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니콘 입장에서는 삼성 NX 시스템을 사온다는 게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만큼 개발비나 시간을 줄일 수 있으니까요. 문제는 마운트입니다.
일본에서 이번 인수설에 반감이 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게다가 대상업체가 이미 일본 업체(펜탁스, 미놀타)랑 두 번이나 안 쫗게 끝맺었던 삼성입니다.
그게 삼성의 잘못이든 일본 업체 잘못이든 그런 건 일본 사람들 입장에서는 중요하지 않죠.
다만 카메라 선두국인 일본의 기업이 한국 기업의 카메라 자산을 돈 주고 사온다는 것 자체가 자존심을 건드리는 것이고
그 와중에 마운트까지 그대로 쓴다고 하면 '왜 한국 기업이 버린 걸 니콘이 돈까지 주면서 가지고 와서 쓰냐'는 여론이 일 수 있죠.
사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니까요.
니콘 입장에서는 자국 소비자를 설득하기 위해서라도 기존 NX 시스템의 특성 중 최소 하나 이상을 자체 규격으로 대체할 필요가 있고
가장 유력한 것이 렌즈 마운트입니다. 기술이나 부품이야 삼성 것을 쓴다 쳐도 렌즈 마운트까지 그대로 써야 할 이유는 없으니까요.
게다가 NX 마운트는 태생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플렌지백 때문에 이종 렌즈 사용이 타사 미러리스 카메라보다 제약이 더 있다는 겁니다.
사실 이 정도는 경제적인 논리나 판단 기준에 따라 무시할 수도 있습니다.
이를테면 NX 마운트에 호환이 안되는 건 M마운트뿐이다... 정도로 말이죠.
그런데 그 M마운트 쓰는 렌즈 중에는 과거 니콘이 SP-S3 내놓던 시절 내놓았던 렌즈도 포함돼 있습니다. 이 경우 얘기가 달라집니다.
RF 시스템을 개발한 적이 없는 삼성이라면 모를까 과거 자기들이 만든 렌즈도 쓰기 어려운 니콘 카메라를 기대하는 소비자가 있을까요?
만약 니콘이 미러리스로 내놓을 수 있는 카메라란 카메라는 다 구상하면서 가장 사용자가 원하는 제품을 개발하려 한다면
니콘 F와 더불어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S 시리즈입니다.
이미 니콘은 니콘 F를 DSLR화한 DF 같은 녀석도 내놓은 바 있습니다.
DF도 기준에 따르면 얼마든지 비합리적이고 시행착오적인 녀석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 걸 무시할 수 있는 게 니콘 클래스고 니콘 마니아들이 니콘을 고집할 명분이 되는 거죠.
아울러 이것은 니콘이 NX 시스템을 사오면서 불만을 가진 자국 소비자들을 달랠 수 있는 카드가 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S 시스템의 미러리스화 시나리오가 현실화된다면 가장 큰 방해물인 NX 마운트는 당연히 버리는 1순위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니콘 입장에서는 NX 마운트를 유지하는 게 단기적으로라면 모를까 장기적으로 큰 도움이 되는 건 아닙니다.
기존에 나온 NX 렌즈의 경우 APS-C에 맞춰 만들어진 렌즈들입니다.
니콘이 FF 미러리스를 내놓으려고 한다면 전혀 도움이 안 됩니다. NX 시스템 자체가 시장점유율이 낮기도 하고 말이죠.
또 니콘 입장에서는 삼성이 자산을 사오긴 해도 이미 삼성이 소비자에게 팔았던 렌즈들을 위해 마운트를 유지할 필요도 없습니다.
당장 니콘의 본거지인 일본 시장에서 NX 쓰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습니까?(NX는 일본에서 아예 제대로 팔리지도 않았습니다)
자국에서 점유율이 제로에 가까운 렌즈 규격을 생각해 줄 기업이 얼마나 될까요?
거기다가 상기했듯 자국 소비자들을 설득할 필요도 있습니다.
일본 사람들이 자기네 나라에서 쓰기는 커녕 매장에서 본 적도 없는 카메라 규격을 일개 수입업체도 아니고
일본을 대표하는 카메라 기업이 그대로 사들여 쓰는 걸 용납할까요?
일본 정서를 고려하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엔 불가능한 일입니다.
세상의 어떤 대기업도 자국 소비자를 버리는 일은 없습니다.(호구로 볼 수는 있겠지만)
당장 삼성이 카메라 시장을 뜨려고 하는 와중에도 대놓고 말 못하는 이유가 뭐겠습니까?
그리고 마운트 변경 자체는 큰 비용이 드는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물론 새로 만들어야 한다면 부담은 크겠지만 어떤 분이 얘기했듯 마운트라든가 일부 기술을 자체 개발 완료했다면 얘기는 달라집니다.
어차피 니콘 로고 박고 자체 디자인한 바디랑 렌즈를 뽑으려면 비용이 아예 안 든다는 건 있을 수가 없는 일이고
그 와중에 이미 만들어둔 마운트 규격만 적용한다면 추가 부담이 크지는 않습니다.
백포커스와 전자 규격만 유지하면 금형 바꾸는 수준이니까요.
이 정도 투자에도 당장 벌벌 떨 정도로 사정이 좋지 않다면
니콘은 NX 시스템을 사올 궁리를 하기 전에 이미 사업 자체를 접어야 하는 게 맞습니다.
이런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명분상으로도, 기술적으로도, 금전적으로도 NX 마운트가 살아남을 확률은 거의 없습니다.
따라서 니콘이 비용 절감을 이유로 NX 마운트를 유지할 가능성은 없습니다.
그런 주장은 니콘을 1차원적으로 판단+NX 마운트가 계속됐으면 하는 희망 때문에 나오지 않았나 생각되는데
니콘이 삼성과 거래한다는 이유로 니콘이 삼성같은 회사가 된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저는 이미 삼성이 NX 시스템 접는다는 설이 돌 때부터 마음을 비운지라 뭐 그냥 그러려니 합니다.
삼성동 사람들이 장녹수를 기대했던 것처럼 이번 인수설 이후 니콘 SP의 미러리스 버전이 기대되기도 하고 말이죠.
덧글 23 접기
멍멍고냥씨
[록키산맥]그래서, 마운트만 바꾼다고 일본 소비자들이 모를 리 없을 테니까 그냥 니콘이 NX 마운트를 그대로 쓰는 게 낫다고 추측하신 건가요? 뭐 니콘이 아직 삼성에서 사들인 게 정확히 어느 범위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마운트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 뜯어놓고 보면 삼성은 반도체, 칩 생산기술, 센서 기술 등등 여러 면에서 우수한 자원을 갖췄습니다. 일본에서도 인정할 정도로요. 그런데 마운트는 아닙니다. 이미 삼성이 NX를 접기로 했다는 설이 돌 때부터 NX는 실패자라는 낙인이 찍혔습니다. 적어도 갤럭시는 해외에서도 인정받은 제품이고, 펜탁스가 K-7에 삼성 센서를 달 때만 해도 소니 센서와 견줘서 경쟁할 수 있는 시점이었습니다. 불과 몇개월만에 뒤집혀서 그렇지. 그런데 성공한 것들은 가져왔을 때 나름대로 명분이라도 있지, 이미 실패한 걸 그대로 들여오는 게 소비자 입장에서는 말이 될까요? 좋은 것만 가지고 들어가도 잡음이 일 판에. 니콘 입장에서도 NX 마운트의 대체제가 아예 없는 것도 아니고 말이죠.
2015-12-03 13:03
록키산맥
[멍멍고냥씨]당연한거 아닌가요? 루머에서 알린 것은 NX 포트폴리오 전체와 기술을 인수했다고 했습니다. 추가로 센서 개발 및 판매에 동의했다고 했구요.
미니스
저도 록키산맥님 말씀처럼 삼성의 여러 출중한 모델들이 출격을 기다리고 있는만큼, 그리 되기를 바라는 삼성유저의 한사람입니다ㅜ 저는 다만 니콘과 삼성, 삼성과 니콘의 자존심을건 명분싸움에서 니콘이 과감히 FF의 선출시를 단언하면 그야말로 부수적인것들이 해결될수 있고 니혼징은 또한 성향들이 그런넘들이기에 이렇게 한번 추측해보았습니다. 그싸움에서 삼성은 한발물러서며 나중에 획기적인 예를들어 직경5MM짜리 어뎁터를 서비스차원에서 삼성에서 개발,판매하여 기존 NX유저들에게 싸게 판매한다거나 아니면 니콘에 위탁판매한다거나 하는 시나리오도 작금의 삼성을 보면 가능할수도 있을것 같아 한번적어보았네요
2015-12-0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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