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기회가 되면 제가 사용했던 렌즈들이 어떤 느낌을 줬는지 기록으로 남겨볼까 합니다.
그날그날의 상황, 기분, 보정방식도 다르고 주관적이고 절대적인 내용보다는 전에 써봤던 다른 렌즈 혹은 대중적인 렌즈들과의 상대적인 비교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무튼, 처음 생각해본 렌즈는 leica summilux-r 50mm f/1.4 e55 1세대입니다. (같은 1세대인 e48과 동일한 설계입니다.)
f/1.4 렌즈들이 한스탑 조였을 때에도 그 mtf 수치가 f/2 렌즈에 미치지 못하던 시절에 만들어졌는데
70년부터 98년까지 28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제조되었고 차트상으로는 summilux-m 50mm f/1.4 2세대 e43과 거의 동일한 모습을 가지고 있습니다.
밝은 렌즈를 좋다고 생각하던 시절 f/1.4 렌즈는 어느 회사나 빠른 셔터 스피드를 가져감으로 그 실력을 뽐내는 기준이었고,
조금 낮은 성능이더라도 많이 발매 되었던 니콘이나 캐논의 렌즈들이 결국 카메라 시장을 장악하는 중요한 교두보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고보니 ISO가 제한적이었던 필름에선 실내 사진에 밝은 렌즈 한스탑이 요즘 ISO가 무진장 올라가는 디지털 카메라 한스탑보다 열배는 크게 느껴지네요.)
어찌되었건 70년대 f/1.4 렌즈들의 콘트라스트는 무지막지하게 낮습니다. 낮은 콘트라스트로 인한 mtf 차트에서의 성능은 단점이지만
생각하기 나름인게 초기 디지털 카메라의 쨍한 콘트라스트나 raw 파일 후보정에서 조금 더 쾌적함을 주는 것은 사실입니다.
최근 나오는 렌즈들도, 90년대 렌즈들과 다르게 간단한 구조에서 mtf를 올리려 콘트라스트를 올리기 보다는,
렌즈의 개수를 추가해서 개별렌즈를 통과할 때마다 빛의 꺾임을 줄여서 수차를 적게하고,
콘트라스트는 그리 높지 않게 만드는 것이 고화소 센서와 후보정의 특징을 최대한 살려가는 것으로 보입니다.
NIKON D750 | Aperture Priority | 50.00mm | ISO-100 | F2.0 | 1/1000s | +1.00 EV | Multi-Segment | Auto WB | 2017-02-11 15:48:32
NIKON D750 | Aperture Priority | 50.00mm | ISO-100 | F2.0 | 1/400s | +2.00 EV | Multi-Segment | Auto WB | 2017-02-12 15:18:01
역사는 대충 접어놓고, 제가 생각하는 60~70년대 설계된 라이카 렌즈들은 일련의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최신 고화소 바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색수차, 개방에서도 그리 흐리지 않는 보케, 낮은 콘트라스트로 인한 부드러운 톤.
라이카 렌즈들은 최대 개방에서 사용하라고 만든 느낌이 강한데,
summilux-r 50mm e55도 최대개방은 아니지만 반스탑 조인 f/1.7이나 f/2에서도 꽤나 괜찮은 사진들이 나옵니다.
NIKON D750 | Aperture Priority | 50.00mm | ISO-280 | F2.0 | 1/125s | +1.33 EV | Multi-Segment | Auto WB | 2017-02-12 15:24:20
NIKON D750 | Aperture Priority | 50.00mm | ISO-900 | F2.0 | 1/125s | +0.33 EV | Multi-Segment | Auto WB | 2017-02-12 18:26:12
나중에 나온 렌즈들 보다는 색에 대한 균일함이 떨어지는데 (원색의 재현 능력) 그것이 코팅이 오래되어서 그럴 수 있는 것인지
설계상으로 더 적은 수의 스펙트럼을 고려하면서 만들다보니 그렇게 된 것인지는 정확히 알지 못합니다.
NIKON D750 | Aperture Priority | 50.00mm | ISO-320 | F2.0 | 1/125s | +1.00 EV | Multi-Segment | Auto WB | 2017-02-13 18:11:53
NIKON D750 | Aperture Priority | 50.00mm | ISO-1600 | F2.0 | 1/100s | -0.33 EV | Multi-Segment | Auto WB | 2017-02-13 19:17:14
어찌되었건 최대 개방에서는 "라이카 글로우"라고 부르는 글로우 현상이 있고 (수차인데 색이 없이 투명한 느낌)
초점 앞이나 뒤에 흐려진 배경이 다른 렌즈들과 비교해서 그리 많이 흐려지지 않는 것이 보입니다.
아무래도 이중 합치식 RF 카메라를 만들다보니 초점이 정확히 맞지 않는 상황에서도 전하고자 하는 상황을 충실히 재현하려고 했을 수도 있고,
설계 철학을 따라서 수차 그룹의 비율을 조정하다보니 그렇게 되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NIKON D750 | Aperture Priority | 50.00mm | ISO-180 | F2.0 | 1/125s | -0.67 EV | Multi-Segment | Auto WB | 2017-02-13 19:38:01
단점을 장점으로 보느냐 장점을 단점으로 보느냐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조리개를 개방을 하면서도 배경의 초점을 맞은 것처럼 묘사하는 것은 다른 회사들에선 볼 수 없는 꽤나 특이한 점입니다.
특히나 초점 맞은 곳에서부터 가장 흐린 배경까지의 깊이감, 공기감을 묘사하려는 입장에서는 배경이 흐려지지 않는 것이 큰 장점이 되기도 합니다.
NIKON D750 | Aperture Priority | 50.00mm | ISO-100 | F2.0 | 1/200s | -1.00 EV | Multi-Segment | Auto WB | 2017-02-13 19:42:46
NIKON D750 | Aperture Priority | 50.00mm | ISO-1600 | F2.0 | 1/125s | -0.67 EV | Multi-Segment | Auto WB | 2017-02-13 21:22:43
아무래도 많은 수의 렌즈가 만들어지지 않은 것도 있고, 라이카 r 렌즈들의 가격도 점점 올라가면서 찾아보기 힘들 수도 있겠지만,
summilux-r 50mm 1세대에 대해서 짧게나마 어떻게 생각하는지 적어보았습니다.
그나저나 라이카 R 카메라의 플랜지 백이 니콘보다 0.5mm 길어서 니콘바디에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엄청난 신의 한 수 였다고 되뇌이는 중 입니다.
회원정보
아이디 : aerill***
닉네임 : 박정우_눈먼냥이
포인트 : 256426 점
레 벨 : 최우수회원(레벨 : 6)
가입일 : 2015-03-12 12:14
포토앨범보기 쪽지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