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주최하는 자원봉사 수기공모전에 응모한 자원봉사 수기입니다.
여러해 동안 사진 봉사활동을 하다보니 이런 경우도 다수 만나게 됩니다.
추억으로 남겨진 한 장의 사진
“그렇게 사진 찍는 것을 싫어하시던 분이 자기 영정사진을 미리 찍어 놓았다니 믿어지지가 않아요” 이제 막 삼우제를 지내고 남겨진 할아버지의 유품을 정리하던 할머니는 믿어지지 않았던 상중의 일들을 상기시키며 복지사 선생님을 찾아왔습니다.
광부로 살아왔던 그 오랜 세월 동안에도 회사동료들과 적당히 술로 붉어진 얼굴로 찍었던 단체 사진 말고는 변변한 사진 한 장 남겨두지 않았던 어르신이십니다. “내가 들어가 있는 사진을 보면 내가 아닌 것 같고 쑥스럽기만 해서 영 사진 찍는 것이 내키지 않아” 하시던 모습이 불과 어제 그제 일처럼 눈앞에 선하시다는 할머님의 말씀이십니다.
사실 의아스럽기는 복지사 선생님도 마찬가지셨습니다. 16년이 넘는 병원에서의 시간동안 여러 번 진규폐환자분들을 위한 장수기원사진 촬영을 권해드렸음에도 매번 “나는 다른 건 몰라도 사진 찍는 건 정말 익숙해지지 않아”라며 극구 사양하시던 할아버지셨습니다.
그러던 할아버지가 어느 날 복지사 선생님을 직접 찾아와서 장수기원사진을 찍겠다고 하시니 복지사 선생님은 걱정 반 의아심 반의 여러 질문을 드렸고 할아버지는 “이제 나도 남에게 내어 보일 사진 한 장 찍어둬야 되지 않겠어” 그래서 심사숙고 끝에 찾아 왔노라며 허허 웃어 보이셨다고 합니다.
언제나 다름없이 아침저녁으로 혈색 좋은 얼굴로 운동도 열심히 하시고 식사도 규칙적으로 잘 하시던 할아버지는 액자에 담긴 본인의 웃음 띈 사진을 보시며 무척 즐거워하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몇 주가 지난 어느 날 편안한 얼굴로 주무시다가 귀천 하셨다고 합니다. 머리맡에는 그 웃음띈 영정사진을 소중히 올려놓으신 채로...
할아버지의 임종 소식을 들은 먼 곳에 사는 가족들은 미리 담아놓지 못했던 영정사진을 걱정하며 고향으로 달려왔다고 합니다. 그러나 할아버지의 병상 머리맡에 소중하게 올려놓은 할아버지의 영정사진을 보며 가족들은 모두 놀라워하셨고 영정사진을 마주한 할머니는 “나는 이제 편안하게 잘 지내고 있어” “이젠 숨도 편안하게 쉴 수 있고” “힘들게 오르내리던 계단과 언덕을 걷는 것도 이제 마음껏 다닐 수 있어 그러니까 당신도 이제 내 걱정 그만 접고 편안하게 살아도 되” 라고 할머니를 위로해 주시는 듯 하였다고 합니다.
바쁜 일상으로 각자의 삶에 바쁘던 가족들도 자주 찾아뵙지 못했던 죄책감과 미안함으로 가득하던 마음을 병상의 윗 편에 올려져 가족들을 기다리고 계시던 할아버지의 웃는 모습으로 크나큰 위로를 받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오랜 시간동안 사진이라는 공동의 관심사를 가지고 고민하고 즐거워하던 우리 봉사단의 많은 사람들도 이런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내가 즐거워서 하는 취미라 나도 즐겁지만 이런 취미로 다른 많은 분들에게 새로움과 즐거움과 감동을 함께 나눌 수 있다면 사진을 하는 사람으로서 이보다 더 큰 보람은 없을 것이라고”
돌아가시는 발걸음과 함께 할머니는 이런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할배가 큰 맘 먹고 나에게 사진 한 장 남겨 준거야” “그 무뚝뚝하던 할배가 평생 사진 한 장 찍기 싫어하던 할배가 저렇게 활짝 웃어 나에게 마지막 선물로 사진 한 장 남겨 준거야” 이런 이야기를 전해 듣던 우리들도 장수기원사진을 담으러 오셨던 할아버지의 모습과 할머니의 애틋한 표정과 이야기에 눈물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삶은 누구에게나 공평하여 여행처럼 잠시 다녀가는 것이 인생이라고도 합니다. 우리가 이런 짧은 삶을 살면서 내가 즐거운 일을 하며 다른 이에게 조금이라도 이런 즐거움과 감동을 나눠 줄 수만 있다면 그런 행동이 가지는 의미는 그 어떤 것보다 보람 있는 일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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