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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베이 패치/ 자작 뱃지] 뻘짓은 즐겁다

하록선장 | 12-12 04:50 | 조회수 : 4,504 | 추천 : 1

안녕하세요 팝코넷 회원님들...
독일에서 유학생으로 사는 하록선장이라고 합니다.
이 글은 저의 20대 시절의 추억을 더듬으며 벌인 "뻘짓"에 관한 기록이에요.
광학제품 및 디지털 관련글은 아니지만, 편히 보셨으면 좋겠네요.
원활한 진행을 위해 경어체는 쓰지 않겠습니다. ^^







처음은 단순했다. 미대 특별강연회 중에 옵티머스뷰로 상상 속의 부대흉장을 그렸을 뿐이었다.
그렇다... 특강은 지루했고 이해할 수 없는 수많은 외국어들로 이루어진 혼란 그 자체였다.
그저 나는 무언가에 집중하고 싶었을 뿐이다.





사실 그 즈음, 나는 이베이에서 자켓에 오바로크할만한 흉장과 모자용 뱃지를 보고 있었다.
하지만 조금 예쁘다 싶으면 십중팔구는 예산초과의 가격이 걸려 있었다.







처음에 구하려고 한 것은 30사단 정찰대 흉장이었다.
윗줄의 왼쪽은 90년대 중반까지의 구형흉장.
그 오른쪽은 90년대 후반에 바뀐 흉장.
아랫줄은 저시인성의 현재 흉장.
하지만 내 눈엔 구형흉장이 훨씬 세련스럽게 보인다.
비록 당시 부대원들이 똥파리라고 장난스레 부르긴 했지만서도.
물론 지금 저놈의 구형흉장은 돈주고도 구할 수 없는 초레어 아이템이시다.







MACV-SOG 는 1964년부터 북베트남과 라오스에서 활동한 미국의 특수부대였다.
그리고 CCN 은 CCC, CCS 와 함께 SOG 를 이루는 예하부대의 명칭이다.
미해병대나 몇몇 한국군의 패치에도 해골문양은 심심찮게 등장한다.
허섭하지만 매력적인 저 해골의 표정과 검은날개의 표현이란!
이 맛에 사람들이 구형흉장을 거래하는 걸까!







사실 이것도 정말 마음에 들었다. 족보는 전혀 모르겠다.
화학대의 정식흉장일 수도 있고 서바이벌팀의 사제품일수도 있다.
그러나 너비가 11센티미터로 포켓에 오바로크 하기에는 살짝 큰 감이 있다.







‘사바트의 염소’라고 불리기도 하는 바포메트.
염소의 하체와 인간 여성의 상체, 등에는 독수리의 날개가 달렸다.
이슬람교 시조 마호메트의 변형된 이름이라는 설도 있듯이, 기독교에서는 이교도의 악마로 통한다.
하지만 난 종교가 없고, 별자리도 염소자리이고... ㅎㅎㅎ
그저 순수하게 이런 도상이 멋져보인다.







슬레이어의 커버아트는 말이 필요없이 훌륭하다.
내가 이베이에서 노렸던 것은 맨 왼쪽의 devil on throne.
늘 쓰레쉬메탈의 사대천왕이라 불리지만, 난 2집의 블랙메틀 냄새가 참 좋다.
하지만 네모라서 탈락... (ㅠ.ㅠ)







그래도 아쉬움을 떨치지 못한 나머지 한번 더 이베이를 검색해 보았다.
그리고 발견한 게 바로 이 "해골을 감싼 붉은 용" 패치.
이날 밤엔 내가 잠시 미쳤나보다.
바로구매를 클릭클릭해버렸다.
배송비까지 합쳐서 8천원.

'괜찮아... 이런 쿨매는 매우 드물어... (소곤)'

그나저나 입체감은 감동.
세로 8.8 cm 에 가로 8.0 cm.
원래는 모터바이커를 위한 패치라고 한다.





자... 패치를 하나 샀으니 뱃지는 자동적으로 포기.
수많은 위시리스트 물품들을 다 지웠다.
사실 올 연말에 돈 좀 썼다.
중고 sel50f18, 중고 가죽자켓, 그리고 이 패치까지.
재무부장관님이신 우리각시 볼 낯이 없을 정도로 찔끔찔끔 질러버렸어...







포기는 했다지만 마음 한 구석이 훵하다. ㅠ.ㅠ
그 때... 방에 굴러다니던 플라스틱 일회용컵이 보였다.
싸구려 광택이 흐르는 얇은 컵이 그저 모자 옆에 조용히 있었을 뿐이다.







그리하여 어느날 나의 모자들은 이렇게 뱃지를 달게 되었다.
하얀 플라스틱 뱃지를! ㅎ













조금 두꺼운 컵의 밑면을 오려내어 미리 잘라놓은 박쥐 몸통에 끼웠다.
음... 날렵하게 솟아서 보기도 좋고 제법 힘도 받는다.
하지만 낙하산 때문에 언뜻 할로윈호박처럼 보이기도 하고 이것저것 마음에 들지않는다.
무엇보다도 입체감이 영 형편없다는게 함정.
결국 부엉부엉 수리부엉이로 개조~!













이번에도 낙하산을 편 박쥐를 단순하게 잘라보았다.
역시나 자르는 기술이 허섭해서 낙하산과 박쥐머리는 떨어져나갔다.
별도 단순, 달도 단순, 모든 게 단순.
그래서 일단 허전한 밑둥에 번개 두방을 때려주고...
최대한 각을 잡고 날개끝을 말아서 입체감을 살렸다. 샤방~ ^^













이번엔 낙하산을 빼고 박쥐 몸통도 삼각형 프레임만을 남긴 채 잘라버렸다.
별과 낫을 만들고 박쥐 밑에 끼워보았다.
모자 윗면을 타고 뒤로 흐르는 검은모자 박쥐의 날개와는 반대로, 이 박쥐의 날개는 앞을 향해 휘어졌다.
별은 말할 수 없이 삐뚤빼뚤하다.
하지만 그것이 예전 구형흉장의 맛이지. ㅎㅎㅎ







착용샷.
뱃지들은 손바느질로 모자에 붙였다.
그냥 철제뱃지 살까 고민도 했었지만, 모자가 네개인데 단 몇푼은 아니지.





그날 저녁, 이 모자를 쓰고 시내에 나가서 우리각시를 만났다.
그 용기가 대단하단다. 어떻게 이런 걸 쓰고다닐 수 있냐며 웃는다 ㅋㅋㅋ
사실은 각시 뿐 아니라 몇몇 독일 친구들도 희한하게 본다.
뭐, 어쩌랴... 난 맘에 드는데. ^^





20대 군바리 시절의 추억은 이렇게 30대 가난뱅이유학생의 하얀박쥐로 바뀌어간다.





- 뻘짓은 즐겁다 편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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