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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라는 링위에 서다 1

Broken Matrix | 11-05 18:26 | 조회수 : 2,939 | 추천 : 0



 



 



2013년 겨울 한 송년회 자리



거한 1차 자리가 끝나고 차가운 밤바람에 서늘한 느낌이 온다.



급격하고 강한 후두부의 압박과 함께 찾아온 그 서늘한 느낌



내 몸이 술과 기름진 음식과 점점 멀어질 때가 왔음을 알리는 신호였다.



그래서 찾아간 곳은 복싱 체육관이었다.....



 



어렸을 적 브라운관 TV를 통해 보았던



마이크 타이슨이나 조지포먼에 대한 동경도 아니었고



스파링 파트너로 매값 벌어가며 다녔을 수 많은 권투인들과 같은



헝그리정신도 아니었다.



 



아직까지 집도 절도 없고 먹고 사는것 만으로도 빠듯한 학생 신분이긴 하지만



내 발을 체육관으로 향하게 한건



지금의 내 사회적 현실보다도 인생이라는 링 위에서 서있을 체력이 남아 있지 않음을



스스로 느끼는 우울감과 절박함이었다. 



 



그리고 나는 다시 링위에 설 준비를 한다.



 





 



 



삶은 사냥터와 같다.



매일 매일 먹을거리를 구하지 못하면 



내가, 내 아비와 어미가, 그리고 내 자식과 여자가 굶는다....



 



그리고 어느새 나 또한 누군가의 사냥감이 되고는 한다.



뭐 어쩌겠는가 이 사회는 약육강식의 정글아니었던가....



그렇게 생각하면 편하다... 삶도 죽음도 그냥 일부일 뿐이다..



 



그래서 나는 거울을 보며 외줄을 넘는다....



적이 없어도 보는이 없어도



거울을 보며 나는 외줄을 넘는다.... 그리고 샌드백이라는 무생물을 때린다...



 





 





 



 



복싱이건 무에타이건 아니면 요새 유행하는 종합격투이건



격투기를 배워본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어렸을 때...



그러니까 크게 체력적인 어려움이 없던 시절에 배웠던 사람이라면



그러한 기억이 없을 수도 있겠지만



 



성인이 된 이후 술과 담배에 찌들고 기름진 음식으로 채워진



풍족한 현대사회를 그대로 끌어안고 사는 육신으로 



배웠던 사람이라면 아마도 느꼈을 것이다.



 



좁아보이는 그 링 안에서 나의 약점과 급소를 노리는 상대방과 정해진 시간만큼 서 있는 것



그 조차도 얼마나 힘에 부치는 일인지...



심지어 연습상황에서 조차도 말이다...



 





 



 



그래서 할 수 있는 건 오로지 연습 뿐이다.



이건 상대방을 이기기 위한 연습이 아니다



링 위에서 처절히 두들겨 맏더라도 버틸 수 있는 체력을 기르기 위한 연습이다.



이번에 버텨야 다음에 다시 링 위에 설 수 있으니까...



 



 





 



 



복싱에서 글러브를 낀다는 것은 



상대방을 때리겠다는 의미도 있지만



내 주먹을 보호하려는 의미도 있다...



계속해서 링위에 오르기 위해서는



내 무기를 잘 단련하고 그리고 보호해야 한다.



 



 



 





 



 



아이러니한건 내 무기를 보호해줄 이 녀석은



상대방을 많이 두드릴수록 점점 거칠어진다...



그런거다..



 



내 무기도 항상 갈고 닦지 않으면



언젠가는 무뎌지고 갈라지고 터져서 사용할 수 없게 된다.



그런거다...



 



 





 





 



 



비록 비루한 몸떵이라도 그렇게 글러브를 끼고 



링위에 올라 상대방과 마주할 용기를 갖게 된다면



상대방의 주먹을 온몸으로 받아내고도 서있을 수 있는 체력이 있다면 



 



 





 



 



그렇게 이 게임의 공은 울린다...



맞으면서 느껴라



느끼면서 내 무기를 던져라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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