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40마지기(8,000평) 벼농사를 지어서 1년에 700만원도 못 번다는 게 말이 됩니까?"
11월 11일은 '농업이 국민경제의 근간임을 국민에게 인식시키고, 농업인의 긍지와 자부심을 고취하기 위해 제정한 법정기념일'이라는 '농업인의 날'이다.
그러나 제과업계가 장삿속으로 만든 '빼빼로 데이'에 치여 이 날이 '농업인의 날'이라는 사실은 국민들의 머리 속에서 거의 잊혀져 가는 듯하다. 내우외환을 맞은 농민들을 위로하겠다며 만든 '농업인의 날'이 수입 밀가루로 만든 '막대기 과자'를 주고받는 이색 기념일에 묻혀버린 것이다.
농민들이 "농사로는 밥먹고 살기 힘들다"면서 원성을 쏟아내고 있다. 도대체 농민들이 얼마나 어려움을 겪고 있기에 농사짓는 농부들이 농사만 지어서는 굶어죽기 십상이라는 넋두리를 토하고 있을까.
현재 4인가구 기준 최저생계비는 113만6,000원(연 1363만2,000원). 그러나 대다수 영세농가들에게 이 최저생계비는 그야말로 '꿈의 액수'와도 같다.
전남 장성군에서 아내와 함께 8,000여평의 논을 경작하는 김모(61)씨. 그가 한 해 생산하는 나락은 40kg 기준으로 500 여 가마. 한 가마 값이 4만2,000원이기 때문에 산술적으로 보면 한 해 2,100만원을 버는 셈이다.
그러나 비료값, 농약대, 인부삯, 기계삯 등을 제하고 손에 쥐는 돈은 700여만원 안팎에 불과하다. 여기에서 다시 농지 임대비를 제하면 순수입은 600여만원밖에 되지 않는다. 한 명이 하루에 1만원도 못버는 셈이다. 이 '푼돈'을 벌어보려고 피땀을 흘려가며 농사를 지어야만 하는 현실이 김씨는 고달프기만 하다.
농사를 짓다보니 먹는 문제야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있다지만 대학교에 다니는 둘째 아들의 교육비만 생각하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도시 사람들이 말하는 문화생활은 남의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그나마 김씨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김씨가 살고 있는 동네에는 20마지기(4,000평) 농사도 못 짓는 사람들이 10가구도 넘는다.
'뼈 빠지게' 농사를 지어도 희망이 보이지 않아서 술독에 빠진 사람들도 많다. 김씨는 "술 때문에 생명을 단축한 사람들이 꽤 된다"면서 "일할 낙이 있어야 술을 안 마시지…"라고 말했다.
쌀 관세화와 수매가 하락이라는 이중고로 고사 직전에 처한 농민들은 길바닥에 나락을 뿌리고 벼포대에 불을 지르면서 살아보겠다는 '마지막 발악'을 하고 있다. 정부는 '농업인의 날'을 맞아 여느 해보다도 다양한 행사를 벌이고 있지만 고달픈 농심(農心)을 달래는 데는 역부족이다.
오는 16일로 예정된 '쌀 관세화 유예협상 비준동의안' 처리와 관련해 350만 농민들이 목숨을 건 단식 투쟁과 쌀 야적 시위를 전국 곳곳에서 벌이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9일 성명서를 내고 "정부와 국회가 쌀협상 국회비준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강행 통과시킨다면 APEC 정상회담을 저지하기 위해 사상 초유의 대농민투쟁을 부산에서 벌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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