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저 잎들은 아직도 붙어있네요. 생명이란 게 참 신비롭죠?"
"난 싫다. 추잡시럽고 꼴보기 싫다"
"왜요?"
"갈 때 되면 제깍제깍 가야지, 저게 뭔 꼴이냐, 흉측하다"
"그래도 참 질기게 붙어있는 게 대단하지 않아요?"
"가을에 우수수 떨어졌으면 좀 좋으냐, 거름도 되고 땔감도 되고.. 뭔 미련이 남아 겨우내 가지에 눈이 덮여도 눈치없이 버틴단 말이냐"
"봄바람 불어 한가지에 새순이 돋아야 저것들은 그제야 쫒겨나듯 떨어진다. 때를 거스르는 것만큼 꼴 사나운 게 어디 있느냐"
"어무니, 그래도 다 끝까지 잘 살아보겠다고 바둥거리는 건 갸륵하잖아요"
"어린 잎이 그러면 갸륵하지, 낙엽은 떨어져야 낙엽이다"
"사람도 마찬가지야. 갈 때 되면 어서어서 가야지, 늙은이들 입 열어 큰소리 치고 맛난거 먹겠다고 아우성 치고 돈 좋다고 눈알 굴리는 몰골들이 참으로 가관이다"
"어머니, 사람이 아무리 늙어도 누구나 좋은 거 입고 싶고, 맛난 거 먹고 싶고, 좋은 데 가고 싶어해요. 당연한 겁니다"
"아니, 사람은 시간이 됐음을 알고 내 누울 곳이 어디인지 알아야 사람이다. 늙은이들이 뭔 영화를 보겠다고 저 흉칙한 이파리처럼 저리 질기게 가지를 붙잡고 있단 말이냐"
"가을 단풍 이쁠 때 함께 떨어졌으면 좀 좋으냐. 낙엽은 그 때 밟혀야 소리도 이쁘다, 눈비에 더러워진 저 꼴을 봐라, 저건 낙엽이 아니다 산 송장이지"
"어머니, 자꾸 왜 그러세요"
"봐라, 너도 이 에미 늙었다고 에미 말을 귓등으로 듣지 않니"
"아니 어머니, 그게 아니고 아 진짜 ...;;"
"막내 너도 이제 초로의 나이 중년이다. 사람은 잘 늙어야 한다. 정신줄 바짝 잡거라"
"네 엄마"
장수시대가 낳을 재앙이니 뭐니.. 언론에서 하도 떠들어서 그런가.. 80을 오래전에 훌쩍 넘기신 어머니 눈에는 저 잎들이 그리 흉칙해보이나 봅니다.
에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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