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여행을 즐기는 사람은 아닙니다. 정확하게는, 목적 없는 여행은 좋아하지 않습니다.
아무런 생각 없이 무작정 떠나는 여행을 못 합니다. 모험을 즐기지 않는 성향이라고 해야 할까요? 아니, 목적 자체는 실현 불가능해도 좋지만, 어쨋거나 목적지가 없으면 집을 떠나지 않습니다. 음... 자기합리화가 심해서 그런것 같기도 하고...? 하여튼 그렇습니다.
그러다보니, 지금까지 가본 여행이래봐야 대부분이 방학동안 가족들이 세워놓은 계획에 발만 쏙 얹어서 날로먹는(?) 패키지 단체여행을 해 왔고, 스스로 떠난 여행이라고는 미국에서 어학연수를 하던 시절 뉴욕시내와 메인, 나이아가라를 갔던 것, 그리고 친구와 둘이 일본 관서지방 여행을 갔던 정도입니다.
그런데, 여행을 막상 떠나보면 참 느끼는 것이 많습니다. 타지의 사람들이 우리네 사람들과는 다르다는 것, 그들이 그런 문화를 갖게 된 이유, 세계적인 예술가들의 유산, 우리와는 또 다른 형태의 대자연의 모습 그리고 분명 우리나라, 우리 사람과는 다른데 본질적으로는 비슷하다는 작은 깨달음까지. 한 번 여행을 떠나면 참 많은 것들을 보고, 배워옵니다. 이번 여행도 그랬습니다. 15박 16일동안 서유럽 10개국을 보는 타이트한 일정이었는데, 사진을 2000장 정도 찍었습니다. 찍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마음껏 찍었습니다. 15일에 2,000장... 저로써는 정말 많이 찍은 겁니다.
자랑은 아닙니다마는, 저는 카메라를 자주 바꾸는 사람입니다. 사진을 좋아하지만, 사진기라는 도구 자체도 좋아하기에 신기종이 나오면 가능하면 만져보려고 하고, 소유해보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학생이라 돈은 없고... 자연스레 단기가에 카메라를 여러 번 바꾸면서 사용하게되고, 그러다보니 한 카메라로 수만 컷을 찍는 경우가 드뭅니다. 아마, 생애 처음으로 구매했던 똑딱이 디카인 니콘 L810을 가장 오래들고 많이 찍었을겁니다. 그걸로 한 2만컷은 찍었나 모르겠네요. 1만은 넘었을건데.. 그때는 초보다보니 컷수고 뭐고 신경도 안쓰고 막 쓰던때라 잘 모르겠습니다. 사실, 그때가 정말 순수하게 사진찍는 행위가 좋아서 아기처럼 무작정 찍었던 때니까 약간 그때의 제 자신이 부럽기도 하네요. 그러고보니 한번 그동안 써본 기종들을 총정리해서 에세이를 하나 쓰긴 써야하는데.. 그건 다음에 쓰기로 하고 일단 본론인 서유럽 얘기로 돌아가겠습니다. 흠흠..
하여튼, 보름간 2천컷정도를 찍었습니다. 카메라는 세 대를 썼습니다. 먼저 제 스마트폰인 LG G2. 꽁짜폰 행사할때 사서 지금까지 잘..은 아니고 그럭저럭 쓰고 있습니다. 액정이 측면에서의 충격에 너무 약해서 두번이나 망가뜨리기도 한 녀석인데.. 다행히도 아직 사진은 잘 나옵니다. 두번째는 제가 웨이스트레벨 촬영기법을 경험하기 위해 개조(?)한 캐논 파워샷 N입니다. 이 녀석이 배터리 성능이 너무 안좋아서, 배터리 네 개를 들고 갔는데도 부족할 때가 있었습니다. 배터리 1개당 150컷정도밖에 못 찍었어요. 물론 리뷰를 자주 하는 제 버릇 탓도 있습니다마는... 그래서 결국 현지에서 구매한 라이카 D-lux type 109를 후반기에는 자주 썼습니다. 라이카.. 이 얼마나 매력적인 이름입니까. 서유럽 여행을 시작하기 전에 결심했던 게, '내가 이번에 무슨일이 있어도 라이카 매장에 가서, 쭉 카메라들 보고, 가격대 1500불 밑에서 괜찮은거 있으면 사온다!'였습니다. 덕분에 해변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프랑스 니스에 가서도 남들이 해변에서 유유자적히 시간 보내는동안 땡볕에서 뛰어다니면서 카메라 중고매장이다, 백화점이다 여러군데를 돌아다닌 끝에 겨우 건진게 이 D-lux입니다.
보통 사진 얘기할때 장비 이야기하는것을 싫어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네가 좋아하는게 사진이지, 사진기냐? 라고 일갈하시는 분들이시죠. 공감합니다. 저도 예전에 사진기 자체에만 너무 집착하는거 아닌가 고민했던 시기가 있었고, 결과적으로 지금은 아 나는 사진과 사진기 둘 모두를 좋아하는구나 하고 스스로를 합리화한 상태입니다(-_-;;).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사진기를 좋아하신다면, 그 성향을 굳이 숨기실 필요는 없다는 겁니다. 당당하게 말씀하셔도 됩니다. 나는 사진기 모으는게 취미다. 사진 자체는 그냥 기록용으로 쓰는거지 사실 큰 관심은 없다. 그러셔도 됩니다. 누가 뭐라고 하겠습니까. 보통 '중요한건 사진이지 사진기가 아니다'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비판하는 대상은, 흔히 말하는 '장비부심'을 부리는 환자들입니다. 장비를 좋은 걸 갖고 있으니 내가 찍는 사진이 너보다 낫다, 혹은 사진의 기술적인 부분만 가지고 남의 사진을 폄하하는 몰지각한 사람들을 비판하시는 거죠. 예를 들자면, 풀프레임이 똑딱이보다 당연히 좋고, 더 좋은 사진을 찍는다던지.. 배경흐림이 없는 사진은 별로라든지.. 바보같은 얘기들이죠. 정작 사진에서 중요한건 어떤 이야기를 전달해 주느냐지 얼마나 보기좋고 예쁜 이미지를 만드느냐가 아닐 텐데 말이죠.
너무 삼천포로 얘기가 빠지는데, 위 주제들로 글을 다시 쓰기로 하고.. 이번 서유럽 여행을 다녀오면서, 가져온 기억들을 여러분과 조금 공유해보고자 합니다. 사진 하나하나에 부가설명을 달지는 않았습니다. 그저 보시고, 어떤 이야기를 건네고 있는 것일까 조심스레 추측하면서, 상상력을 자극하는 사진들이 되었으면 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 글을 쓰면서 여러 번 오류가 나서 파일을 날려먹었습니다. 그래서 막 쓰고있는데.. 부디 기분나쁘지 않으셨으면 좋겠네요. 만약 그러셨다면 죄송합니다.
그럼, 이제부터는 사진들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즐겁게 봐주셨으면 좋겠고, 좋은 밤 되세요. 용지갑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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