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개시물은 '소니 FE 렌즈 체험단 4기'의 일환으로 작성되었으며, 할인구매 등의 기회를 제공받습니다.
[FE 렌즈 체험단] 소니 FE 85mm f/1.4 GM 리뷰 1부
예고한 대로 이번 편에서는 FE 85.4GM 렌즈의 광학적 특성, 기계적 성능을 살펴보겠습니다. 가장 눈여겨 볼 부분은 해상력과 보케, AF일 듯 싶습니다. 사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렌즈는 그냥 샘플 보시고, AF 테스트 보시고, 무게 몇그람인지 보시고 판단하면 되는, 의외로 결정하기 쉬운 렌즈입니다.
해상력
아마도 이 렌즈의 최대 약점은 자동초점일 겁니다. 속도도 느리고, 가뜩이나 심도가 얕다보니 AF에 실패할 가능성도 다른 렌즈들보단 높은 편입니다. 아마 속도 면에선 DC 모터를 쓴 저가 렌즈나, 매크로 정도를 제외하곤 FE 렌즈 중 가장 느릴 듯 합니다. 그렇게 빠르지 않게 일관된 속도로 움직이는 물체 정도를 제외하곤 동체추적 성능도 크게 기대하긴 어렵습니다. 그래도 인물촬영 시 Eye AF와 AF-C의 조합으로 눈동자나 얼굴을 따라갈 정도의 성능은 됩니다. 인물은 그렇게 크게 움직이진 않으니까요.
FE 85.4GM의 또다른 약점은 AF 시의 소음입니다. 보통 모터에서 소음이 나는 경우 징징거리는 소리거나 찍찍거리는 소리가 나는데, 이쪽은 SSM 모터를 쓰는데다 소리로 보건데 모터 소음처럼 들리지는 않습니다. 그것보단 슥슥 거리면서 뭔가 쓸리는 느낌? 대구경 AF 모듈을 레일을 따라 움직이면서 마찰음 같은 게 생기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듭니다. 일부 해외 보고에서는 일정 시간 사용하고 나니 소음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는 얘기도 있긴 합니다. 갈려나가 더이상 마찰이 안 생겨서 그런 거라면 그건 그거대로 난감한 문제긴 합니다만 아직 정확한 사실은 불명입니다.
조리개링
소니 고급 단렌즈 답게 조리개링이 들어가 있습니다. 사실 조리개링이 들어간 이유는 클래식 렌즈의 사용감을 전달하기 위해서라기 보단, 동영상의 의미가 더 크다고 봅니다. 바로 클릭/넌클릭 스위치를 이용해서 말이죠. 넌클릭으로 스위치를 옮기면 조리개링에 클릭감이 없어져서 딱딱한 끊김 없이 DoF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렇다고 시네렌즈 만큼 부드러운 DoF 컨트롤이 가능한 건 아닙니다. 다이얼/링의 끊김에 의해 툭툭 끊어지는 느낌은 덜해지지만, 조리개 자체가 무단조리개는 아니기 때문에 어느정도 단계적 변화는 있습니다. 기왕이면 조리개도 무단조리개까지 해줬으면 더욱 빛났을텐데, 그 부분은 시네렌즈와의 영역구분 탓인지 아쉽게 빠졌네요. 물론 스틸샷 용도로도 경통을 잡고서 조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적응되면 나름 편리하긴 합니다. 스틸샷의 경우에는 클릭감이 약간 무른 것 빼고는 별다른 문제는 없습니다.
총평
장점
- 프레임 전반에 걸쳐 고른 해상력
- 양파링 없는 보케
- 보케 찌그러짐과 각짐에 매우 강함
- 원형조리개 치고는 괜찮은 빛갈라짐
- 훌륭한 고스트/플레어 억제력
- 클릭/넌클릭 기능이 있는 조리개링
- 듬직하고 탄탄한 후드
단점
- 무단조리개였으면 더 좋았을텐데...
- AF 속도와 소음
- 크고 무거움
- 렌즈에 손떨림 보정이 없음
해상력 4.5/5 최대개방의 약간의 소프트함 외에는 불만 없음, 극주변부까지 안정적
색수차 4/5 최대개방에서 약간의 색수차
고스트/플레어 4.5/5 억제력 매우 좋음
왜곡 5/5 사실상 없음
보케 5/5 양파링 없으며 쉽게 찌그러지거나 각지지 않는 보케! 거의 완벽!
빛갈라짐 4/5 소니 FE 렌즈 중 가장 좋은 수준
포커스 2/5 AF 속도도 느리고 소음도 다소 있다.
가치 4/5 초기 가격에서 빠진 지금 85mm를 찾는다면 원탑급 강추
FE 렌즈 체험단 두번째 렌즈는 FE 85mm f1.4 GM 렌즈였습니다. 사실 두번 연속으로 제 사진 습관과는 상극인 렌즈가 걸렸는데, 그래도 85mm 자체는 평소 경험 자체가 적다보니 재미있는 점들도 있었습니다. 2주의 체험 후 떠나보내면서 떠나보내기 제일 아쉬운 렌즈로 기억될 듯 싶네요.
사실 FE 마운트용 85mm라고 하면 이미 자이스 바티스 85.8도 써본 적 있는데, 분명 인물용이 아니라도 스냅용으로 흥미롭고 배경날림이 잘 되는 렌즈였지만 역시나 확실한 목적성 내지는 주제를 가지고 접근해야 하는 화각이다보니 쉽게 들리지 않아 아까워서 다른 좋은 분 손에서 빛나도록 내놓았네요.(말은 거창?)
어쨌든 85.4GM은 GM 렌즈 발표회에서도 체험해본 바 있고, 기본적인 특성은 그때와 거의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듬직할 정도의 크기와 무게, 두드러지는 대구경, 그리고 다소 실망스러운 AF 까지 말이죠. 물론 실제로 들고 찍는 건 다른 문제라서, 사용 조건이 까다로운 편이긴 해도 맞아 떨어지는 경우엔 이만큼 괜찮은 사진 내주는 렌즈도 제 사진 인생 중 보기 드문 녀석이긴 했습니다.
일단 G Master 렌즈가 다 그렇지만, 해상력은 수준급이긴 하되 그렇다고 완전 충격적일 정도로 좋은 건 아닙니다. 물론 현행 85mm f1.4 렌즈들은 대부분 연식이 된 편이라, FE 85.4GM이 해상력이 가장 좋은 녀석일 거라고는 확신합니다. 극주변부까지 균등도도 좋은 편입니다. 조만간 시그마가 치고 오겠지만 그쪽은 크기와 무게가 완전 상식을 넘어선 수준이니 당연히 좋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GM만 해도 바티스만 써본 입장에선 크고 무겁다 생각했는데 시그마 아트는 이건 절대 쓸 일 없다고 혀를 내두를 정도였으니 말이죠;
하지만 FE 85.4GM의 가장 큰 강점은 해상력보다는 보케입니다. 사실 G Master 라인업 자체가 해상력은 기본기 만큼만 해두고 보케에 투자한다는 철학이 노골적입니다. FE 70-200 GM은 보케가 양파링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탓에 약간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물론 11매 원형 조리개의 효과는 있었지만요. FE 85.4GM은 GM 렌즈 중 유일하게 XA 렌즈 만으로 비구면 렌즈가 구성된 녀석입니다. 고급 렌즈에서 비구면 렌즈가 필수가 된 시대에, 과연 소니의 호언대로 양파링 효과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요? 정말 그랬습니다.
확실히 보케의 양파링을 없앤다는 부분은 모든 메이커들이 그렇게 중요시 하고 있는 부분은 아닙니다. 하지만 보케를 중시하는 렌즈로써, 그리고 양파링 때문에 일부러 해상력이 떨어지고 수차도 취약한 구형 렌즈를 쓴다는 분들도 있는 입장에서 해상력과 보케를 양립시킨 FE 85.4GM 렌즈의 존재는 확실히 두드러집니다. 현존 85mm 중 최상급 수준의 해상력, 그리고 어떤 현대 AF 렌즈에서도 극복하지 못한 보케 양파링을 제거하고, 또 대구경과 11매 원형조리개로 보케 모양도 최대한 원형을 보전하고 있습니다.
이 렌즈의 스윗스팟은 f2라고 생각하는데, 망원화각이라 여전히 보케가 충분히 큰 편이면서, 동시에 프레임 전역에 원형을 유지하고 해상력도 올라가는 지점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래도 최대한 배경을 많이 날리고 싶어서, 혹은 의도적으로 약간의 소프트함을 이용하고 싶어서 최대개방을 쓰고싶다는 생각은 계속 들게 만드는 놈입니다. 솔직히 야경 풍경 찍을 때 말고 이 렌즈 쓰면서 f2를 넘어간 적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지만 완벽한 렌즈는 없는 법. FE 85.4GM엔 한가지 약점이 있습니다. 바로 AF죠. 사실 워낙 대구경으로 나올 때부터 유리알 크기와 무게, 거기에 심도 때문에 AF가 바티스 85보단 좋을 리 없다고 생각하긴 했습니다. 하지만 예상했던 것보다도 조금 더 떨어지는 모습이네요.
일단 FE 85.4GM은 여타 소니 최신 렌즈들과 달리 AF 모터로 비교적 고루한(?) 초음파모터, SSM을 쓰고 있습니다. FE 24-70GM에 쓰인 다이렉트드라이브 SSM 같은 최신 모터는 아직 구동력이라든가 대구경 단렌즈에 쓰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는 듯 합니다. 최근 나온 FE 50.4ZA도 SSM을 쓴 걸 보면 말이죠. 물론 SSM 자체가 최신기술이 아니란 점을 빼면 그렇게 나쁜 것도 아닙니다. 사실 대부분의 FE 렌즈가 SSM을 쓰지만 별 문제가 없죠.
하지만 FE 85.4GM은 SSM의 통념을 깨트립니다. 속도야 렌즈별 차이가 있다고 쳐도 소리 만큼은 거의 무소음이라는 SSM의 통념을 말입니다. FE 85.4GM은 AF 시 소리가 어느정도 납니다. 신경에 거슬릴 정도의 고음이라거나, 징징거리는 소리는 아닙니다. 오히려 특이하게도 슥슥거리면서 움직이는 티를 내는 소리인데, 사실 SSM 자체가 가청역 소리를 낼 리는 없기 때문에 이는 AF 모듈의 설계와 연관이 있는 부분처럼 보입니다. 모듈이 레일을 따라 움직일 때 마찰에 의해서 소리가 나는 게 아닌가- 하는 추측입니다. AF-C로 초점 맞추면 열심히도 슥슥거립니다.;
어쨌든 FE 85.4GM은 DC모터를 쓴 저가렌즈를 제외하곤, FE 렌즈 중 두드러지게 소음이 나는 렌즈입니다. 물론 DC 모터 만큼은 아니지만, 나는 건 나는 것이죠. 거기에 AF 속도가 썩 빠르지 않다는 점까지 겹쳐서 AF 면에서는 그다지 좋은 인상을 받기 힘듭니다. Eye AF와 위상차를 이용한 AF-C 덕분에 인물사진을 그럭저럭 찍긴 했지만, 분명 민첩성에서 걸림돌이 된 적이 있고 놓친 샷들도 간혹 있었습니다. 분명 이 렌즈는 스포츠나 액션을 찍기 적합한 렌즈는 아니라 할 수 있습니다.
광학적으로는 흠잡을 구석이 없었음에도, AF 성능 때문에 대응성이 떨어지는 건 아쉬운 일입니다. 모터 힘이 딸리거나 하는 거라면 타 메이커가 하는 것처럼 듀얼 모터를 쓴다든가 하는 식의 방식도 생각해볼 만 할텐데, 아무래도 85mm에는 별로 액션샷 촬영을 기대하는 경우는 없다보니 소니에선 다소 안일하게 접근한 듯 합니다. 인물촬영에 지장이 있을 정돈 아니지만, 같이 찍는 바티스 85나 FE 55.8ZA 유저분들에 비해서는 확실히 샷을 얻는데 좀 더 수고가 들었습니다. 그래도 Eye AF가 큰 도움이 되긴 했네요.
어쨌든 이 렌즈를 고려하시는 분은 두가지만 생각하시면 될 듯 합니다. 해상력과 보케의 완벽한 밸런스를 위해 무게/크기를 감수할 수 있는가?(FE 단렌즈 중엔 가장 무겁습니다.) 그리고 AF 속도나 소음이 용도에 지장이 있진 않은가?(액션이나 동영상 촬영이라면 적절하지 않겠죠.) 거기에 덧붙이자면 1세대 A7 유저라면 손떨림 보정의 부재도 고려사항이긴 하겠죠. 부디 이 글이 선택에 도움이 되시길 바랍니다.
이하 샘플로 FE 85.4GM 사용기를 마치겠습니다. 더 많은 사진은 플리커를 참조해주세요.(링크)
85mm는 흔히 인물용으로 여겨지지만, 여건이 맞으면 풍경용으로도 훌륭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