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낸 세금으로 신용불량자 빚 갚아준다고? [중앙일보]
“시장원리 역행 … 현 정부도 안 한 일”
인수위 방침에 반발 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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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자금으로 신용불량자들을 구제한다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방침이 역풍을 맞고 있다. 명지대 조동근 교수는 “빚을 안 갚아도 된다는 ‘도적적 해이’를 불러 금융질서를 무너뜨린다”며 “시장논리에 거스르는 일종의 포퓰리즘”이라고 말했다.
인수위는 국민 세금으로 조성한 공적자금으로 기금을 만들어 신용불량자를 구제하겠다는 정책을 3일 내놨다. 개인이 진 빚을 정부가 국민 세금으로 메워 준다는 내용이다. 진보 성향의 노무현 정부 때도 생각하지 못했던 대책이다.
◆“진보 정권보다 더 파격적”=노무현 정부도 여러 차례 신용사면 대책을 내놨다. 2003년 이자 일부 탕감과 만기 연장, 2004년 배드뱅크 설립과 개인회생제도 도입까지 묘안이 속출했다. 2005년에는 신용불량자가 된 극빈자와 영세자영업자 40만 명을 구제하는 ‘3·23 생계형 신용불량자 대책’까지 나왔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까지 나서 “마지막 신불자 구제”라고 못 박기도 했다.
진보 정권이 만든 대책에도 원금 탕감이나 신용불량 기록 삭제는 없었다. 노무현 정부는 개인이 진 빚을 정부가 나서 탕감하지 않고 신용불량 기록도 없애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개인 빚을 정부가 해결해 주면 자본주의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이번에 이명박 당선인 측이 밝힌 신용사면 정책은 노무현 정부 때보다 한 걸음 더 진보 쪽으로 나간 것이다. 개인별로 상환계획을 세우고 이에 따라 공적자금으로 원금을 갚아 주고 이자를 깎아 주겠다는 것이다. 대상은 신용등급 7등급 이하 720만 명 정도다.
기존의 정부 대책과 다른 점은 제도권 금융기관에 빚을 진 사람뿐 아니라 미등록 대부업체에 빚을 진 사람도 구제하겠다는 것이다. 우선적으로 500만원 정도의 빚을 갚지 못해 신용등급이 낮아진 사람부터 구제할 생각이다. 240만 명 정도다. 이들은 금융사와 거래할 수 없어 사채까지 쓸 정도로 신용이 낮다.
기금은 자산관리공사의 부실채권 정리기금 잉여금과 휴면 예금, 생명보험사 상장차익, 정부 보증 등으로 마련할 계획이다. 강만수 인수위 경제1분과 간사는 “자산관리공사와 금감원의 분석에 따르면 6000억원 정도의 기금을 우선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인수위는 이런 신용불량자들의 연체기록을 없애겠다고 했다. 연체기록이 있으면 취업을 할 수 없고, 금융사로부터 대출도 안 돼 재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금융회사로서는 신용이 나쁜 사람을 구별해낼 방법이 없어지는 셈이다.
◆도덕적 해이 우려=이런 새 정부의 신용 사면 방침에 대해 정미화(경제정의실천연합 상임집행위원장) 변호사는 “과거 정부가 농어촌 부채를 탕감한 결과 도덕적 해이만 극심해져 농촌이 자생능력을 잃은 교훈을 잊지 말라”고 말했다.
성신여대 강석훈(경제학과) 교수는 “빚을 갚지 않고 버티면 정부가 알아서 해줄 것이라는 심리가 퍼지면 신용질서가 무너지고 성실히 빚을 갚아온 채무자들과 형평성이 맞지 않아 사회 갈등 요소가 된다”고 지적했다. 2003년 카드사태 때도 정부가 대출 연체자를 구제하자 정상적으로 빚을 갚던 사람들까지 빚 갚는 것을 꺼리는 부작용이 나타났었다.
금융계에서는 “민간 금융사가 갖고 있는 신용불량자 정보를 정부가 앞장서 없애는 것은 금융시장 질서를 뒤흔드는 무리수”라고 반발하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신불자의 연체기록이 삭제되면 신용이 낮은 사람이 대출을 받은 뒤 원리금을 갚지 못해 또 신불자로 전락하고, 덩달아 금융사의 부실도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악순환이 되풀이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논란이 불거지자 4일 인수위 강만수 간사는 “신용불량자에 대한 원금 탕감은 없으며 소액신용 대출은행을 만들어 신불자들이 재기할 수 있도록 돕겠다”며 한 걸음 물러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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