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GX7을 출시 중반에(가후 이후) 구매하여 지금까지 애지중지 사용하는, 팝코넷엔 가끔 댓글에나 등장하는 그림자 유저입니다..
제 경험이 저에겐 워낙 충격적이라 이렇게 글을 남겨봅니다.
아니글쎄 2주 전에 카메라(GX7 with 45.8)를 그만 호수에 냅다 빠뜨리고 말았죠..
애들이랑 같이 비단잉어에게 밥을 주다 밥이 모자랄 때 그들에게 카메라를 던져주는 이 자비로움은 타고난 걸까요?
넥스트렙을 했지만 어깨에 살짝 걸치고 있다 퐁당 빠뜨렸지요. ㅠㅠ (역시 넥스트렙은 넥에 해야..)
아.. 그때의 심정이란.. 상대성이론과 만유인력의 법칙을 동시에 느끼며,
하염없이 낙하하는 제 카메라를 붙잡으려던 이 몸뚱아리는 왜이리 더딘지..
하여간 1m 정도 깊이에 카메라(GX7 with 45.8)를 빠뜨렸습니다. ㅠㅠ 가난한 아빠진사는 필연적으로 멘붕을 경험하였습니다.
그렇게 퐁당 빠진 카메라를 건지려 호수에 들어가야할 판에.. 여기서 놀라운 사실을 알았습니다.
순정 GX7 넥스트렙은 물에 뜬다!
네.. 카메라는 바닥에 가라앉았으나 넥스트렙이 물속에서 상승해 있는 바람에 탁도높은 호수에서 카메라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꼭 제 목에 걸어놓은 것처럼 물속이긴 하지만 역U자 형태를 유지하고 있어 주변 나뭇가지를 이용해 건져낼 수 있었습니다.
(약 1~2분, 내 마음속에서는 1년)
물에서 건져낸 후 멘붕에서 현실세계로 다시 와서 전 당장 배터리와 메모리칩을 분해하고 렌즈(45.8)를 언마운트했지요.
카메라에서는 물이 줄줄 흘러내리고 렌즈안에도 물이 한가득 차있었습니다.
내 사진의 삶은 이게 끝인가 포기하려던 찰나..포기를 모르는 남자 정대만의 표정이 떠오르고..
카메라를 닦으면서 이미 전 침수카메라 수리비와 함께 더 먼 미래를 검색하고 있었지요.
핫슈 교체도 10만원이 넘던데.. → 빤히 중고카메라가 싸겠지? → 이참에 마눌님에게 카메라 교체를 승인?
→ GX85면 괜찮겠지? → 아냐..이젠 방진방적으로.. → 이왕 이렇게 된 거 43.7도?? 라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냉풍에 오랫동안 말리라는 구글님과 여러 블로거님들의 침수사례를 종합하여 집으로 돌아와서는 카메라와 렌즈를 최대한 분해했습니다.
'아.. 내가 건드릴 영역이 아니구나' 할정도까지 풀어해쳐서 공기청정기 토출구에 얹어놨어요. (가습기능을 켜놓은 건 비밀 ㅠㅠ)
12시간 이상 지나니 45.8 렌즈 안의 물방울이 거의 사라지더군요. 아쉽.. 응??
24시간이 지난 다음 날 술한잔 먹고 용기를 얻은 저는 여분의 배터리를 끼우고 (물에 젖은 배터리는 물이 질질 흘러나오길래 버렸어요.)
과감히 전원을 켰습니다.
크하하하.. 다행히 시간을 설정하라는 문구가 나오고 정상 가동하였습니다. 결혼도 역시 술한잔 먹고 성공!
렌즈는 속에 약간의 얼룩이 남아있었으나 AF도 잘 되었구요.
그래도 불안하여 다시 배터리 빼고 2주 후 지난 주말 평소와 같이 카메라를 들고 가족과 오륙도에 나들이를 갔지요.
여러분도 카메라 침수당하면 당황하지말고 배터리빼고 렌즈빼고 물기빼고 천천히 시간을 갖고 잘 말려보세요.
저처럼 부활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내부 부식이 서서히 진행되 고장이 날수 도 있겠고, 바닷물은 애초부터 힘들겠지만..
그래도 가난한 나에게 여전히 처음 모습 그대로 곁에 있어줘 참 고맙다. 내 마누라.. 내 카메라..
그렇게 또 나의 가족과 나의 시간과 또 나와 가족이 함께하는 시간을 멋진 사진으로 남겨주는구나.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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