하루도 행복하세요... 독일에서 하록선장 드림2018-02-24 02:13
회원정보
아이디 : headroad***
닉네임 : 소윤아빠_NX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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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5-05-11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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