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정보'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아직도 있나. 음악은 많은 저작권자들이 피 땀흘려 만든 '상품'이다. 정보 공유 정신이나 정보 격차와 연결짓지 말라. 포털들은 저작권 침해 수단으로 사업적 가치를 높이려는 기본적인 인식부터 확 바꿔라" - 윤성우 한국음원제작협회 본부장"음반을 사지 않았다고 흥얼거리지 말라는 법은 없다. 기본적인 정보 향유 행태를 저작권이란 잣대로 명확히 가를 수 있나. 새로운 수익모델을 마련하지 않으면 안타깝지만 망할 수밖에 없다. 앞서가는 기술을 잡아당겨서까지 막을 셈인가" - 김영흥 함께하는 시민행동 사무국장
25일 오후 삼성동 섬유센터서 열린 '디지털콘텐츠 저작권 분쟁의 합리적인 해결을 위한 공청회'에는 디지털 콘텐츠 저작권을 둘러싼 이해 당사자들의 날카로운 신경전이 계속됐다.
"포털·P2P 등 매개자의 책임 커"'디지털 콘텐츠 저작권 분쟁 및 합리적 해결 방안'이란 주제로 토론에 나선 운성우 한국음원제작자협회 본부장은 "온라인에서의 음원 불법 이용은 포털이나 P2P 등 매개자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한다"며 "일부 저작권 단속 대행업체들은 이용자들에 대한 단속도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공세에 나섰다.
오용준 만화저작권보호협의회 담당자는 "포털에 대해 많은 불만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만화 업체들의) 규모가 작아 큰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포탈사업자의 면책조항을 부각시켜놓은 저작권법 27조와 77조를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번에 뾰족한 방법 나올 순 없어"이에 대해 김지연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실장은 "권리자, 이용자, 중간 유통자 3자 사이에 '규칙'이 완벽히 형성되어 있지 않은 상태다"며 반박에 나섰다. 김지연 실장은 "사실 현재도 저작권자의 권리를 그렇게 약하게 보호하고 있는 것 같지 않다"며 "OSP(Online Service Provider, 포털 등)들은 지난해부터 저작권 워킹 그룹 만들고 사업자의 책임과 역할을 제고하기 위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고 맞섰다.
그는 "특히 저작권자들과 양해각서를 맺고 지속적인 대화 채널을 유지할 뿐만 아니라 인터넷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만화캠페인도 진행하고 있다"며 "단 한번에 뾰족한 방법이 나오길 기대하긴 어렵지만 당사자들이 서로 신뢰를 쌓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영홍 함께하는 시민행동 사무국장도 저작권자들의 주장을 "이해할 수 없다"며 맞대응 했다. 김영홍 사무국장은 "네티즌들이 현재 보는 정보가 공짜라고 생각해 본 적이 한번도 없다"며 "우리가 PC를 구입하고 인터넷에 접속하며 배너 광고를 보는 모든 과정이 비용 지출의 연속"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을 보호할 만한 명확한 방안을 서로 제시해보라"는 사회자의 요청에 대해서도 관계자들은 상반된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필터링 기술 마련" "일괄 적용 무리"윤성우 음원제작자협회 본부장은 "포털들이 게시판에 불법 음원을 방치하고 있는 것에 대해 적절히 조치해줄 것을 수 차례 요청했지만 결국 지켜지지 않았다"며 "저작권을 적극적으로 막을 수 있는 '필터링 기술' 시급히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김지연 인터넷기업협회 실장은 "저작권 침해 상황은 저작권자가 판단하는 것이지 제 3자가 저작권 상태를 판단하기 매우 힘들다"며 "저작물마다 저작권 상태가 다른데 표준적인 기술을 일괄적으로 적용하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용자들을 직접적으로 법정에 세우는 문제도 토론의 이슈로 떠올랐다.
"'자기 이용권'만 주장하면 합의 안돼"윤성우 본부장은 "저작권 방조범인 포털에 대한 처벌은 정범의 죄를 물은 뒤 명확해 질 것으로 본다"며 "다만 현재로서는 이용자들에 대한 고소는 극도로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잇단 고소 고발에 대해서는 네티즌들에게 충분히 홍보가 됐다고 판단한 뒤 일정 부분 이용자들을 고소한 것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오용준 담당자도 "만화책 한 권을 만들어서 1만권 넘게 팔리는 경우를 거의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경제적으로 힘들다"며 "이에 반해 한 불법 공유 사이트에서만 다운로드 건수가 3만건 이상 되는 것을 보고 황당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용자들이 저작권을 무시하고 '내 이용권만 찾겠다'고 주장하면 결코 합의가 될 수 없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저작권자는 수익 얻는데 서두르지 말라"이에 대해 김흥기 한국싸이버대 교수는 "정보 유통의 패러다임 바뀌면서 사업자들은 저작권 침해 위험에 빠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며 "어떤 방식이든 이용자들이 저작권 침해를 하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고 진단했다. 김흥기 교수는 "다만 P2P 등 불법 공유자들 대부분이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죄를 묻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책임을 묻기 시작하면 '궁극적인 책임'까지 모두 들춰내야 하기 때문에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
김교수는 특히 "이용자들 전체가 동시에 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힘들다"며 "저작권자들은 수익을 얻는데 너무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저작권자들이 물 흐르듯 저작권을 주장할수록 '누수(저작권이 침해되는 곳)'되는 쪽으로 행동이 몰리기 마련이다"며 "저작권 의식이 성숙되면 자연히 새는 곳을 찾아 막으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흥기 교수는 "저작권자들이 불법 공유 때문에 사업에 타격을 받는 것은 분명하다"며 "이용자들에 대한 저작권 교육을 강화하고 손해를 전보해줄 수 있는 '복제 보상금 제도' 등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법과 현실의 괴리가 주원인"이에 앞서 '디지털콘텐츠 관련 최근 저작권 이슈들'이란 제목으로 주제 발표에 나선 최동진 한국콘텐츠산업연합회 실장은 "많은 네티즌들이 이미 '잠재적 범죄자'가 되고 있다"며 "저작권법과 현실의 괴리가 큰 것이 저작권 분쟁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최동진 실장은 "2005년 1월부터 저작인접권자에 대한 전송권을 부여하고, 영화 애니메이션에 대한 저작권 보호 기간을 50년에서 70년으로 연장하는 등 저작권 관련 법규가 개선되고 있지만 아직도 미흡한 부분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IT기술 및 유무선을 통한 스트리밍, 다운로드 등은 디지털 콘텐츠 산업을 발전시키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법제도는 이를 탄력적으로 담아내지 못해 IT서비스의 적법성 판단이 미뤄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비판했다.
"콘텐츠 유통 오프라인서 디지털로 급변"이러한 애매한 상황이 지속되면서 소비문화 급변에 따른 유통 사업자들의 보상 심리까지 얽혀 문제가 더욱 더 심각해졌다. 최실장은 "이미 해외서는 디지털 음악 매출이 2억 2천만달러에서 7억 9천만달러로 3배 이상 증가하는 등 유통구조가 오프라인에서 디지털로 급속히 전환되고 있다"며 "그러나 국내서는 '상생을 모색하자'는 P2P 업체들과 'P2P는 콘텐츠 산업의 독'이라며 맞서는 저작권자들 사이에 대립이 계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동진 실장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단속 위주 저작권 보호정책을 제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단속건수는 지난해보다 6배 증가했지만 네티즌 의식 수준은 여전히 낮다"며 "단속 강화보다는 홍보 및 계몽활동을 통한 근본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콘텐츠 유통 수단으로서 P2P 양성화 추진해야"그는 이 밖에도 "P2P나 커뮤니티 등 음성 유통경로의 양성화 방안을 검토해 콘텐츠 유통 수단으로서 P2P 양성화를 추진할 것" "디지털 콘텐츠의 합법적인 이용을 위한 명확한 가이드 라인을 조속히 마련할 것" "빠른 기술과 느린 법제도 간의 괴리를 최대한 줄일 것" "적대적 관계로 치닫는 저작자, 판매자, 그리고 이용자 사이의 신뢰를 회복할 것" 등을 제안했다.
이미 해외에서는 디지털 저작권과 관련한 치열한 논리 공방이 계속되는 상태다. 미 RIAA도 P2P 이용자들의 제소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미 연방경찰은 지난 9월 캠코더로 영화를 촬영한 미국인을 기소했으며 구글 디지털 도서관도 최근 소송을 당했다. 호주 법원은 P2P 카자(Kazza) 운영자에게 책임을 인정했고, 중국 베이징 법원도 바이두닷컴의 다운로드 기능을 중지할 것을 명령하기도 했다.
국내 상황도 유사하게 전개되고 있다. 저작권 단속 대행업체인 노프리는 지난 8월 네이버 이용자 2707명을 불법음원 유통 혐의로 고소한 바 있으며, 지난 10월에는 다음 커뮤니케이션 사용자 1만여명도 추가 고소했다.
이에 따라 P2P 업계는 고사 위기에 처해 있다. 윈MX, e동키 등 대표적인 P2P 업체들은 이미 저작권자들의 공세 강화에 문을 닫거나 서비스를 중단했다. 특히 영화 등 대용량 파일 교환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3세대 공유 기술들에 대한 제재 조치도 이어질 전망이어서 관련 기술의 심각한 위축이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