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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에서 망퍼 정리 하고 들어 가는 길입니다.

GT90 | 10-05 20:58 | 조회수 : 917 | 추천 : 0

캐논의 지긋 지긋한 마운트 갈아 엎기에 지쳐서
니콘으로 개종하여 지냈으나
500 짜리가 몇개월 만에 300으로 가후 되는 일을 겪은 후
라이카 덕에 겨우 정붙이며 옮긴 포서드는 마이크로로 바뀌고
14개까지 렌즈를 늘렸던 A 마운트는 생사 조차 불명.

뭐...카메라 바닥에서 더 많은 일이 있었으나
제가 경험은 못 해봤고
그냥 요 정도로 남들과 같은 흔한 일들을 겪으며 지내왔습니다.

그리고 안 좋은 소식이 나온 후 꾸준히 정리 하다가
드디어 오늘 마지막 잎새도 정리 했습니다.

엄밀하게 따짐 노트북 사면서 사은품 받은 nx mini와
장모님 냉장고 사면서 받은 nx1000은 남았으나
둘다 중고값이 없어 팔기 조차 민망하니 이제 남은건 없다 싶습니다.

저는 몇년 더 버티겠다는 다른 분들 같은 용기도 없고
아무 말도 없는 삼성에게 '믿숩니다.' 외칠 신앙심도 없고
쓰던 건데 좀 더 쓰다 팔겠다는 쌓아 왔던 정도 없고
그래도 쪽바리 꺼는 안 돼! 라는 민족주의도 없고
중고값이 아직은 안 떨어지는데...라고 할 수 있는 태연함 조차 없네요.

지금까지는 한쪽 발을 담근 상태에서
무슨 말이라도 나올까 조심스레 게시판도 들락 거렸으나
이제 두 다리를 다 빼고 나니 시원하기도 하고 섭섭하기도 하네요.

언젠가 7테라의 어떻게 어디서 편집해야 할지도 모르겠는
날짜만 어지럽게 있는 4K 폴더들을 정리 하게 되면
가끔 그 녀석들이 생각나지 않을까 싶네요.

주말에 배경사이즈로 만들어 놓은 강아지 사진들을 고르다
아 이건 삼별이 색감인데 하게 되는 저를 보면서
이 정도면 그래도 꽤 정이 붙었나 보다 하며 놀라게 되는군요.

TV 사다 뜬금 없이 만나기도 하고
카메라 받자고 장모님께 냉장고는 삼성이라고 끊임 없이 세뇌도 해보고
NX1을 박스채 몰래 장농에 올려 놓고 잠들면서 설레여 하고
아직은 아니다 싶은데도 뜻하지 않은 훼방에 헤어지기도 하네요.

하지만
이 나이에 언제 한번 만나고 설레고 헤어지며 아파 보겠습니까?

마지막에 따듯한 커피라도 한잔 마실 수 있는 분이었으면 좋겠는데
아무 대꾸도 없이 스마트폰으로 플래쉬 비춰 가며 흠집만 찾던 분이라
어째 좀 더 서운한 느낌이 듭니다만...
(뭐 깎는 덕에 필터는 주머니에서 만지작 거리기만 할 뿐 꺼내지 않았습니다만...)

그래도 좋은 추억만 주고 시집가니
상처만 주고 간 여인네들 보다 더 고맙다 싶네요.


너가 남기고간 자이스 필터 잘쓸께.
다시 한번 설레일 수 있어서 고마웠어.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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