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봄, 독일어학원에 다니기 시작하고
2014년 여름, 카셀미대 학생이 되고
2019년 봄, 졸업을 하고 다시 마스터학생이 되고
그리고 이제 6년동안 한번도 만지지 못했던 헤라를 쥐었습니다.
SM-N750S | Program Normal | 3.40mm | ISO-64 | F2.4 | 1/30s | 0.00 EV | Centre Weighted Average | Auto WB | 2019-06-09 11:07:26
저는 너무 쉽게 생각했습니다.
십년을 쉬었다가 다시 헤라를 들어도
예전처럼 그냥 숨쉬듯이 무언가를 뚝딱 만들어낼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세상엔 천재라는 존재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왔습니다.
그런데 아니었어요. 전 그들의 노력의 시간을 간과하고 있었던 거였지요.
그들은 남들이 모르는 긴 시간동안 혼자서 피가 마르도록 기술을 갈고닦았던 거지요.
DC-GX7MK3 | Aperture Priority | 43.00mm | ISO-200 | F1.7 | 1/160s | +0.33 EV | Multi-Segment | Auto WB | 2019-06-09 18:47:47
헤라를 쥐었던 첫날, 완전히 무뎌진 눈과 손을 믿을 수 없었고
분이 풀리지 않았던 둘째날, 두상을 만들고 내리길 세번이나 반복했습니다.
화가 나기보단 이젠 슬프기 시작했던 셋째날, 그래도 이번 내리지 말고 완성이나 해보자고 버티기 시작했고
시간은 만인에게 정직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넷째날, 오늘...
조금은 마음을 비우고, 평범해진 저를 인정하면서, 또 하루를 아틀리에에서 보내다 왔습니다.
그래도 6년 전과 똑같은 게 하나 있었습니다.
흙을 주무르고 헤라를 놀리는 그 시간만큼은
그냥... 행복하고 즐겁다는 것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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