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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사진가의 눈으로 바라본 Art 135 F1.8

LF_Studio | 04-07 08:42 | 조회수 : 6,807 | 추천 : 5






0. 서론

이 시리즈의 리뷰가 늘 그렇듯 삼천포, 아니.. 조금 멀리 다녀올까 한다. 때는 2001년, 아직 아마추어였던 필자는 130만 화소 컴팩트 디카의 성능에 한계를 느끼고 있었지만 몇 백 만원씩 하던 DSLR을 구입할 만한 경제력이 없었던 탓에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었던 미놀타 X700을 통해 SLR카메라에 입문하게 된다. 카메라를 구입하여 손에 들자 마자 첫 생각이 "이제 인물사진을 찍을 수 있어!!" 필자는 그 후 여기저기 인물사진을 찍는 곳에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중략) 그렇게 16년이 지난 2017년, 필자의 손에는 2천만 화소급 DSLR이 들려있다. 그 동안, 5만원에서 5천만원까지 써본 수많은 카메라와 렌즈 중 (물론 안써본 것이 더 많지만) 안써본 것을 꼽아보면 135mm단렌즈가 목록의 처음을 장식한다.

아차, 서문에서 리뷰와 별 관련없는 먼 동네를 다녀와줘야 '상업사진가의 눈으로 바라본' 시리즈의 정체성이 확실해질텐데.. 큰일이다. 하지만 손은 눈보다 빠르다. 어쨋건 리뷰 진행 중 자연스럽게 샛길로 빠질 방도를 생각해 보기로 하며, 이번 리뷰에서 상업사진가의 눈으로 바라볼 렌즈는 ART135.8이다.



1. 135mm 의 의의

인물촬영에 있어서 우리가 흔하게 떠올릴 수 있는 초점거리는 보통 85mm, 135mm, 200mm 정도이다. 그 중 135mm, 인물사진에 있어서 이 초점거리가 가지는 의의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된다. 보통은 바스트업이나 클로즈업에 최적화된 화각. 전신을 찍기엔 좀 먼 거리를 필요로 한다. 때에 따라 피사체와 대화를 나누며 촬영하기엔 조금 먼 거리에 서야 하는 불편함도 있지만 마음먹기에 따라 피사체를 꽉차게 찍어서 인물의 캐릭터를 강하게 부각시키기에 좋은 화각이며, 보통 200mm 보다 최단 초점거리가 짧기 때문에 타이트한 화면을 좋아하는 필자가 포트레이트에서 선호하는 화각이기도 하다. (라이트룸에서 필자의 라이브러리에 대한 통계를 내 본 결과 70mm와 135mm에서 꽤 많이 찍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초점거리가 길수록 인물의 얼굴이 갸름하게 나오기 때문에 장초점 단렌즈는 포트레이트에 있어 오래 전부터 중요한 도구로 인식되어 왔다.
요즘은 70-200같은 망원 줌렌즈가 보편적으로 보급된 탓에 상대적으로 '135mm 단렌즈'의 비중이 많이 줄어들었다. 특히 f2.8 고정조리개를 가진 줌렌즈의 경우 최단 초점거리가 조금 더 멀리서부터 시작할 뿐 135mm f2.8과 다른 점을 찾아보기 어렵게 된 것이다. 아니, 어떤 줌렌즈는 설계상의 잇점을 취해 135mm 단랜즈보다 가까운 최단 초점거리를 가지기도 한다. 자연스럽게 렌즈 메이커들 또한 해당 초점거리의 단렌즈 제품군에 신제품을 출시하는데 소극적이 되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캐논의 경우 흔히 '큰 사무엘'이라고 불리우는 "ef 135mm f2 L USM"렌즈가 있지만 이 렌즈의 출시가 1996년이라는 점이 필자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라고 해야 할 것이다. (참고링크 : global.canon/en/c-museum/pr... ) 21년 전 출시된 렌즈와 지금 막 출시된 렌즈를 비교하는 것은 일견 가혹한 일이 아닐까 싶어 렌즈의 작례 1:1 비교는 건너뛰기로 한다.


2. Look & Feel

이 렌즈의 디자인은 거대한 대물렌즈가 차밍포인트. 여느 ART렌즈와 다를 바 없는 디자인이지만, 거대한 대물렌즈가 영롱하게 빛나는걸 보고 있으면 '아, 내가 명품을 질렀구나'하는 뿌듯함이 온몸을 휘감는다. 카메라에 물려놓으면 여느 대포 이상의 뽀대를 자랑한다. 심지어 초점거리 치고는 짧은 렌즈 경통이 컴팩트한 느낌까지 준다. 굳이 옥의 티를 꼽자면 요즘의 아트렌즈가 그렇듯 덩치에 비해 무게가 나간다는 점 정도랄까? 많은 샘플을 준비하고 리뷰의 작성에 시간이 촉박했던 터라 렌즈의 외관 사진은 생략하고 제조사의 웹사이트에서 렌즈의 사진과 MTF챠트를 따와서 붙여둔다. 렌즈가 오늘(2017. 4. 7.) 발매되니까 실물을 직접 구경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3. 135.8의 AF속도와 특성

시그마는 이 렌즈를 위해 AF모터의 작동 알고리듬을 새로 손봤다고 한다. 체감상으로 여느 70-200 렌즈에 비해도 부족함이 없으며, 현존하는 135mm 렌즈 전체에서 가장 빠르다고 말할 수 있다. 이는 시그마가 12-24렌즈에서부터 채용한 신형 HSM모터의 덕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토크가 기존에 비해 1.3배 커진 덕에 AF구동이 재빠르고 정확한 위치에서 잘 멈춘다. 포트레이트용 렌즈 중 대표적으로 꼽히는 '만투'의 답답한 AF속도에 비하면 스포츠카를 타는 듯 빠르고 쾌적한 촬영이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최대개방에서 심도가 매우 얕기 때문에 초점을 맞추는데 꽤 신경을 쓰며 촬영을 했음에도 의외로 의도한 지점에 떨어지지 않는 상황을 종종 경험했다. 필자의 바디에서 핸드헬드 촬영 중 후핀을 자주 경험하게 되는데, 며칠을 고민한 결과 이 부분에 대한 설득력 있는 가설을 발견하게 된다. 캐논을 오래 쓴 유저들은 특유의 핀구라(!!)에 데일 만큼 데였기 때문에 AF검출음을 듣고서도 반셔터를 계속 눌렀다 떼는 습성이 몸에 베여있다. 그래서 그들 곁에 서면 ‘삐빅삐빅삐빅삐빅’하는 소리가 연속해서 난다. ART 135.8은 모터의 작동방식을 바꿔서 원하는 위치에 핀트가 '꼽히는' 확률이 상대적으로 매우 높아졌다. 사실 원샷모드 AF에서 중앙부 측거점을 사용하고 초점을 고정한 뒤 구도를 바꾸는 전통적인 촬영방식에서도 스스로 마음에 차는 사진에서는 핀트가 정확하게 떨어지는데, 문제는 그 뒤에 두어 컷에서 제법 높은 확률로 초점이 맞지 않는다. 여기에서 캐논의 AF 알고리듬의 맹점이 드러난다고 추측된다. 앞선 사진에서 초점이 맞았고 반셔터를 누른 순간 AF모터를 구동하기 전에 초점이 맞은 상태가 유지된다면 다음사진에서 반셔터를 감지하더라도 AF모터의 구동을 멈춰야 하는데, 반셔터를 누르면 스스로를 믿지 못하는(?) 바디가 AF모터를 구동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초점이 정확하게 맞은 후 급하게 두어 컷 더 날리면 초점이 맞지 않는 사진이 나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가능해진다. 결국 상대적으로 성능이 낮은 AF모듈이 들어간 카메라 바디와 덜떨어진 유저의 습성이 복합적으로 만들어낸 해프닝. 처음부터 이런 불만이 없도록 1시리즈를 쓰면 좋겠지만 매달 스튜디오 월세를 걱정하는 개인적 사정과 장비의 도입 예산 및 감가상각을 생각하면 그냥 한템포 늦춰서 느긋하게, 초점에 좀 더 신경 쓰며 촬영해야지 하며 스스로를 달래본다. 아무튼, ART135.8의 AF는 AF 적중률이 매우 높기에 믿고 써도 좋다.



4. 135.8의 피사계심도

우리가 흔히 알고 있듯 피사계심도는 피사체와의 거리와 렌즈의 초점거리와 조리개 수치가 모두 영향을 끼치는데, 비중을 굳이 나누자면 피사체와 가까울 수록 > 초점거리가 길수록 > 조리개를 열수록 피사계심도가 얕아진다. 이 특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한때 웨딩사진에서 필수처럼 사용되던 렌즈가 200mm f1.8이다. 이 렌즈는 배경을 뭉개버리다 못해 거의 지워버릴 만큼 얕은 심도를 표현할 수 있기에 웨딩에서 엑타64필름과 조합하여 신부의 독사진에 단골로 사용되던 시절이 있었다. 물론 요즘 웨딩에서는 잘 쓰이지 않지만 포트레이트에서 얕은 심도를 적극 활용하는 것은 대부분의 포토그래퍼가 열망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물론 덮어놓고 무조건 개방해서 찍는 건 좋은 습관이 아니지만, 얕은 피사계심도가 필요하도록 의도한 사진에서 더 많은 효과를 줄 수 있다면 선호할 수 밖에...

여기에서 ART135.8의 존재감이 드러난다. DoF를 계산해주는 앱을 통해 피사계심도를 계산해본 결과, 최대개방 f1.8을 기준으로 최단 초점거리인 87.5cm에서 피사계심도는 4mm에 불과하다. 웨이스트 업 화각이 나오는 거리인 약 3m에서 피사계심도는 5.1cm, 7부 화각이 나오는 약 5m에서 14cm, 전신이 나오는 8m에서야 37.3cm가 나온다. 그야말로 '전신 아웃포커싱'이 가능한 새로운 렌즈의 등장이 아닌가!! 이번 리뷰에서는 이 특징을 살려서 거의 모든 사진을 f1.8로 촬영하는 호연지기를 보여주기로 한다. 물론 200mm f1.8 혹은 200mm f2.8의 피사계심도 보다는 약간 더 깊지만, f1.8의 조리개 수치는 또 다른 특성을 지니게 되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작례를 설명하며 다뤄보도록 하겠다.



5. 135.8의 빛망울 & 샤프니스

요즘 나오는 포트레이트 렌즈들의 트렌드를 보면 얕은 심도에도 샤프한 묘사와 부드럽게 뭉개지는 배경, 깨끗한 빛망울이다. 9매의 원형 조리개뿐 아니라 렌즈 엘리먼트의 설계 및 제조공정을 최적화 하여 지금까지의 렌즈 중 가장 깨끗한 빛망울을 즐길 수 있는 ART85.4와 마찬가지로 빛망울 내부에 캣츠아이(혹은 양파링)이 나오지 않는 렌즈이다. 보통은 대구경렌즈일수록 배경흐림과 빛망울은 깨끗하지만 조리개 수치가 낮아지고 대물렌즈의 구경이 커질수록 최대개방에서 이미지의 샤프니스를 끌어올리기 쉽지 않았던 것이 지금까지의 통념이었는데.. ART85.4와 마찬가지로 최대개방에서 칼 같은 샤프니스를 보여주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다. 그야말로 우리 앞에 21세기가 펼쳐져 있는 것을 실감하게 되는 순간이라 할 수 있겠다.



6. 135.8 의 피부톤 묘사

이 부분은 포트레이트에 많이 쓰이는 렌즈에서 정량화 하기 어렵지만 나름 중요한 비중을 가지는 요소가 아닐까 싶다. 피부톤을 뽀얗게 묘사하는 렌즈가 사랑 받는 것이 인지상정. 이 부분에서 135.8은 기대 이상의 뽀사시함을 보여준다. 원래 캐논의 인물 피부톤이 꽤 괜찮음을 감안하더라도 마치 얼굴만 한스텝 오버시킨 듯 투명한 피부톤 묘사를 보여주며 특히, 인물촬영에서 피부톤을 밝게 표현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노출오버로 촬영할 때 하이라이트 톤이 쉽게 깨지지 않고 풍부하게 묘사되는 점 매우 만족스럽다.



7. 작례

작례를 촬영하기에 앞서, 처음엔 프로필을 한두명 촬영하면 충분한 분량의 샘플이 나오리라 생각했건만.. 절묘하게도 지난 2주간 프로필 촬영의뢰가 단 한 건도 없었다. 심지어 거래처중 한군데와 함께 하기로 한 프로필 촬영 공동구매 이벤트 또한 2주 뒤로 미뤄지는 바람에 멘붕. 그렇다고 아무나 찍어서 작례라고 올릴 수는 없지 않은가, 명색이 ‘상업사진가의 눈으로 바라본’이라고 거창한 제목을 달고 있는 리뷰에 가오(?!)가 있지... 급히 지인들을 수배. 뮤지컬배우 이민영씨가 필자의 카메라 앞에 서 주었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감사를 표하는 바이다. 약 400커트의 사진 중 딱 네 커트만 붙여둔다. 나머지는 개인적으로 너무 마음에 들어 꼭꼭 숨겨놓고 혼자서만 즐기기로 마음먹었기 때문. 촬영은 선유도에서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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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네커트만 올려놓고 리뷰랍시고 마무리 지을 수는 없는 법. 스스로의 욕심을 탓하며 다음날 DDP로 이동, 패션위크 행사장에서 몇 커트 찍어보았다. 그야말로 파파라치 컷. 숨가쁘게 움직이는 현장에서 두어시간 동안 파파라치 놀이를 만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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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 며칠간 밥벌이 촬영을 소화한 후 4월 4일. 비가 안오는 날을 골라 꽃사진을 촬영해 보기로 했다. 봄 아닌가, 그야말로 ㄹ혜없는 진짜 새봄이다. 목련도 만개했고 벚꽃도 꽃망울을 틔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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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꽃망울이 펼쳐지지 않은 꽃에 꽃밥을 먹으러 온 벌을 확대하여 붙여둔다. 사실 이 한 장 만으로도 ART135.8의 해상력은 모두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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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으로 얕은 피사계심도를 활용하여 유니크한 사진을 시도해 보았다. 렌즈의 기술적/광학적 특성이 궁금한 유저라면 이날 촬영된 사진들을 유심히 볼 것. 모든 사진은 아래에 100%사이즈의 링크가 붙어 있으니 다운로드 하여 보셔도 된다. 다만 초상권에 주의해 주시기 바란다.

사실 앞선 작례만으로도 충분하겠지만 최대개방에서 포트레이트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 킨텍스로 향했다. 사실, 아마추어 시절 코엑스에서 할 때엔 자동차도 구경할 겸 종종 가보곤 했었지만 킨텍스는 난생 초행길. 행사장에 들어서자 마자 즁년아재의 시각적 욕망을 폭발시켜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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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on EOS 5D Mark II | Program Normal | 135.00mm | ISO-3200 | F4.0 | 1/320s | +0.67 EV | Centre Weighted Average | Auto WB | 2017-04-05 13: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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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on EOS 5D Mark II | Aperture Priority | 135.00mm | ISO-3200 | F1.8 | 1/8000s | +1.00 EV | Centre Weighted Average | Auto WB | 2017-04-05 13:4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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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on EOS 5D Mark II | Aperture Priority | 135.00mm | ISO-4000 | F1.8 | 1/1600s | +1.00 EV | Centre Weighted Average | Auto WB | 2017-04-05 17:3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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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on EOS 5D Mark II | Aperture Priority | 135.00mm | ISO-4000 | F1.8 | 1/160s | +0.33 EV | Centre Weighted Average | Auto WB | 2017-04-05 18: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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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장에서 135mm는 확실히 만만한 화각이 아니라는 것을 DDP와 킨텍스에서 새삼 절감했다. DDP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제각각 서있고, 걸어다니고 말하는 북새통이었기에 셔터찬스와 대상과 주변 요소들을 순식간에 정리하고 들어가야 하는 난점이, 킨텍스의 경우 피사체와의 거리를 확보하고 촬영을 하려 하면 앞으로 카메라를 들지 않은 일반인들과 카메라를 든 일반인들이 끼어드는 통에 여간 애를 먹은 것이 아니다. 프레스데이에 갔었다면 좋았겠지만 필자는 기자가 아니기에… 셔터찬스에 다른 사람이 화각 안으로 뛰어드는 것을 수십 번 경험하다 보니 나중엔 해탈의 염화미소가 지어질 정도였지만, 어쨌든 최선을 다해 즁년아재의 시각적 욕망을 폭발시켜 보았다. 사실 굳이 전신을 촬영하려 하지 않았다면 고생도 없었겠지만..

참고로 모터쇼 이외의 사진은 최소한의 기본적인 보정만이 가해져 있다. 렌즈의 광학적 성능이 매우 뛰어나기에 필자가 즐겨 사용하는 중간대비도 전혀 사용하지 않았으며, 모터쇼 사진의 경우 적절히 크롭하여 주변을 정리하고 노이즈리덕션, 노출을 교정하고 톤을 잡아내는 등 라이트룸에서 통상적으로 하는 거의 모든 보정작업을 적용하였다. 다만, 후반작업에서 인물의 피부톤과 잡티를 잡기 위해 사용하는 HighPass혹은 FS와 같은 기법은 렌즈의 성능을 평가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 사용하지 않았다. 몇몇 사진에서 인물의 피부트러블이 살짝 보이더라도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 주기를 바란다. 상업사진이었다면 무조건 보정해야 하겠지만…



8. 총평

ART135.8 이 렌즈를 평가하자면, 최대개방에서의 샤프니스는 칼처럼 날카롭고 컨트라스트는 쨍한데 빛망울은 캣츠아이(양파링)없이 깔끔하게 떨어진다. 심지어 오버로 촬영해도 하이톤이 끈덕지게 버텨주기에 의도적인 노출오버를 해도 불안함이 덜하다. AF도 빠릿빠릿한게 135mm 중에서는 최고수준의 성능이라 칭하는데 무리가 없다. 일단 같은 스펙의 렌즈가 거의 없다. 캐논 ef135L 과 Zeiss APO Sonnar는 모두 최대 개방 f2이다. ZA135.8이 있지만 이 렌즈 역시 2009년 발매된 렌즈. 물론 모두들 정말 좋은 렌즈이지만, ART135.8를 경험해본 필자에게는 시그마가 비어있던 무주공산에 커다란 깃발을 꼽았다고 생각될 만큼 ART135.8의 인상이 강하게 각인되었다.

포트레이트에서 핸드헬드하면 포토그래퍼 뿐 아니라 피사체도 미묘하게 움직이니까 핸드블러에 대해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물론, 최대 개방에서는 셔터스피드가 빠르게 확보되기 때문에 꼭 필요한 정도는 아니지만.. 스튜디오 촬영시 카메라 바디의 싱크로 스피드에 한계(보통 1/125s ~ 1/250s)가 있음을 감안하면 셔터스피드가 조금 아슬아슬한 것도 사실이다. 이때 핸드블러를 신경 쓰지 않고 촬영에 임할 수 있도록 손떨방이 추가된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 렌즈는 극단적으로 얕은 피사계심도를 활용하여 아름다운 포트레이트를 촬영하거나 아름다운 빛망울을 활용하여 창의적인 사진을 만들어내는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도구이다. 리뷰 초입에서 언급했듯 70-200 줌렌즈의 활약에 의해 상대적으로 좁아진 비중이지만 그만큼 유니크한 지점이기도 하다. 작례에서도 보았겠지만, 집요하게 최대개방으로 촬영해 본 것에 대해 개인적인 보람을 느끼게 된다. 지금껏 써본 렌즈 중 포트레이트에서 최고의 만족을 주는 렌즈가 아니었나 싶다. 한편으로, DSLR로 영상을 촬영하는 비디오그래퍼들에게도 이 렌즈는 매력적인 도구로 다가오지 않을까 추측해 본다.



9. 여담

시그마가 글로벌 비젼을 발표하면서부터 우리가 예전에 알던 ‘적당히 봐줄만한 성능의 저렴한 렌즈를 만들던 회사’라는 인상이 바뀌고 있다. 렌즈의 제조에 상당한 자원을 아낌없이 투자하고 그로 인해 최상급의 성능을 자랑하는 렌즈들이 하나 둘 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다. 오래전 ‘삼식이’를 시작으로, 먼젓번 필자가 리뷰 했던 ART12-24, ART85.4가 그랬으며, 이번엔 ART135.8이다. 조만간 24-70 신형이 나온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물론 ART라인의 렌즈들이 전반적인 가격도 프라임급이 되어버린 것은 조금 아쉽지만, 그래도 캐논/니콘에 비해 저렴하다 보니 가격대 성능비는 아직도 높다.

시그마의 이런 행보가 다른 서드파티 렌즈 메이커들에게도 큰 자극이 되는 듯, 최근 서드파티 메이커들의 렌즈 퀄리티가 수직상승하고 있다는 점은 도구에 있어 더 많은 선택의 여지를 가질 수 있기에 포토그래퍼 입장에서 환영할 만한 경향이 아닐까 싶다. 되려 캐논/니콘이 그 동안 돈을 벌어주던 시장에 대한 미련을 내려 놓고 재빨리 사업 다각화를 해야 할텐데 이 부분에서 일견 미련가득한 멍청짓을 하고 있다는 점이 사진기자재 시장에서의 불안요소가 아닐까 싶다. 어쨌든 향후의 디지털 카메라 시장이 스마트폰과 전문가용 DSLR, 그리고 미러리스로 재편되어버릴 것이 확실한 상황에서 시그마가 ART라인 렌즈에 역량을 몰두하는 모습을 보면 어떤 결단과 비전을 실체화 하기 위해 노력하는 기술자의 땀방울 가득한 옆얼굴이 비치는 듯 하여 ‘상업사진가의 눈으로 바라보지만 좀 더 독특한 무언가를 찾아 헤매는’ 필자에게 매번 만족을 안겨주고 있다. 앞으로도 이런 진심 어린 노력의 행보가 계속 되기를 기원해 본다.



- 끗 -

덧 : 아차, 샛길로 빠질 기회를 놓쳐버렸다.




본 리뷰는 세기P&C로부터 소정의 원고료를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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