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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뻘글] 나비, 마음을 흔들다

딱지아저씨 | 12-08 20:22 | 조회수 : 1,128 | 추천 : 8

지난 7월 어느 토요일 오전이었습니다.





와이프와 산책 겸 가벼운 동네 출사를 나갔습니다. 



늘 출근 길에 바쁘다보니 아침 시간대의 스냅을 찍어본 적이 없어서



한번 나가보려고 했더니 와이프도 자기 똑딱이 들고 따라 나서고 싶다 하더라구요. 





그렇게 둘이서 사진을 찍고 있는데 



나비가 한마리 제 카메라에 와서 앉습니다. 





경험하기 힘든 일이라.. 저는 그대로 얼음!



와이프보고 빨리 담으라고 했습니다. 













날아가버리면 어떡하나 ... 하면서 조심조심 찍었는데... 



이 나비... 



한번 살짝 날더니



다시 제 팔에 앉습니다... 













이런 성격의 나비도 있나... 싶더라구요.. 



살짝 아파보이기도 하고... 



아파서 지금 정상적인 상황판단을 할 수 없는 상태인가



싶기도 하구요. 







아무튼 와이프에게 당신 손에 살짝 올려보라고 하니



나비 자기가 알아서 슬슬 올라갑니다. 





 





저도 손에 올려보고 싶어서 



살짝 손을 뻗으니 곧잘 올라옵니다. 

















그런데... 확실히, 이 나비가 좀 이상한게... 



꿀을 찾나싶어서 꽃에 놓아주려니... 꽃을 거부합니다. 



마치 목욕시키려는데 싫어서 뒷걸음치는 강아지나 고양이 처럼요. 















몇 번을 시도해도 제 손등에만 주둥이로 짚어대고... 



꽃에는 올라탈 생각을 않습니다. 















집에가서 설탕물이라도 줘야겠다 싶어서... 손에 올린채로 



집으로 이동- 







NX1 | Aperture Priority | 78.00mm | ISO-100 | F2.8 | 1/400s | 0.00 EV | Centre Weighted Average | Auto WB | 2015-10-03 15:04:19


 





그러다가 아까보다 큰 꽃이 보여... 거기는 올라가려나 하고



올려주려고 해봤는데... 







또 거부하고.... 갑자기 이리 저리 날다가 굳이 찻길쪽으로 가더라구요... 







힘없이 픽 찻길 가쪽에 내려앉았다가 다시 날아가보려 



하다가.... 오던 차의 바람에 휩쓸려서... 어디론가... ㅠㅠ 







NX mini | Shutter Priority | 9.00mm | ISO-400 | F13.0 | 1/10s | -0.30 EV | Multi-Segment | Manual WB | 2015-08-25 12:48:46




 





혹시 죽었으면 사체라도 찾아보려 했는데 사체는 보이지 않더라구요... 





아직 손등에 그 나비의 촉촉하고 부들부들한 주둥이의 



감촉이 남아있는데... 



맘이 너무 아팠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일종의 트라우마이자 각오가 되었습니다. 



적어도 스냅이란 장르를 찍을땐... 





"절대 피사체에 손대지 말자" 는.... 







NX500 | Aperture Priority | 30.00mm | ISO-200 | F2.0 | 1/50s | 0.00 EV | Centre Weighted Average | Auto WB | 2015-10-27 12:25:04


 





평범한 일상 스냅이나 찍고 다니는 초보한테 무슨 미적 감각이 있겠습니까만은, 





그래도 어쩔땐, 아주 가끔씩,



피사체를 조금만 이동시키거나 뭔가 연출하면



더 좋은 사진, 더 재밌는 사진이 될 것 같은 유혹



들 때가 있습니다. 









NX1 | Aperture Priority | 150.00mm | ISO-200 | F2.8 | 1/125s | -0.30 EV | Centre Weighted Average | Auto WB | 2015-10-09 17:03:13


 







하지만 저는 그날의 아픔을 떠올리며, 



그 유혹을 고이 잠재우고 있습니다. 









NX1 | Aperture Priority | 60.00mm | ISO-100 | F4.0 | 1/125s | 0.00 EV | Centre Weighted Average | Auto WB | 2015-10-15 12:56:20


 





그렇게 한다고 해서 허접한 사진이 작품으로 탈바꿈 되는 것도 아니며, 



더 나은 사진좀 찍어보겠다고 했던, 나의 작은 행동하나가



피사체(특히 동식물) 입장에선 큰 불편이나 피해가 될 수 도 있다는 생각에서요. 







사진에 대한 철학이나 소신 운운할 꺼리도 없는 초보찍사입니다만, 





자신이 찍히는 줄 모르는 사이 사진에 담기는 피사체들 



혹은 자신의 불편함을 호소할 수 없는 피사체들을 배려하는 것은 



스냅의 가장 기본적인 매너이며, 



거의 모든 사진 장르의 공통 분모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여름에 적어두었던 뻘글입니다만, 올릴 타이밍을 놓쳤다가



연말의 센치함과 더불어 올려봅니다. ^^; 





긴 뻘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해하시는 분은 없으리라 생각합니만, '연출'자체에 대한 이야기는 아님을 밝혀둡니다-



*나비 사진외 사진들은 같은 날 찍은 것이 아니라, 이야기 구성상 끼워넣은 짤방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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