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6월 말이고 초여름,
종종 불어오는 바람은 시원하지만
뜨거운 햇살에 더위와 갈증을 느끼기에는 충분하였습니다.
제주에 첫 장마 소식이 들립니다..
여객에겐 달 반갑지 않은 장마 소식에
남은 여정을 앞당기고 발 빠르게 움직일 수밖에 없습니다.
백약이 오름에서는 흐리고 알 수 없는 제주의 날씨에
사진을 담는 입장에서 심란함과 집중력의 한계가 서서히 오고 있었습니다.
04시부터 계속된 일정에 다리는 부어 무겁고 몸은 지치고 힘들어 눕고만 싶습니다.
따가운 햇살이 강렬하게 내리쬐니 시원한 차 문을 열기가 두려울 정도로
그냥 숙소로 돌아가 쉬고 싶은 심정이 굴뚝같았습니다.
하지만 용눈이오름에 닿는 순간,
원도우 바탕화면에 있을 법한 풍경이 반기고 있습니다.
차 안에서 잠시 주춤하다,
그냥 눈으로만 즐기면 안 될까~
그 풍경이 제대로 눈에 들어오기나 할까? 하고 ...
슬슬 게으름이 들썩 거립니다.
그래도 힘을 내야만 합니다..
이 아름다운 풍경을 눈앞에 두고 어찌 이렇게 나태해질 수가 ...
이 번 제주 여행의 목적이 있지 않았는가~ ?
제주 해안 도로를 드라이브 하며 시원하고 깨끗한 바다를 맛보는 재미를 준다면
오름에는 제주 내륙의 속살을 한발 떨어져 감상하는 깊은 묘미가 있습니다.
가까이 다가서야만 볼 수 있는 '무언가’처럼
적당한 거리를 두고 떨어져야만 볼 수 있는‘무언가’도 있습니다.
제주를 제대로 보고 싶다면 오름 여행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용들이 놀고 있는 모습이라고 ‘용논이오름’, '용눈이오름’이라 이름 붙었다고 합니다.
용눈이오름은 '나즈막한 산’을 뜻하는‘오름의 정의’에
가장 잘 어울리는 오름의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다소 가파른 오르막을 품은 다랑쉬오름과 달리 아주 부드러운 길을 품고 있고
사브작 사브작 걷다 보면 세 개의 능선이 말발 자국처럼 자리한 정상에 닿습니다.
유려한 곡선미가 여성적인 미를 발산합니다.
제주의 오름 중 가장 부드럽고 아름다운 곡선을 가진 가슴 벅찬 오름입니다.
정상에 닿아 분화구 주변을 걷다 보면 성산일출봉과 우도가 한눈에 보이는
푸른 바다가 거짓말처럼 다가섭니다. 가슴이 확 트입니다..
다시금 여유를 되찾고 찬찬히 바다와 가까운 오름에서만 맛볼 수 있는
아름다운 풍광을 오름 언덕에 앉아 한참을 넋 놓고 즐겨봅니다,
부드러운 능선 위에서 춤추는 억새꽃과 바다를 바라보며
용눈이오름을 특히나 아꼈다는 고 김영갑 사진작가가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가을에 다시 오고 싶은 이유가 생겼습니다.
어느 누가 감히 이렇게 깎아 놓을 수 있을지요~
제주만이 간직한 신비하고 아름다운 곡선에 안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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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저물어갑니다..
이 여름이 다 가기 전에 여름이라는 특혜를 다 누려야 할 텐데 ...
그러고 보면 올여름은 요란하지도 그리 길지도 않은 것 같습니다.
새로운 한주도 즐거움과 행복으로 채움 하십시오~
p.s. 용눈이오름을 올리며 주저하고 다시 주저함을 되풀이하다 올립니다.
글과 사진이 욕심만큼 제주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함과
어쩌다 마주한 신비한 미지의 제주를 얼마나 알 수 있을지요..
같은 곳의 풍경이라도 매일 다른 풍경을 보이고
그 풍경에 환희가 가득하다가도 지나고 나면 늘 부족하고 부끄러운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아쉬움에 다시 찾게 되는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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