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터를 4K로 바꾸고 나자
4K 영상에 갈증을 느끼고 있다가 영입한 녀석이 NX1.

그러나 마누라의 통관 절차를 밟지 않고 밀수로 들여온 녀석이라
박스채 장농 위에 숨겨 놓고 몰래 몰래 꺼내 쓰다가가
'혹시나 한번...'
이라는 생각에 마루 장식장에 NX30을 치우고 턱 하니 올려놔 봤습니다.

원래 NX30이 바로 바로 찍는 스냅샷 용도 였기 때문에
항상 마루 장식장에 놓여 있었기에
아내가 맨날 보던거라 들키면
'NX30 팔고 이십만원 얹어서 샀어.'
라고 해야지 했는데...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도 아내가 모르는 겁니다.
(그럴 수 밖에...-_-;;;)
그러자 용기가 생겨 천연덕스럽게 슬쩍 몇장 찍어도 보고
아내가 TV 볼때 쇼파 옆에 앉아서 조작도 해보고
슬슬 눈치를 봤는데 아내가 전혀~ 모르더군요.

"삼성 땡큐!"

를 외치게 되는 순간이었죠.
아내도 사진을 찍기 때문에 여자가 들기엔 너무 무거운 FF들만 제외 하고
당연히 집에 미러리스들을 다 써봤는데
유독 아내가 이 NX30은
'정말 역대 보던 카메라 중에 제일 못 생겼다.'
고 전혀 만져 볼 생각을 안 했기에 그냥 넘어 갈 수 있었습니다.

마음 놓고 NX30을 처리하고 NX1을 계속 올려 놨는데
어느날 들어 오니 아내가 NX1을 들어 보고 있더군요.

'헉!!!'


그 전에 빠진 이야길 하나 하면...
이 NX30은 장점이 하나 있었죠.

손떨방도 바디 내장이 아니고 싸굴틱한 플라스틱 냄새 나는 바디라
생각 보다 가볍습니다.
제가 서브로 쓰던 GX7 같은 녀석은 생긴건 얄쌍해도 들어 보면
생긴 것에 비해 좀 묵직하죠.

그런면에서 NX30은
덩치는 산적만하지만 그 크기를 염두에 두고 들면
휙 하고 딸려 오는 느낌이 좀 있습니다.

이래서 아내가...
'이거 질소 포장이야?'
라는 말을 한번 한 적이 있습니다.

이 급에서 NX30이 다른 기종들 보다 제일 가벼운데
크기는 또 제일 크다 보니
손떨방 내장 마그네슘 바디들과는 차별이 되는 무게감이었습니다.


그런 상황이었는데 어느날 들어 오니 아내가 NX1을 들어 보고 있더군요.
'헐...이제 들킨 건가?'
라고 생각하며 조용히 양말을 벗고 발을 씻고 나오는데도
아내가 계속 두손으로 들었다 놨다를 반복 하더군요.

이때가 아내가 GM1을 쓰다
낮에는 사진 찍기 힘들다며 뷰파인더 있는 카메라를 슬슬 찾기 시작할 무렵이라
'후지 X100T가 딱 마음에 들고 이쁜데 렌즈 교체가 안 된다.'
이런 말을 시전할 시점이었습니다.
(나중에 결국 셀카 기능 때문에 E-M5MK2를 샀습니다.)

GM1을 쓰던 아내였던지라
'뷰파인더 있고 가벼운거 없어?'
를 계속 찾고 있어서 NX1을 들고 있는 모습을 보고
'아 들켰다.'
했죠.

NX30의 싸굴틱한 재질의 가벼움과 달리
마그네슘과 방진방적이 꽉 들어찬 NX1은 무게감이 확 다르기 때문이죠.
아내가 의심의 눈초리로

"이거 원래 이렇게 무거웠어?"

하고 날카로운 목소리로 이야기 하길래...
(이럴땐 절때 눈을 피하지 않고 똑 바로 쳐다 보며...)

"아 그럼 당연히 크기가 있는데 무겁지.
무슨 카메라가 커야 잘 팔리는 것도 아니고 속이 빈 상태로 만드나?"

그러자 아내가 잠시 고개를 갸우뚱 하더니만

"예전에 질소 과자 같은 느낌이었는데..."

중얼거리길래...
바로 맞받아 치면서

"삼카도 다 그 공간에 집어 넣을꺼 집어 넣다 보니 커진거야."

그제서야 아내가 납득이 갔다는 듯이
베시시 웃으며

"디자인도 못 해. 크기도 커. 무게도 무거워. 맨날 뻗어. 얘넨 뭐 잘 하는게 없어."

하길래

"내가 휴대폰 뻗어서 배터리는 빼봤어도...카메라 뻗어 배터리 빼는건 삼카 밖에 없다니까..."

물론 NX30과 NX1은 최적화가 잘 되어 있어 뻗은 기억은 없습니다만...
위험한 시기엔
'아내 말에 동감해라...'
라는 결론으로 끝냈습니다.

그리고 NX1은 결국 4K의 엄청난 용량으로 인하여
듀얼 독에 하드 두개를 사서 꽂는...엄청난 용량의 동영상을 남겨 버렸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그냥 HD로 찍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