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리꽃 - 김남극
뒷산 산길 넘어가니 횃댓보 펼친 듯 싸리밭이다
싸리꽃 한창이다
어찌 보면 올망졸망한 새끼들 단 여윈 어미 같아
산자락 끝에 어둠이 걸리기만 해도 대궁이 흔들거리고
또 어찌 보면 젖멍울 만져질 듯한 기집애 같기도 하여
이파리 헤치면 분홍 속살이 살짝 비치기도 한다
저 꽃들 한 3년 피었다 지면
마을 길에 널린 사나운 생각 쓸어낼 빗자루를 맬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마음에 청태가 낀 아이들 불러 모아 개울가로 몰고 갈 회초리가 될 것 같기도 하여
오래 서서 싸리꽃 바라보다가
또 한참씩 오르내리며 싸리밭을 뒤적거린다
꽃잎이 무성하여 가렸던 오래된 길 보인다
그 길로 싸리 한 짐 지고 내려오니 날이 저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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