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바야흐로 새로운 밀레니엄을 앞둔 과거의 어느 시점입니다..
만 3년이 넘는 연애 끝에 골인한 신혼부부였음에도
연애와 결혼은 별개인지라..
여러가지로 티격태격하며 서로 맞춰가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집사람이 밥상을 차린지 몇 번 안됐을 때일 겁니다.
제가 직장에서 늦게 퇴근을 해서 처음으로 혼자 상을 받은 것이죠..
밥상에 된장국을 내왔더군요.
좀 짠 듯 하고.. 한강에 오리배 떠 있듯 건더기가 드문드문 보이는...
하... 맛도 비주얼도.. 무엇 하나 제대로이지 않은.. (ㅡ.ㅜ ;;
신혼인지라.. 오래 직장생활만 하던 여인네의 음식 솜씨를 타박하면 미래가 암울할 수 있기에
전 아무말 없이 밥을 퍼서 말았습니다.
그리고 맛있다는 듯 보이기 위해 열심히 퍼먹었습니다.
한그릇을 뚝딱 비우고 밝게 웃으며
'맛있게 잘 먹었어'라고 멘트를 날렸습니다.
자신이 차린 저녁을 맛있게 먹어주는 신랑을
사랑 가득한 눈길로, 감격에 겨워 바라봐 주는 여인네를 기대하며 말입니다.
그러나
나름 새색시였던 울 마느님의 표정은
제 예상과 정 반대로 급격하고, 극심하게, 매우 어둡더군요..
말 없이 그릇을 치우는 모습이 뭔가 심상치 않았습니다..
조심스레 다가가 왜 그러냐고 물었습니다..
한참을 말이 없던 그녀의 입에서 나온 한마디..
"그거 찌개야.."
"찌개에다 그렇게 밥을 마는 사람이 어딨어?" (ㅡ,,ㅡ ;;
OTL..
제가요.. 된장찌개 없이는 식사를 않으시는 경상도 남자인 아버지가 계셔서..
된장찌개 하나만은 무지하게 먹어봤습니다. 그런데...
그런 맛과 비주얼을 가진 음식을 된장 "찌개"라고는 상상도 못했지 말입니다.
그래도 "찌개면 어떻고, 국이면 어때? 맛있게 먹었으면 그만이지..."하고 넘어갔습니다만..
한동안 저희집 밥상에서 된장 찌개? 국? 이런 걸 구경도 못했더랬습니다.
그 대타가 김치찌개였습니다.. ㅋㅋㅋ
밑에 김치찌개 레시피 보다보니
한동안 끊임없이 올라오던 김치찌개가 생각이 났습니다.
그럼에도 아직도 마느님이 해주시는 김치찌개 좋아하는거 보면 한국사람이면 당연히 좋아하는 것인가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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