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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1세대 대학생 시절을 보냈던 사람의 경험담

QueeNni | 09-06 12:39 | 조회수 : 814 | 추천 : 6

아래 다롱님의 짧은 글을 보고

문득 생각나는 것들이 있어서 적어 봅니다.

이런저런 경험의 이야기입니다.


............................................................


제가 대학에 입학했던 1998년에는 참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굳이 설명 드리지 않아도, 다들 어렵게 살았습니다.

IMF때 집안이 망했다든지, 가족이 뿔뿔이 흩어졌다든지...

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그 당시의 많은 분들의 이야기이기도 했구요.


대학도 큰 혼란의 시기를 겪었죠.

90년대 중반까지의 학생운동 세력과, 2000년대 이후의 등록금 투쟁 세력간의 반목과 갈등이 있었고...

사회로 나가지 못한 학부생들로 인해 대학원은 포화상태에 이르렀죠.


딱 그 시기부터였습니다.

대학교 1학년부터 취업을 위한 스펙쌓기라는 개념이 나온...

공대를 나오면 당연히 기사자격증과 토익 몇점은 필수였던

그런 시기...


학부과정 동안에는 다섯가지 선택의 기로에 놓였습니다.

대기업이나 공사로의 취업, 대학원 진학 후 석박사 타이틀로 취업, 공무원 시험, 반수 및 재수, 자퇴 후 사업 등...

평점 4.00을 넘기기 위해 재수강 및 3수강을 불사하는 친구들도 있었고

각종 시험으로 인해 학원가에서 공부하는 친구들도 있었고

소리소문 없이 사라진 친구들도 있었죠.



그렇게 한 명... 두 명... 살길을 찾아가고

최후에는 저 하나 밖에 안남은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그들이 취업에 목매는 시간에,

낭만 찾고, 시국의 아픔 찾고, 술독에 빠지고... 하다가

그렇게 막차시간에 다다른거죠...


학자금 대출금 상환기간은 다가오고, 나이는 30대에 가까워지고

그래서 선택한 미취업자 재교육 과정...

교육이 끝날 즈음, 어찌어찌 들어간 벤처기업...


그렇게 사회생활이 시작되었고,

3번의 이직을 통해 현재의 직장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사회생활 7년차네요.


제 급여를 계산해보니, 딱 최저임금 수준이더군요.

오르지도 않고, 내리지도 않고...

정규직 타이틀 달고 있는 것 만으로 감사히 여겨야 할 정도죠.


꽤나 공부를 잘해서 대기업이나 공사를 간 친구들도

이제 회사 다닐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한숨들 쉬고 있구요.

아직도 사회의 구성원이 되지 못한 친구도 있구요.



그리고... 어디나 그렇듯이...

사고로, 불치병으로, 갑자기, 스스로...

세상을 등진 친구들도 있구요.



저는 노력이 부족해서 지금 이렇게 살고 있다는 것 인정합니다.

시험도 많이 떨어졌고, 자격증 숫자도 적고, 영어 점수도 낮았으니까요.


하지만

학창시절 내내 했던 수많은 알바들에 치어

내 나름 열심히 살았어도 열심히 산 게 아니게 된

제 자신에게

"넌 노력이 부족했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최근에 어떤 분과 식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 분도 나름 "사회적 활동"을 많이 하셨던 분인데

그 분의 입에서 "청년실업의 원인은 청년 자신들의 노력 부족"이라는 말씀을 듣고

충격받았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할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 분 자제분들은 소위 명문대 다니고 미래가 보장된 전문직 종사자로 성장했으니까요.



요즘은 그런 생각을 해 봅니다.

"20대 때 좀 더 약삭빠르게 살 걸 그랬다.

주위의 기대를 다 충족시키려다 보니, 결국 나만 이렇게 남겨졌다."




어느 30대 후반... 작은 회사에 다니는 소시민의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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