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되돌아 보면 매일 아침 같이 다니던 일행이 깨워서 일어났던것 같은데. 사실 난 잠이 많은 편이어서 평소에는 일찍 일어나는게 꽤 힘들었는데 그래도 여행중에는 어찌어찌 민폐끼치지 말아야지 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일어났던것 같다.
하코네 관광은 사실 여행 계획 초반에는 전혀 계획에 없던 코스였지만, 중간에 일행 한명이 추가되면서 계획에 추가 되고 그 후에 하코네에 대한 정보를 구하면서 여행기간중 가장 기대되던 코스가 되었다. 사실 새벽같이 일어나서 출발했던건 오다와라역에서 출발하는 등산열차를 타기 위해서는 9시 이전에는 도착하여야 했기 때문이지만 운 좋게도 신쥬꾸에서 탑승한 오다큐센 특급열차가 하코네유모토행 열차여서 꽤 시간을 아낄 수 있었다.
물론 교통비를 아끼기 위해서 티켓은 하코네 위크데이패스를 끊었다. 가격은 무려 4,100엔 이지만 도쿄-하코네 왕복 차비와, 하코네 구역안에서의 모든 교통수단이 포함되는 가격이기 때문에 오히려 경제적. 물론 특급관광열차인 하코네로망스를 탑승하기 위해서는 870엔의 추가요금을 내야하기때문에 하코네행 열차는 로망스카를 타지 않고 그냥 오다큐 특급열차를 이용했다. 이 열차도 초반에는 출퇴근하는 인파로 꽤 사람이 북적였는데 어느정도 지나니 꽤 한가해졌다. 초반에 운 좋게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서 일찍 일어난 여파로 같이간 일행은 앉아서 부족한 잠을 보충하고 나는 PMP로 드라마를 좀 보던 중에 잠깐 창밖을 보니 지평선이 보이며 그 중간에 높이를 자랑하며 서있는 후지산을 볼 수 있었다. 이 때 사진을 찍었어야 했는데 하코네에 가면 더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겠지 하며 찍지 않았던게 그렇게 후회될줄이야... 역시 사진 취미를 가지면 셔터찬스는 놓치면 안된다는 것을 다시한번 습득.
그렇게 전철을 타고 하코네유모토에 도착했을때는 이미 시간이 9시 40분. 이 역에서 등산열차로 갈아타고 고라역으로 향하는데 밖에 보이는 산악 풍경은 우리나라의 강원도의 풍경과 크게 다르지는 않았지만 벚꽃이 피는 봄에 오면 저 계곡의 풍경이 분홍색 벚꽃의 색으로 물들걸 생각하면 역시 사람이 많아도 성수기에 관광해야 하는 이유를 다시한번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결심한건 다음에는 꼭 성수기때 다시 와야지 하는 정도...
하코네유모토 역에서 고라역까지는 약 40여분은 걸린것 같다. 스위치백 형식으로 산을 타고 오르는 등산열차는 속도는 빠르지 않지만 그래서 더 풍경을 즐기는데는 유리할지도.
고라역에서 내려서 방문한곳은 고라공원. 사실 고라공원은 그렇게 특색있는 공원도 아니어서 그냥 패스했었으면 그 뒤가 참 좋았겠지만 아직 날씨가 좋았던 시간이어서 뒷일을 생각지 못했던 우리는 여유롭게 고라공원으로 향하게 된다. 뭐 식물원은 그렇다 쳐도 일본전통가옥 본것 정도는 괜찮았으니 그러려니 해야할지도. 고라공원 안의 장미공원은 아직 계절이 계절이니 만큼 정말 황량한게 이쪽은 오히려 여름에 방문해서 봤다면 좋았을지도. 그래도 왠지 하코네와 장미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지 않을까?
차라리 고라공원보다는 조각의 숲 미술관을 봤었다면 좋았을지도 모르겠지만 이건 다음 여행에 갈 수 있다면 그때의 즐거움으로 남겨놓도록 해야지...
고라역에서 소운잔역 까지는 더이상 등산열차가 다니지 않기때문에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야 한다. 홍콩영화에서 보던 그런 형식의 케이블카 인데 올라가면서 보이는 주변풍경은 일품. 소운잔역에서 하차하여 오와쿠다니역으로는 로프웨이를 타고 가게 되었다. 이 로프웨이를 타면 밑에는 화산활동으로 생긴 대 협곡을 감상할 수 있는데 지옥이라고 불리는 이유가 납득되는 순간이랄까. 아직까지도 얌전한 화산활동으로 인해서 수증기가 피어오르고 유황냄새가 진하게 풍겨온다. 하코네유모토의 온천수는 이곳에서 파이프를 통해 공급되어진다고 한다.
로프웨이를 타고 오와쿠다니역에서 하차하면 하코네 지역에서 가장 높은 곳인 오와쿠다니인데 위쪽의 온천수로 삶은 까만달걀을 파는 타모가쨔야라는 가게로 향하는길에는 유황가스 조심이라는 간판이 여기저기 세워져있다. 일행과 둘이서 우리 이러고 놀고있는데 여기서 화산 터지면 우리 다 죽는거야? 라고 하면서 까만삶은달걀도 구입하고 화산 사진도 찍으며 즐길 수 있는만큼 즐기기로 하였다. 그나저나 이 시기에 오는 관광객은 대부분이 한국, 중국 관광객인듯. 익숙한 한국말들이 어찌나 여기저기서 들리던지...
사실 이곳에서는 날씨가 좋은날에는 후지산을 볼 수 있다는데 우리가 출발했던 아침부터 고라공원까지만 하더라도 하늘에 구름한점 없는 맑은 날씨였는데 가볍게 점심을 먹고 로프웨이를 탈때부터 갑자기 어두운 구름이 하늘에 가득차기 시작해서 결국 우리는 후지산 감상을 할 수 없었다. 덕분에 고라공원 가지말고 바로 올라올껄 하는 후회를 하였으나 하늘의 뜻인걸 어쩌랴. 할수없이 나중에 한번 더 가야지 (...)
사실 오와쿠다니역에서 아시호수까지는 다시 로프웨이를 타고 내려가야 하지만 마침 우리가 갔을때는 이 로프웨이가 공사중이어서 별 수 없이 버스를 타고 내려갈 수 밖에 없었다.
아시호수에 도착할때 쯤 부터는 하늘에 구름만 끼는게 아니라 요코하마에서의 바람 세기는 아니지만 꽤 차가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여기서 유람선을 타고 이 호수를 건너야 하는데 이 유람선이라는게 한마디로 말해서 해적선 (...) 그야말로 한국에서도 지방 유원지 가면 있을듯한 디자인의 유람선으로 호수를 횡단해야 하는데 솔직히 좀 취향밖이라 범선으로 할거면 좀 우아한 디자인으로 만들던지 아니면 차라리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심플하게 가던지... 불만불만... 덤으로 1등석은 추가요금 내야하는데 왠 중국인들이 그리 많아!! (버럭)
어쨋든 이 유람선을 타고 아시호수를 횡단하면 도착하는곳이 바로 하코네마치. 아직은 비수기라서 그런지 몰라도 약간 썰렁한 느낌의 마을이었다. 고라역을 패스했다면 아마 여기서 점심을 먹었겠지만 이미 하일라이트를 거의 다 지나쳐온 느낌이어서 약간 맥빠지는 기분이 들기시작하였다. 하코네마치를 관통하는 도로를 얼핏 보면 벚꽃잎이 떨어져서 길에 쌓여있는듯이 보이는데... 사실 이건 짜가다 (...) 아스팔트 길에 하얀돌을 박아서 꼭 벚꽃잎에 떨어져 있는듯 보이게 만들어 놓았을 뿐 (...) 일본에서는 꽤 유명하고 인기도 있다는 하코네역전의 코스여서 그렇게 꾸며놓은게 아닐까도 싶다.
어쨋든 하코네마치에서는 도보로 온시하코네공원으로 향했는데 과거에는 왕족 피서지 및 해외귀빈용 숙소로 쓰이던곳이지만 관동대지진으로 몽땅 무너져서 지금의 조촐한 건물 하나만 남아있고 공원으로서 활용되고 있다. 날씨가 좋았다면 호수를 바라보는 풍경이 참 그럴듯 했을텐데 그놈의 먹구름과 바람은...
이 온시하코네공원 정문으로 다시 나오면 삼나무 가로수 길로 향하게 되는데 하늘높이 뻗어있는 삼나무사이로 걷는건 꽤 유쾌하게 걸을 수 있었다. 이 삼나무 가로수길을 지나면 모또하코네에 도착하는데 하코네마치와 비슷한 느낌의 마을이다. 여름에는 이 마을에서 마쯔리가 있다는데 하코네에서 마쯔리를 즐기기 위해서 여름에 방문하는것도 꽤 괜찮을 듯.
여기서 조금 더 가게 되면 하코네신사가 있는데 그 앞쪽의 도리이의 주황색이 촌스러워!! 라는 이유를 대며 (사실 당장이라도 먹구름에서 비가 내릴것 같았다.) 하코네유모토행 직행버스를 타고 숙소로 돌아가기 위하여 출발했다. 문제는 이 버스가 지나가는 길이 만화 이니셜D에 나오는 길 같은 느낌의 다운힐이었다는것. 덤으로 버스기사 아저씨는 현란한 운전솜씨를 뽐내며 쾌속 다운힐을 (...)
어쩃든 이 하코네라는 지역은 봄의 벚꽃과 함께 온천을 즐기기 위해서 방문한다던지, 7월 31일과 8월 5일 그리고 8월 16일의 마쯔리와 함께 온천을 즐기기 위해서 가는게 좋을 듯. 성수기이기 때문에 사람도 바글바글 하겠지만 이 때 아니면 절대 경험하기 힘든 경험일것 같아서 나중에 돈 좀 벌면 한번 꼭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다시 도쿄로 오는길은 오다큐선 특급 로망스카를 타기로 하였다. 추가 요금 870엔을 내고 탑승하였는데 알고보니 표 끊을때 미리 맨 앞과 뒤의 전망석칸을 달라고 하면 그쪽을 이용할 수 있는 것 같았다. 확실히 870엔이나 더 내고 타니까 좌석도 편하고 서비스도 좋고 속도도 빠르고 좋긴 좋네 라는 느낌이 들긴 들었다.
그리고 신쥬쿠역에 도착해서 잠시 요도바시카메라에 들려서 한국서 부탁받은 물건을 슬쩍 구입해서 숙소로 향하고 숙소에서 일행들과 하코네에서 들고온 검은삶은달걀을 까 먹고 여행을 함께했던 일행은 아침일찍 귀국비행기를 타야 하기에 일찌감치 취침 본인또한 피로가 쌓여서 조금 더 놀다가 잠자리에 들었다... 그렇게 일본에서의 마지막 밤은 흘러갔다
To be continued < 귀국, 하늘에서 본 후지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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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07-10-16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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