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공부하고 있다는 것은 말씀 드린 적 있는데,
뭘 공부하는 지에 대해서는 이야기 하지 않았죠.
아직 시험을 본 게 아니라 밝히긴 뭐하지만,
10 여년 전 느꼈던 감정과 비슷한 느낌으로 하는 공부라
그 기억을 더듬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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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전역하신 분들은 태권도에 대한 추억이 다들 있으실 겁니다.
단증이 없는 사람은 단증을 취득하기 위해...
단증이 있는 사람은 각 소대 조교를 하던가, 무단자들 대신해서 작업이나 근무를 나가거나...
그런 기억들이 다들 있으실 겁니다.
자대배치를 받고 난 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
태권도 승단심사를 위한 교육이 시작되었고,
저는 "태권도 포기 병사"로 분류되어서
그냥 얼차려만 받다 오고 했습니다.
딱히 저도 단증을 따겠다는 의지도 없었고,
소대는 물론, 중대장님까지도
"어쩔 수 없이 시키는" 그런 병사였죠.
혹시 생각나신 분들이 있나 모르겠지만,
육군 승단심사는 총 4가지를 봅니다.
기본 6개 동작, 연속발차기, 태극 8품새, 겨루기...
심사관은 우선 기본 6개동작에서 한번 걸러내고,
연속발차기에서 또 한번...
8품새에서 또 한번...
그리고 겨루기 한 후 심사종료
그런 순서로 진행되는데,
첫 심사때는 기본 6개 동작에서 떨어졌죠.
ㅎㅎㅎ
두번째 심사는 일병 때 봤는데,
내심 "혹시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고
어찌어찌 겨루기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떨어졌죠, 당연히...ㅍㅍㅍㅍ
상병때는,
내무반 뒤에서 후임 유단자들의 형식적인 교육을 받았습니다.
너무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일중의 "예우"였죠.
당연히 탈락...
제가 근무하던 부대는
중대 전 부대원의 80%가 유단자면 평가에 통과하는 시스템이었는데,
제가 병장때는 이미 부대의 목표가 달성이 된 상태이고...
병장 무단자는 저 포함 3명 정도밖에 없어서
제가 따고 안따고는 부대에서도 큰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저한테 열심히 하라는 이야기도 없었구요.
근데...
아무도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으니 심심하더군요.
그래서 이등병, 일병들이랑 품새외우기 놀이를 했습니다.
놀이를 하는 동안에는 "이걸 왜 하고 있지? 승단할 것도 아닌데..."
뭐 그런 생각이었습니다.
뭔가 춤동작 배우듯이 품새외우기 놀이를 하고,그렇게 승단심사를 봤습니다.
군생활 마지막 승단심사는 지나갔습니다.
2주쯤 있다가, 중대장님께 불려갑니다.
딱히 사고 친 적이 없는데, 부르니까 이상한 생각이 들더군요.
조용히 중대장실로 들어오라더니, 어떻게 된 일인가 물어 보시더군요.
어떻게 네가 승단을 하냐고...
그렇게 군 전역 1개월을 남겨두고
실제 단증을 수령받게 됩니다...ㅎㅎㅎ
위로단증(전역 앞둔 병사에게 이라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당시 병장 무단자 중에 저만 승단했다는 것을 봐서는
군 기준으로 승단 기준에 들어간 것 같더군요.
그 때 느낀 것이...
"나라는 사람은 압박 받으면, 할 수 있는 일도 못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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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하는 공부에 대해,
나중에 제가 정리해서 올린 글을 보시면
"그런 무모한 행동을 왜 했는가?" 생각 하실수도 있지만,
뭔가 "인생의 중간평가"가 필요하다고 해서
10년 전의 그 공부를 1달 여 다시 해 보았습니다.
그냥...
10년 전에 열심히 살았나
돌아보고 싶더군요...ㅎㅎㅎ
6월 18일이면,
10년 전 제 인생에 대한
중간평가의 결과가 나오겠죠.
ㅍㅍ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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