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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과학자는 성직자같은 마음 필요\"

버들고양이 | 10-24 07:13 | 조회수 : 470 | 추천 : 6

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가 최근의 심정의 일단을 솔직하게 드러냈다.

황 교수는 한국이 주빈국인 2005프랑크푸르트국제도서전의 주빈국 행사의 일환으로 지난 22일 독일 마인츠시(市)에서 열린 'IT/BT 아이디어 포럼'에 참석했다.

황 교수는 프랑크푸르트도서전 주빈국 조직위원회와 독일 프리드리히 나우만 재단이 공동 주최한 포럼에 앞서 잠시 짬을 내 연합뉴스와 단독으로 만났다.

황 교수는 포럼에서 '줄기세포 연구 전망'이란 주제로 기조 발제를 하고 참석자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진 뒤 곧바로 한국으로 돌아갔다.

다음은 일문일답.

--근황은.

▲이미 확립된 환자맞춤형 줄기세포를 이용해 전 세계 연구팀과 함께 특정 세포로의 분화기전을 연구하고 있고, 그 결과가 나오는대로 동물 안전성 실험을 해볼 생각이다.

--한국이 스템셀 분야서 주도적 역할을 하게 된 토양은.

▲한국인 특유의 은근과 끈기, 섬세함을 꼽을 수 있다. 하루 이틀에 형성된 특성이 아니고 오랜 역사와 전통, 문화의 토양에서 빚어진 하나의 특성이다. 이런 복합적 기질을 바탕으로 스템셀 연구에서 우리 연구진들이 국내외에서 두각 나타내고 있다. 한국인의 이런 특성은 앞으로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견된다. 토플러는 '미래에는 한국이 IT와 BT기술이 융합된 21세기형 신경제모델의 창조국이 될 것이다'라고 했다. 이런 한국인의 민족적 토양이 유감없이 발휘될 것으로 본다.

--요즘 어떤 책 읽었나.

▲요즘엔 책을 못 읽는다.

--과거에 읽은 책은.

▲'성채'를 두 번 정도 봤다. 시골서 자란 청년 의사가 사회적 성장과 함께 과욕에 의해 좌절을 겪는 과정이 나온다. 거기서 나름의 교훈을 찾고자 노력했다. 우리는 사회적으로 화려한 직업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실험실에 갇혀 살아야 하는 고독한 직업군으로 분류되는 것이 당연하다. 어떤 측면에선 성직자와 유사한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할 것 같다. 법정스님의 에세이집은 7∼8차례 읽었다. 이중 불교적 콘텐츠 '새들이 떠난 숲은 적막하다'는 문장에 나타난 의미뿐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철학적 맛이 곱씹어 볼 수록 가치가 있는 작품이다.

--과학과 문학의 공통 지향점은.

▲결국 지향점은 같지 않을까? 인간의 삶의 질 향상이 아니겠는가. 그것이 결국 공통의 목표일 것이다. 문학은 정신적 넉넉함과 글을 통한 사고의 풍부함, 안정적 삶의 바탕, 이것이 문학이 추구하고자 하는 숭고한 목표일 것이다. 반면 과학은 형이상학적, 사회학적 측면보다 겉으로 나타나는 자연의 현상을 인간에서 유리한 방향으로 잘 이끌고 통제해 인간 삶의 질 향상의 도구로 이용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과학자로서 소명은.

▲나에겐 하나의 시대적 사명이 있다. 그것은 숭고한 자기 희생을 바탕으로 우리 연구팀에 이미 동참했거나 앞으로도 참여하고자 하는 의지 강한 우리 과학자들의 심부름 역할을 잘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그들이 올바른 방향으로 연구를 진척시켜, 어쩌면 단군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라 할 수 있는 우리의 현 과학이 진정 전 세계 인류로부터 칭송과 찬사를 받을 만한 가치 있는 과학 걸작품을 탄생시키도록 봉사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봉사자로서 능력의 한계를 최근엔 절감한다. 50대 중반이고, 새로운 경향과 심오한 학문적 바탕이 필요한 봉사자로서 더 이상 할 수 있는 역할에 한계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적절한 시점에 훌륭한 리더가 될 분 안팎에서 자청해주면 그분께 이제는 바통을 넘겨야 될 때가 가깝지 않았나 싶다.

--향후 연구방향은.

▲우리의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다. 내가 우려하는 것은 우리가 활발히 연구하고 있다는 사실이 일반에 알려지는 것까지야 환자들에게 희망과 미래를 준다는 측면에서 긍정적 효과가 될 수 있지만, 지나친 기대는 더 큰 실망을 낳을 수 있어 부담이 된다.

실용화 단계까지 가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 강이 너무 많다. 관련기술을 규명해야 할 사안도 너무 많고, 안전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난한 과정이 있다. 잡음이 날 수밖에 없다.

이를 완전 해결하기 위해선 적잖은 시일이 필요하다. 그런 과정을 하나 하나 밟아나가야 되는 것이 우리 앞에 놓인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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