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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자동 BGM] 꽃비

빛을싣는수레™ | 04-09 17:42 | 조회수 : 1,669 | 추천 : 1

           꽃비    /정연복


머나먼 하늘에서부터
오는 게 아니다

기껏해야 몇 미터의
높이에서 내린다.

두어 시간쯤
계속해 오는 것도 아니다

한순간 하늘하늘
허공에 날리면 그뿐.

그런데 그런데도
참 이상하다

점점이 내리는 비에
내 가슴이 흠뻑 젖는다.

 

 

꽃비 / 정연복

 


며칠 만발했던
벚나무에서

 

오늘은 사르르
꽃비 내린다

 

하얀 눈송이같이
춤추며 떨어지는 잎들.

 

단 며칠 살아서도
그리도 밝고 눈부시더니

 

지면서 떠나면서
더욱더 아름답구나

 

허공을 가벼이 나는
꽃이여.

 

 

꽃비 / 정연복

 

 

하늘은 맑고
햇살 따스한데

 

꿈결인 듯 내 눈앞에서
내리는 비에

 

바삐 가던
발걸음 멈추었네.

 

소리는 없고
모양과 빛깔만으로

 

허공에 잠시 맴돌다
대지에 내려앉는

 

꽃비여 아름답고도
슬픈 꽃비여.

 

작년처럼 올해도
딱 며칠만 세상에 머물다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양
조용히 떠나가는

 

몸은 작지만 영혼은 깊은 꽃
벚꽃이여.

 

 

 

 

벚꽃 핀 술잔 / 함성호

마셔, 너 같은 년 처음 봐

이년아 치마 좀 내리고, 말끝마다

그렇지 않아요? 라는 말 좀 그만 해

내가 왜 화대 내고 네년 시중을 들어야 하는지

나도 한시름 덜려고 와서는 이게 무슨 봉변이야

미친년

나도 생이 슬퍼서 우는 놈이야

니가 작부ㄴ지 내가 작부ㄴ지

술이나 쳐봐, 아까부터 자꾸 흐드러진 꽃잎만 술잔에 그득해

귀찮아 죽겠어, 입가에 묻은 꽃잎이나 털고 말해

아무 아픔도 없이 우리 그냥 위만 버렸으면

꽃 다 지면 툭툭 털고 일어나게

니는 니가 좀 따라 마셔

잔 비면 눈 똑바로 뜨고 쳐다보지 말고

술보다 독한 게 인생이라고?

뽕짝 같은 소리 하고 앉아 있네

술이나 쳐

또 봄이잖니

 


- 시집『너무 아름다운 병』(문학과지성사,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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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억자판기
    봄느낌 가득한 사진과 음악 감사히 즐감합니다... ^^
    2021-04-10 14:11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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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빛을싣는수레™
    감성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모든 분들에게 봄의 축복이 함께하길...
    2021-04-10 19:25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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