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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라는 개인의 욕망, 자본주의와 인터넷시대

하록선장 | 03-15 20:10 | 조회수 : 771 | 추천 : 5








오랫만에 팟캐스트 <사진탐구>를 들었습니다.
최신 에피소드의 타이틀은 바로 "사진가의 홍보".
지난 제 모습을 돌아보았고 동시에 미래를 궁리해보게 되었어요.

2008년부터 2012년, 제가 한국에서 미술작가로 살았던 5년의 시간입니다.
그리고 2013년부터 지금껏, 햇수로는 7년을 한국 미술판을 떠나 살아가고 있네요.
적지 않은 나이에 유학을 하겠다고 이렇게 나와 생각보다 더디게 대학생활을 마쳤습니다.
이젠 다시 돌아가면 처음부터 시작해야 할 거라는 두려움이 커집니다.
기왕 한 번 사는 인생, 끝까지 노마드로 살자는 생각도 듭니다.






1.

시간을 되돌려 17년 전으로 가봅니다.
2000년대 초엔 브로마이드를 인쇄해서 인사동 거리에 붙이고 다녔습니다.
제 친구들과의 조각 그룹전이나 교수님들의 전시포스터를 붙이던 기억이 꽤 생생하군요.

대학원에 입학해서는 생활을 위해 예고강사로 살았습니다.
그러다가 더 못참고 디지털 사진작업을 하기 시작했어요. 저도 전시를 하고 싶었거든요.
처음엔 무작정 포트폴리오를 들고 인사동 갤러리들을 찾아다녔었습니다.
한 대안공간에서 그룹전에 참여시켜주었는데, 어찌나 고맙던지요.

그리고는 아무런 소식이 없더군요. 서서히 우울증이 옵니다.
나름 자신만만했던 터라 더더욱 그랬었겠지요.
1년이 더 지난 2008년. 낙담의 연속.
그냥 작업을 더 합니다.
작업이 조금씩 변해갑니다.
작업이 꼬마나무처럼 살아납니다.

웬일로 서울시립미술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의 공모에 붙습니다.
SeMA 작가도 되고 창동레지던시에도 들어가봅니다.
개인전도 2년 연속 해봅니다.
조금 알려졌다고, 그룹전 제의가 막 들어옵니다.
매번 비슷한 작업들을 거는 것이지만, 그래도 기쁘기만 합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사진에서 조각으로 바꾸었습니다.
그 많던 그룹전이 똑 떨어집니다.
아하... 다시 처음부터 시작인가 봅니다. 무섭고 서글프지요.
겨우겨우 몇번의 그룹전에 참여하고, 마지막에 개인전을 해봅니다.
그렇게 제 한국에서의 전시는 끝이 납니다.



2.

그 때... 제 개인전은 누가 어떻게 홍보했을까요?
예, 전적으로 개인이 네오룩에 배너를 사서 거는 겁니다.
사실 갤러리도 할 수는 있지만, 기업이 사면 개인이 살 때보다 비싸기 때문에 작가들에게 돌리곤 했죠.
상단에 들어가는 큰배너와 하단에 들어가는 작은배너로 나뉘어져 있었고, 하루 당 얼마라고 명시되어 있었습니다.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만... 절대 싸지 않았습니다.
아~ 물론 그룹전은 해당 갤러리가 전적으로 알아서 합니다.
다만 제 이름과 작업사진이 무척 짧고 건조하게 들어갈 뿐이지만요.

네오룩이 아직도 국내최대 아카이브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암튼 국내의 초기인터넷시대에 그들은 그냥 배너장사를 했습니다.
그들의 아카이브가 각 작가들의 전시경력을 보여주는 리스트인 건 맞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완벽하진 않아요. 그냥... 자본주의의 현실이지요.
돈이 없어서 네오룩 배너를 사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으니까요.
또한 네오룩이 돈받고 걸어주는 그 전시회의 사진과 서문들.
얼마나 진실되고 객관적일까요. 물론 예술에 객관성이란 게 존재하진 않지만요.
돈만 주면 아무 글이나 작품사진을 걸 수 있으니, 제겐 더 볼 일 없는 유료싸이트일 뿐입니다.



3.

사진탐구에서 언급한대로, 이젠 SNS에서 다 홍보하고 개인 홈페이지로 소통하는 세상이 왔습니다.
리플래쉬가 너무 빨라 1분 전에 올린 글도 사라지지만 가장 노출이 잘 되는 페이스북으로.
개인정보유출이 걱정되긴 하지만 어느새 한국인에게 딱 맞춰진 카카오톡으로.
노출은 어렵지만 정보의 질은 높은 개인 유튜브채널이나 웹사이트로.
현금지불 없이 개인이 자기 스스로를 홍보합니다.

자본주의 시대에 더 커진, 자금을 배제하기 시작한 인터넷 시대.
하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직접 전시장을 가지 않아도 좋아요를 누를 수 있는 시대.
그래서 조각도 회화도 사진도 영상도 퍼포먼스도
해를 거듭할 수록 평편해져 갑니다.
현실세계에서 인터넷세계로.






좀 더 오래 살면서 이 확확 바뀌는 세상을 더 오래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
그리고 저는, 언젠가 개인전을 하게 되면,
모두 함께 전시장에서 직접 만나서
맥주잔 하나씩 들고 작업이야기 살아가는 이야기하는
그런 시간을 꼭 갖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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