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어렸을 적에는 연을 날리기 위해서는 많은 준비를 해야 했다. 빳빳한 창호지와 얇게 손질한 대나무살 2~3개, 고른 아카시아 나무로 만든 실타래, 튼튼한 나일론 연줄 그리고 약간의 풀을 가지고 거의 반나절은 낑낑대며 하나의 연을 완성했다. 그러면 그때부터 그 연은 연 싸움을 하여 망가지거나 먼 강으로 떨어지지 않는 한, 한두달은 친구처럼 지내며 함께 생활하게 된다. 지금은 그렇게 할 시간적인 여유도 없고 공간도 쉽지는 않은 것 같다. 마음의 여유는 더더욱 없는 것 같고…
"푸른하늘 창조"라는 테마로 30년이 넘게 하늘과 관련된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에이지라는 일본회사가 있다. 환경오염을 최소화하면서 아이들의 꿈과 희망을 키워줄 수 있는 제품으로는 연이 적격인 것 같다. 이 회사에서 판매하는 여러 가지 제품 중에서 가장 손쉽게 가지고 즐길 수 있는 제품 "Earth Kite"를 살펴보자.
지름 8cm의 작은 케이스에 연이 들어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지만 케이스를 여는 순간 "이런 연도 있구나, 그런데 이게 정말 날까?"하는 생각이 든다. 케이스 속에는 그냥 연을 닮은 천과 아이들 손에나 맞을 법한 작은 실패가 들어 있다. 디자인은 에이지의 상품을 디자인을 맡고 있는 아사노 야스히로가 했다. 이걸로는 도저히 닌자가 내려오거나 적진을 관찰할 수 없을 것 같다.
작고 간단한 형태라 차 안, 가방 등에 항상 가지고 다니면서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제품은 손바닥보다 작은 사이즈로 나일론 소재로 되어 있어 바지 뒷주머니에도 쉽게 넣을 수 있다. 컬러는 화려하지만 깔끔해 보이지는 않는다. 아무래도 나일론 소재이고 또 바람만으로도 쉽게 하늘로 날려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색상을 내기가 쉽지 않았던 것 같다.
형태는 어릴 적 주로 가지고 놀았던 마름모꼴의 연보다는 중앙에 구멍이 꿇린 방패연에 가까운 것 같지만 방패연처럼 중앙에 구멍이 나 있지는 않다. 그리고 연을 하늘로 띄우기 위해서는 몸체를 단단하게 지탱해 줄 살이 있어야 하는데 어디를 봐도 살은 없다. 대신 몸체 양쪽으로 천으로 만든 홈이 2개 있는데 이 부분이 살 역할을 대신해 준다. 바람이 이 홈을 통과하면서 둥근 기둥 형태로 부풀어 올라 대나무살을 대신하는 것이다. 그것 때문인지 나무살로 만든 연보다는 세밀한 움직임이 떨어진다.
연을 날리는 것은 아주 간단하다. 몸체 위쪽 양 모서리의 실을 실패의 실과 연결하기만 하면 끝이다. 그리고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으로 몸체를 펴서 홈으로 공기가 들어가게 하여 공기 기둥을 만든 후 조심스럽게 손을 놓으면 연은 하늘위로 올라간다. 실패에 감긴 실의 길이는 15m 정도인데 작은 공원이나 놀이동산에서 사용하기에는 충분한 길이다. 좀 더 높이 날리고 싶으면 실을 좀더 길게 연결하면 되는데 실패와 연의 거리가 멀어지면 질수록 제어력이 떨어지므로 15~25m 정도가 적당하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스포츠, 레저를 즐기고 있다. 인라인스케이트, 자전거, 축구, 테니스 등등 모두가 직접 몸으로 부딪히며 땀 흘리는 것들이 대부분인데, 연 날리기는 조금 독특한 스포츠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이 직접 참여하는 것은 맞지만 떨어져 나의 움직임을 볼 수 있는, 사색이 가능한 스포츠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운동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도움이 안 될지는 모르겠지만 현대인들이 부족한 것이 육체적인 운동만은 아닐 것이며 그 보다는 정신적인 여유가 더 필요하다고 주장하면 필자의 지나친 주장일까?
필자는 연 날리기를 강태공에 비유하고 싶다. 강에 바늘을 드리우는 것은 고기를 낚는 직접적인 목적과 사색이라는 부수적인 목적이 공존하지만 하늘에 연을 띄우는 것은 흔들리는 바람 속에서 마음을 잡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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