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따금 웹 상에
5~6000원하는 보기 좋아 뵈는 음식사진이 올라 옵니다.
지역은 대게 서울 외각 혹은 지방이지요.
사람들은 탄성을 자아내며 추천과 댓글을 올립니다.
그리고 거기가 어디냐고 묻지요...


만일 서울, 특히 중심가의 경우
저렴한 비용에 훌륭한 식사를 제공한다?
저는 우선 의심부터 듭니다.

식재료는 물론이고 임대료, 공과금, 인건비 등
도저히 이윤을 낼 수 없는 구조니까요. 건물주가 자선사업으로 운영하지 않는 이상
도저히 버틸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무조건적으로 찬양만 하죠...

반면에 한식 한 끼에 1만원 이상하면 반응이 차갑습니다.
심지어 아유와 비판도 받게 되지요. 거나하게 차린 한정식이 아닌 이상
일반 백반의 경우 그러할 겁니다.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할 때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백반 한 상이 그리 만만치 않다 생각합니다.
집에서 제대로 한 끼 차리려면 식당에서 사 먹는 것 보다
훨씬 돈이 많이 드는데요. 바꿔 말하면 제대로 재료를 쓰면
일반적인 식당 백반 가격 6000~7000원으론 불가능하단 겁니다.

그렇다면 이 가격은 어떻게 가능할지는 뻔한 거죠.
임대료, 인건비, 공과금은 어쩔 수 없으니 재료에서 빠집니다.
떨어지는 재료 대신 자극적인 양념이 들어갈 테고요.

특히 백종원 레시피가 유행한 이후로
안 그래도 자극적인 음식이 더욱 달고, 맵고, 짜졌습니다.
심각할 정도로요. 특히 국물요리일수록 염도가 높습니다.
만일 미지근하게 국물을 식혀 먹는다면 고역일 겁니다. 지나치게 짜고 맵고 다니까요...
그래서 팔팔 끓는 상태로 내어 서빙하고, 계속 끓여먹을 수 있도록 불판을 제공하죠.
또 반주로 소주를 즐겨 먹는데요. 소주가 혀의 감각을 둔하게 합니다.




수 년전부터 일부지역 (특히 강남지역)
정갈한 백반 한상이 트렌드가 되었습니다.
아침에 도정한 쌀로 지은 밥, 좋은 재료로 만든 반찬 서너가지
담백하게 끓여낸 국을 한 상에 깔끔하게 차려냅니다. 가격은 9,900원.
여기에 굴비구이, 고갈비, 소불고기 등의 일품요리가 추가되면 가격은 15,000원으로 뜁니다.

혹자는 비싸다고 생각하겠지요.
물론 비싼 가격 맞습니다. 상대적이죠..
하지만 싼게 비지떡이란 말처럼 제대로 된 음식엔 비용을 지불해야만 합니다.
비싼덴 이유 없어도 싼덴 이유가 있기 마련이죠. 싸고 좋은 건 애시당초 불가능합니다.

식당 업주들이 바보라서 싸고 저렴한 품질의 음식만을 팔지는 않을 겁니다.
제대로 값을 받자니 사람들이 안 사먹기 때문이죠. 현실적으로요...
일부 지역에서나 9900원짜리 백반이 통하지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쪽박 찰 겁니다.


근본적인 문제는 경제규모에 걸맞지 않은
지나치게 저렴한 최저임금과 비대해진 임대료의 불균형 때문입니다.
소비자는 1시간 일 해도 제대로 된 백반 한끼 못 사 먹고
업주는 1달내내 뼈 빠지게 일해도 임대료 내면 남는 게 없지요.

다 대기업, 건물주, 유통업자에 짜 맞추어진 경제시스템 때문은 아닐지 생각합니다.
만일 최저임금이 1만원이 되고, 임대료가 현재의 70%로 내려 간다면...
그리고 각종 서비스 요금을 적정수준으로 올려 받는다면...

모두가 행복한 사회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면 자영업자도 이익을 낼 수 있고
소비자도 제대로 된 밥을 먹을 수 있고
결과적으로 한국경제가 살아 나는 거죠.

다만 기존에 흡혈귀처럼 빨아먹던 부류의 이득만 조금(?) 줄어들 뿐이죠.
사회구조를 정상으로 되 돌릴 필요가 있습니다.  
국민끼리 싸울 때가 아니라 진정한 적은 따로 있을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