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카메라는 이미 생활 일부가 되어버렸다.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DSLR 카메라는 물론 휴대폰에 내장되어 있는 초소형 CCD 카메라, 이른바 폰카에 이르기까지 이젠 누구나 디지털 사진 촬영 기기 하나쯤은 갖고 있을 정도다.
가장 손쉽게 어디서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기기는 아무래도 특성상 폰카다. 하지만 뭔가 부족한 촬영 성능 탓에 휴대성도 만족하고 제대로 찍을 수 있는 디지털카메라를 원하는 소비자도 많다. 문제는 이렇다할 기능이 없는 콤팩트디지털카메라, 일명 똑딱이라도 20만원 이상은 줘야 제대로 된 제품을 살 수 있다는 것.
그래서 요즘 일본에서 화제가 된 게 바로 초저가 디지털카메라. 지난 10월 일본 디지털기기 전문업체인 엑스모드(EXEMODE)가 내놓은 야시카 EZ F521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하지만 뒷면을 보면 분명히 디지털 카메라다.
이 제품은 504만 화소를 지원하는 1/2.5인치 CCD에 2.4인치 LCD, 내장 메모리 32MB는 물론 42.53mm 단초점 렌즈까지 더했지만 가격은 단돈 7,000엔(한화 약 9만 5,000원). 10만원이 안 된다.
야시카는 왕년에 레인지파인더형으로 이름좀 날리던 카메라 전문 브랜드. 이미 1950년대 이안반사식카메라(Twin-lens Reflex Camera)로 널리 이름을 알린 바 있다.
야시카는 1974년부터 칼짜이즈와 제휴해 콘탁스 렌즈 SLR 카메라 사업을 전개했지만 1983년 쿄세라에 흡수 합병되면서 세상에서 자취를 감췄다. 야시카라는 브랜드는 이제 끝이려니 했지만 2005년 쿄세라가 디지털카메라 사업을 포기하면서 야시카 상표권을 JNC라는 회사에 팔았고 다시 엑스모드가 2008년 10월 야시카 브랜드로 콤팩트 디지털카메라를 내놓으며 다시 브랜드를 살려냈다. 저가형 디지털 카메라 브랜드로 다시 태어난 것.
하지만 지금껏 선보인 야시카 브랜드를 단 디지털카메라는 요즘 제품 트렌드를 쫓아 만든 것인 탓에 일반 소비자에게도, 클래식한 느낌을 즐기는 옛 야시카 카메라 마니아에게도 달갑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이에 비해 이번에 선보인 EZ F521은 1970년대 야시카가 내놨던 레인지파인더형 카메라의 고유 디자인을 살린 복고풍 외형을 되살려 관심을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물론 EZ F521이 화제가 되는 건 이런 고전적인 느낌으로 불러온 향수도 한 몫 했지만 이보다 7,000엔이라는 파격적인 초저가에 어울리지 않는 뛰어난 성능 때문이다.
값비싼 제품과 비교한다면 좋다고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가격을 고려하면 상당히 뛰어난 성능이라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먼저 렌즈 구경이 상당히 크다. 렌즈 밝기는 F3으로 평범한 수준이지만 렌즈 구경이 큰 덕에 일반 콤팩트 디지털카메라보다 상당히 밝은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여기에 전원도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는 AA 건전지 3개를 쓰기 때문에 배터리가 다 떨어져도 큰 문제없이 전원을 보충할 수 있다. 기록매체는 가장 흔히 쓰이는 SD카드를 썼다. 이 제품은 무게도 158g에 불과해 휴대하기 좋다.
여기에 흑백과 세피아 등 온갖 효과를 줄 수도 있다. 깨끗하고 선명한 사진이 아닌 적당한 화질에 재미있는 사진을 원하는 이들에겐 충분한 성능과 기능이다.
고성능 디지털 카메라를 어렵지 않게 손에 넣을 수 있는 시대다. 하지만 가끔은 옛날 카메라를 들고 의도하지 않은 우연의 산물을 손에 넣고 싶은 사람도 많다. 이들에겐 출사를 위한 좋은 파트너이자 보조장비가 되어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김상하 it칼럼리스트 kori2saljp@gmail.com | 2009-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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