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흐르면 정확히 어떤일들이 지나갔는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그래도 라이트박스 위 슬라이드 필름을 들여다보듯 떠오르는 아련함이 사진 한두장에 스쳐지나가는 것이 신기할 따름입니다.
외인촌(外人村)
김광균
하이얀 모색(暮色) 속에 피어 있는
산협촌(山峽村)의 고독한 그림 속으로
파아란 역등(驛燈)을 달은 마차(馬車)가 한 대 잠기어 가고,
바다를 향한 산마룻길에
우두커니 서 있는 전신주(電信柱) 우엔
지나가던 구름이 하나 새빨간 노을에 젖어 있었다.
바람에 불리우는 작은 집들이 창을 내리고
갈대밭에 묻히인 돌다리 아래선
작은 시내가 물방울을 굴리고
안개 자욱한 화원지(花園地)의 벤치 우엔
한낮에 소녀(少女)들이 남기고 간
가벼운 웃음과 시들은 꽃다발이 흩어져 있다.
외인 묘지(外人墓地)의 어두운 수풀 뒤엔
밤새도록 가느란 별빛이 내리고,
공백(空白)한 하늘에 걸려 있는 촌락(村落)의 시계(時計)가
여윈 손길을 저어 열 시를 가리키면
날카로운 고탑(古塔)같이 언덕 우에 솟아 있는
퇴색한 성교당(聖敎堂)의 지붕 우에선
분수처럼 흩어지는 푸른 종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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