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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P2s] fiction or nonfiction

추억을크로핑하다 | 06-09 15:09 | 조회수 : 1,743 | 추천 : 4

"...다시 한번만 생각 해봐달라고 물어보면 안될까?"
"응, 안돼"
"...그래, 그럼 잘가."

그렇게 그들은 어느 봄, 길바닥에서 남이 되었다.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했던 그녀에게
더 이상의 생각할 만한 틈새는  남아 있지 않았고

그는,
갑작스런 통보에 당황해 할말을 잇지 못하고 그러마고 그녀를 그렇게 보내주었다.
워낙에 그녀말을 잘듣던 그였으므로, 끝까지 그녀의 말을 들어주었던 것이다. 



 


그후 두달이 흘렀다. 
늦도록 추워서 더이상 봄이 오지 않을 것 같던 그해도 어느새 훌쩍 더워졌고, 해가 길어졌다.

길어진 해에 7시반에 퇴근해도 너무 일찍 가는 것 같은 자책을 느끼며 그녀는 퇴근을 한다.
'난 엄마 병문안을 가는 정당방위가 있다고.'라며 스스로를 위안한다.

오늘은 병원을 가기위해 버스를 기다린다.
그 버스 정류장은 그의 집에 가기 위해 탔던 버스 정류장이기도 하다.
그녀는 문득, 그가 생각났다. 


 
 

버스를 탄다.
앞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남방을 입은 남자가 초저녁부터 졸고 있다.
'많이 피곤한가 보네. 아 나도 졸리다..'라고 그녀는 생각한다.

남방은 예전 그가 즐겨입었던 스타일이다
.
그녀는 문득, 그가 생각났다. 


 


 

 딴 생각을 하다가,
내릴때가 되어서야 소지품과 함게 정신을 추르고 버스에서 내린다.

엄마의 병실에 간다.
모녀끼리 이런저런 수다를 떤다.
어느새 아홉시다.
집이 멀기 때문에 슬슬 병원을 나선다.

버스를 타러가는데 익숙한 번호의 버스가 보인다.
일단 생각없이 뛰어서 버스를 타러간다.
타고나니 왠지 반대편에서 타야될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렇다. 그녀는 타고난 길치다.
그녀는 그녀의 길치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다른 사람들은 길이 다니다 보면 자동적으로 길이 외워진다는데, 난 자동적으로 안외워져. 굳이 외우는걸 머리가 거부하나봐.'
그녀는 새로 이사간 곳의 동네도 1년째 헤메고 있었다.

여하튼, 버스를 반대편에서 타야했을까 생각하던 그녀는,
이 버스를 타면 그의 집으로 가는 것임을 떠올린다.
그녀는 문득, 그가 생각났다. 


 


 

'그래 환승하면 되지 뭐, 이런적이 한두번도 아니고.' 라고 그냥 편하게 마음을 먹는다.
환승할 버스를 기다리며 사진을 찍는다.
생각보다 야경샷이 잘 나와줘서 신이 난다.

버스에 탄다.
얼룩얼룩 버스엔 눈물자욱이 있다.
버스도 슬플 때가 있나보다 라고 그녀는 생각한다.


버스에 내려 집으로 걷는다.
장미의 계절이다.

몇년전에 그에게 받았던 장미를 생각한다.
그를 처음 만난 것도 이 맘때였다.

그녀는 문득, 가로등 불빛처럼 쏟아지는 그의 생각을 주체할 수 없었다.



 
 

DP2s, IS0 800, JPG 흑백모드 촬영.

fiction or nonfiction.  없었다고 하기엔 너무나도 있었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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