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카메라를 소지할 것. 마음에 드는 장면을 발견하면 주저없이 카메라를 꺼낼 것. 그리고 주위사람들의 시선을 절대 의식하지 말것.
멀리 여행을 떠나야만 멋진 장면을 마주칠 수 있는것도 아니고,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 꼭 값비싼 카메라가 필요한것도 아니다. 그냥 마음편하게 매일같이 카메라를 들고다니며 마음 내키는대로 찍고, 또 찍고 그러면 어느새 사진 속의 일상이 특별해지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되곤 한다. 하지만 늘 카메라를 들고 다닌다는게 말처럼 쉬운일은 아니더라.
[밥짓는 연기 ; 학생식당에서]
하루하루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사진을 찍을 잠깐의 여유조차 허락되지 않는다. 물론 나역시 마찬가지. 새벽같이 일어나 밥도 먹는둥 마는둥, 대충 그렇게 차려입고 발디딜 틈 없는 지하철에 몸을 구겨넣으며 그렇게 출근. 얼렁뚱땅 회사에서 일하다보면 어느새 점심시간, 어느새 퇴근시간. 칼같이 여섯시 땡 치자마자 달려나와도 집에 오면 어느덧 7시 반, 늦은 저녁을 먹고 잠깐 소파에서 쉬다보면 어느새 아홉시 뉴스가 끝나간다.
하루는 너무 짧고, 해는 일찍 져버린다. 오늘도 그렇게 억울하게 하루를 빼앗겨 버린다.
[해는 금방 지고만다 ; 운동장에서]
인간은 의외로 단순해서 기억할만한 큼직한 일들을 벌이거나 흔적을 남겨두지 않으면 쉽게 시간을 흘려보내고 만다. 안되겠다 싶어서 융으로 카메라를 둘둘 말아서 가방에 집어넣고 출근했다. 오늘은 또 어디로 출사를 나가봐야하나, 서울에서 안가본곳이 또 어디있을까, 이런 고민 안해도 되는게 참 좋다. 어차피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내가 가는곳은 똑같으니 이제는 좀더 진지하게 '뭘 찍어볼까'에 집중해볼 핑계가 생겼다.
[구름없는 하늘 ; 박물관에서]
놀멍, 쉬멍, 걸으멍.
요즘 한창 서점에서 잘 팔려나가는 책 이름인데 놀며, 쉬며, 걸으며 라는 말의 제주 방언이란다. 오늘 내 모습이 딱 그랬다. 누가 시켜서, 일이라서, 해야하는거니깐 하고 생각하면 한없이 지루하고 힘들겠지만 걸으며 잠깐씩 숨을 돌려보고, 눈길이 가지 않던 곳에 한번 더 눈길을 주고 생각하고. 그런게 마냥 즐겁다.
[사진은 찍기 나름 ; 우체국에서]
우체국에 들어가니 대기인 수가 무려 37명. 오늘도 한시간은 족히 기다려야 할 모양이다. 리뷰버튼을 눌러 내가 걸어온 길을 다시 한 발자욱 씩 되짚어 가본다. 오늘 하늘이 이렇게 맑은줄도, 어느새 눈이 다 녹아 거리가 깨끗해진줄도 미처 몰랐었는데 보이지 않던게 하나씩 보이더라.
[시간 ; 학생식당에서]
나이가 들면 들수록 시간은 더 빠르게 지나간다. 시간이 누구에게나 절대적으로 평등하다는건 사람들의 가장 큰 착각이다. 사람마다 다르게 느끼고, 길어졌다가 짧아졌다가 그러기도 하는 지극히 주관적이고 상대적인게 바로 시간이다.
하루가 너무 짧다고 느껴진다면 놀며, 쉬며, 걸으며 그러면 된다. 가방에 카메라를 넣고 집을 나서보자. 누구나 매일같이 겪는 일상이지만 누구나 다 사진을 찍고 일상을 기억해보려 노력하지는 않는다. 어차피 늘일 수 없는게 시간이라면, 같은 시간동안, 하룻동안 더 많은 일을하고 기억할 꺼리를 많이 만들면 된다. 그러면 하루는 그만큼 꼭 길어질테니.
회원정보
아이디 : dbsal35
닉네임 : 쥬니맘
포인트 : 40223 점
레 벨 : 우수회원(레벨 : 7)
가입일 : 2009-06-07 23:37
포토앨범보기 쪽지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