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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 오해와 변명^^

꾸준히걷기 | 05-11 22:14 | 조회수 : 880 | 추천 : 5

저는 게시물에 글을 길게 다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글재주가 출중하지 않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말이 길어지면 삼톡에서 흔히 말하는 '약팔이' 글을 쓰게되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헌데 오늘은 4umu님이 제 이름을 적은 게시물을 보다 보니 아무래도 살짝 긴 변명글이 필요하겠다 싶습니다.ㅎㅎㅎ

4umu님의 글을 약간 과장되게 요약해보면 이렇습니다.

'산사진을 찍는 누군가들과 대둔산에 갔는데 그들은 전문가적인(?) 촉을 사용하여 대작을 나눠 담고 나는 쪽박을 찼네. 오호~ 통재라'

아...참으로 어디서부터 이 형님을 뭐라해야할지 모르겠는 글이 아닐 수 없습니다~


1. 촉?

그 날은 분명 일기예보를 확인하고 갔건만 하늘은 흐리고 바람은 어찌나 거세게 불던지
목표로 했던 운해는 산산히 흩어지고 찍을게 없어보이던 등산길이었습니다.
마침 다행히 v계곡 포인트란 곳에 철쭉이 피어있길래 더 멀리 가지 말고 그 자리에서 사진을 찍기로 한 저희들.
어둑어둑한 새벽 산 속에 바람이 어찌나 불던지 꽃들과 나무들어 정신없이 흔들려서 도저히 뭘 찍었다고 보기가 어렵더라구요.

같이 가자고 한 형님들께 죄송한 마음이 들면서 속으로 '오늘 망했구나'를 되뇌이고 있었고
이렇게 된거 해는 뜨려나~ 하고 바로 옆 암릉으로 올라갔습니다.

새벽 사진을 찍을 때 해 뜨는 시간이 다 되서 포인트를 옮기는 행동은
사실 거의 자포자기, 될대로 되라는 것과 똑같다는 거..다들 아실겁니다.

헌데 올라가고 나서 잠시 후 갑자기 하늘이 심상치 않습니다.


NIKON D610 | Manual | 16.00mm | ISO-100 | F10.0 | 5.0s | -1.00 EV | Multi-Segment | Manual WB | 2018-05-08 05:12:01



가끔씩 하늘 구름층이 옅으면 저렇게 살짝 불타는 순간이 오던데
경험상 이런 색은 거의 몇 분안에 사라지고 맹탕 하늘로 돌아가기 일수더라구요.
이런 건 촉이 아니라 애들 말로 개재수! 라는게 어울리는 상황입니다.



2. 대작을 담고 미안한 마음에 안올린다?

아...여기서부터는 혹시 약팔이라고 하실 분들이 계실 것 같아 벌써부터 두렵습니다...

저는 바로
"형님~ 하늘 불타요~ 이리로 올라오세요~"
라고 소리를 질렀지만 나무들이 휘청거릴 정도로 세찬 바람이 불어서 그런지 4umu님이 듣지를 못하셨나봅니다.
대답이 들려오질 없습니다. ㅜㅜ

마음은 급해지고 하늘은 시시각각으로 바뀝니다. 셔터를 한 번 더 눌렀는데 4umu님 소리가 여전히 들려오지 않습니다.
저는 카메라도 내버려둔채 큰 바위 하나를 넘어 최대한 가까이 다가가 "형님~~~"을 외쳤습니다.
아까 부른 소리가 들렸나봅니다. 잠시 후 다행히 4umu님이 올라오시고 하늘 여명색도 좀 남아 있는데..
제 카메라를 보니 아뿔싸...
마음만 급한 상태에서 수동으로 포커스를 맞췄던것도 까먹은채 카메라 위치를 다시 잡느라
촛점도 제대로 잡지 못한 상태에서 사진을 찍었더군요.
하늘빛 가장 좋았던 순간, 나무들은 흔들흔들거리고 사진은 흐리멍텅...ㅜㅜ


NIKON D610 | Manual | 16.00mm | ISO-100 | F10.0 | 2.0s | -1.00 EV | Multi-Segment | Manual WB | 2018-05-08 05:13:44



참...이렇게 밖에 못담았나 저도 제 스스로를 자책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제가 정말 사진을 잘 찍는 사람이었다면 아마 여명샷 깔끔하게 찍고
날이 밝았으니 충분히 셔속이 확보되었다고 판단해서 바로 꽃사진 찍는 곳으로 내려갔을테지만
이제와서 후회하면 뭐 하겠습니까..

나중에 서영아인님한테 사진은 잘 찍으셨냐고 물어보니
그냥 별 생각없이 삼각대도 안들고 암릉에 올라왔다
iso만 잔뜩 높인 사진 몇장 찍어서 이번 출사는 메모리카드에 조용히 묻겠다고 하십니다^^
다음부터는 날씨 좋은날 자기를 부르라 하시면서 쓸쓸히 돌아서는 모습이 뒷모습이 애잔하게 남네요~


4umu님 게시물을 보니 제가 대체 어떤 사진을 올려야할지 막막하여 변명글을 주저리주저리 늘어보았습니다.


암튼 4umu님이 '이제 다시는 네놈과 사진 찍으러 가지 않을테다' 라고 하기 전에 또 산으로 모셔볼까 합니다 ㅋ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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