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월우 아리아는 대역폭 넓은 수공예 DD 인이어 이어폰으로 그 이름만큼이나 부드럽고 청아한 사운드를 들려주는 제품이라고 하여 제겐 생소한 브랜드지만 관심을 갖고 들어보게 됐습니다. AI 스피커 누구에서 사용하는 콜 네임 아리아가 모델명이라 더 친근하게 느껴지더군요.
영어 이름으로는 MOONDROP Aria라 칭하는데요. 水月雨의 한자 의미는 달밤에 내리는 비를 말하며 브랜드명처럼 기계적인 느낌을 지양하되 자연스럽고 감성적인 소리로 음악 자체를 느끼며 감상할 수 있는 제품을 추구한다고 합니다. 일반적인 제작사들이 대부분 대량 생산으로 찍어내는 세상에 드물게도 이어폰 전문 장인들이 대부분의 공정을 수작업으로 제작하는 장인 메이커라고도 하네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중국에서 온 브랜드로 이어폰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모두 아는 과거 대륙의 실수라는 유행어를 만들었던 사운드 매직이 PL30을 위시로 저가형 제품에서 많은 인기를 끌었다면 수월우는 오픈형 플래그십 Liebesleid(리베슬레이드) 같은 모델로 이어폰 마니아들의 주목을 끌었었다고 합니다. 수월우 아리아는 그 리베슬레이드의 기술력을 활용해 만든 엔트리급 모델로 2018년 7월에 출시된 따끈따끈한 제품인데요. 엔트리급은 최상위 모델인 플래그십의 대비되는 표현으로 흔히 말하는 가성비 좋은 보급형 모델을 말하나 수월우는 모두 수작업으로 만들어지다 보니 엔트리급인대도 9만 원대로 가격대가 꽤 높은 편입니다.
수월의 아리아의 스펙은 위와 같은데 흔히 볼 수 있는 영어가 아닌 중국어로 적혀있어 다소 보기 불편하긴 합니다. 제품 소개 페이지에 나온 것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Rated impedance: 32Ω(±15%)
Frequency Response: 10Hz~40kHz
Effective Frequency Response: 20Hz~20kHz
Sensitivity: 102dB/mW
THD: <1%@1KHz
Cable: 1.2M / 4N OFC Litz / 3.5mm Plug
Driver: Carbon Nanotube Composite Dynamic
Voice Coil: CCAW
Driver Diameter: 6mm
Unit: Brass With Chrome
위 스펙을 보면 엔트리급 답지 않게 높은 걸 볼 수 있는데요. 먼저 물리적인 스펙을 제외한 수치를 살펴보면 정격 임피던스(Rated impedance)가 매우 높은 32옴입니다. 임피던스 값이 높아지면 보통 소리가 보다 섬세해지고 차분해지지며 화이트 노이즈가 줄어든다는 장점이 있지만 저항이 커지기에 출력이 낮아지는 단점이 있는 데다 가격 또한 높아지기에 꼭 높은 게 좋다고만 할 수는 없죠. 주파수 응답(Frequency Response)의 영역도 상당히 넓은 걸 볼 수 있는데 보통 이어폰의 대역폭이 넓다고 표현하는 건 이 수치를 보고 말합니다. 흔히 인간이 들을 수 있는 가청 주파수는 20Hz~20kHz라고 하는 데다 나이가 들수록 그 폭은 더욱 준다고 하니 어찌 보면 넓은 범위가 무의미할 수도 있지만 주파수 응답 범위(대역폭)가 넓다는 것은 저역부터 고역까지 보다 넓은 범위의 음을 재생할 수 있다는 말도 되고 범위가 좁다면 그 범위의 소리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해 화이트 노이즈 같은 잡음이 들릴 수도 있는 데다 인간이 소리를 제대로 듣지는 못해도 그 진동으로 인한 소리의 맑기 같은 것은 느낄 수 있어 보통은 음향 기기의 성능이 좋다는 것으로 해석되기에 예민한 분들은 꼭 따지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감도(Sensitivity)는 그 수치가 높으면 적은 음량에도 보다 큰 소리를 낼 수 있다는 의미인데요. 음질하고 상관은 없지만 어느 정도 출력을 낼 수 있을지 가늠할 수 있는 부분으로 102dB 이면 그리 높은 편은 아니네요. 마지막 THD는 Total Harmonic Distorition의 약자로 음 왜곡률을 말하는데 수치가 낮을수록 좋은 제품으로 평가하는데 보통 1% 이하면 신경 쓸 필요 없고 5% 이상으로 표기되어 있다면 구매에 고민을 해보는 게 좋다고 하는데 이렇게 스펙만 살펴봐도 이어폰의 성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지표가 됩니다. 박스 마지막에 쓰여있는 399RMB는 뭔가 했더니 가격을 의미하더군요. RMB는 위안화의 영어 약자로 399위완을 의미하며 나머지 물리적인 스펙에 있어서는 아래 디자인 설명을 드리면서 다시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수월우 아리아를 개봉하면 검은 스펀지에 싸인 이어폰을 먼저 볼 수 있고 설명서, 보증서, 파우치, 추가 이어팁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유선 이어폰이라 설명서는 딱히 볼 필요는 없지만 영어와 중국어로만 표기되어 있고 보증서도 중국어로만 나와 있네요.
설명서 중 그나마 참고할 만한 게 그림으로 나온 바로 이것입니다. 손가락에 줄을 감아 이렇게 쏙 파우치에 넣어 보관하라는군요. ㅎ 군대에서 전깃줄 팔에 말아 보관하던 게 생각납니다. ㅋㅋ
앞서 보신 스펙대로 전체적인 길이는 1.2미터인데 제품 소개 페이지에는 1.2mm로 오기되어 있습니다. 그다지 길지 않기 때문에 보관할 때를 제외하고 스마트폰에 연결해 들고 다닐 때는 굳이 이어폰 줄감개가 필요 없었습니다.
둥글둥글한 하우징을 부딪히면 마치 쇠구슬이 부딪히는 듯한 묵직함을 느낄 수 있는데 Brass With Chrome 유닛은 황동(Brass) 하우징에 크롬(Chrome) 도금의 결합을 의미합니다. 수월우의 오픈형 플래그십인 Liebesleid에 사용된 것과 동일한 것을 사용하여 소리의 독특한 울림을 표현했다고 하네요. 하우징 뒤에 보이는 3개의 구멍은 덕트로 보입니다.
내부의 드라이버는 엔트리급에서 흔히 많이 사용하는 다이내믹 드라이버이지만 Carbon Nanotube Composite Dynamic이라고 해서 일반적인 진동판에 비해 훨씬 높은 경도와 댐핑 특성을 가진 카본 나노 튜브와 고분자 폴리머로 구성된 복합 소재 진동판을 사용해 32Ω(±15%), 10Hz~40kHz의 훨씬 더 민첩한 속도와 넓은 범위의 음악 표현이 가능해지게 됐다고 하네요.(여기서 댐핑(damping)은 진동을 흡수해 억제시키는 것을 말합니다.) 또한 경량화된 CCAW voice 코일로 다이내믹 드라이버에서 부족한 고음 성능을 높였으며 외자형 자석으로 자력을 강화해 감도를 강력하게 만들고 CCAW voice 코일을 정확하게 구동한다고 합니다.
들어보면 꽤 묵직한 게 무게가 꽤 많이 나갈 것 같아 실제로 측정해 보니 12g 정도로 생각보다 아주 많이 나가진 않았고 귀에 착용했을 때 무게감도 그리 크지 않았습니다.
이어팁은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이중 형태로 검은색과 회색의 실리콘 이어팁은 총 5쌍이 들어 있는데 희한하게 사이즈는 두 가지 밖에 없습니다. 터치 노이즈를 줄여주고 고정을 위한 클립도 동봉되어 있는데 이걸 끼우다 보면 이어폰줄의 찍힘은 어쩔 수 없더군요.
이어팁을 벗겨보면 황동 하우징 앞에 노즐도 황동으로 생긴 게 조금 독특한데요. 보통은 이어팁이 걸리게 홈이 파여 있고 이보다는 많이 짧은 편인데 홈이 없는 대신 노즐이 상당히 깁니다. 그래도 이어팁이 쉽게 빠지진 않더군요. 그리고 먼지막이로 표현되는 댐퍼도 보이지 않는 안쪽에 하나 더 이중 음향 댐퍼로 되어 있다고 합니다. 노즐과 하우징 사이에 보면 측면에 검은 점 같은 게 보이는데 처음에는 이게 사출할 때 흔적인 줄 알았습니다. 양쪽의 위치가 다르거든요. 한데 이게 의도해서 만든 미세하게 가공된 초정밀 에어벤트로 공기압의 균형을 맞춰 드라이버 내구성을 높여주고 착용감을 편안하게 만들며 저음양을 조절해 주는 역할을 한다고 하네요. 이왕이면 조립할 때 양쪽의 위치를 맞춰 조립해 주면 저 같은 초보자에게 오해를 사지 않을 것 같습니다. 또 하나 처음 봤을 때 의아한 부분이 유닛의 어디에도 좌우 구분이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인데요. 글자로도 없고 시각장애인을 위한 돌기 같은 것도 없어서 설명서에도 없는 부분이라 양쪽의 케이블 연결 부위 모양이 다르기에 홈이 파인 것이 좌측으로 추측했는데 제품 소개 페이지를 보니 수월우 만의 좌우 유닛 구분 방식이 이렇다고 하네요.
이어폰 좌우 유닛뿐만 아니라 커넥터와 좌우 분기점에도 황동+크롬이 쓰였는데요. 제품명 水月雨와 Aria도 전문 장인이 하나하나 손수 연마해 만들었다고 하는데 어디 하나 흠잡을 데 없는 깔끔한 마감입니다. 엔트리급이지만 수공예로 가격대가 높은 이유가 있겠죠. 커넥터는 1자형이며 좌우 대칭 일체형 케이블은 보기엔 다소 평범해 보이지만 고품질 4N 순도의 무산소 동선 리츠 선재를 사용해 고음질을 완성했다고 하고 방탄 소재를 사용해 내구성이 높고 잘 꼬이지 않는다고 하네요. 실제로 생각보다 파우치에 넣고 뺄 때 많이 꼬이진 않았고 사진으로는 뻣뻣해 보이지만 생각보다 부드러운 편입니다.
다이아몬드 커팅으로 마감된 엑스페리아 XZ 프리미엄의 실버 금속 테두리와 수월우 아리아의 황동+크롬의 커넥터가 매우 잘 어울리는 게 더욱 고급스럽게 보이게 합니다.
커넥터는 슬림한 편이라 어지간한 케이스를 씌운 상태에서도 간섭 없이 장착 가능할 것 같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1.2미터 길이의 케이블은 줄감개가 필요 없이 들고 다니거나 바지 주머니에 넣기 딱 적당한 길이입니다.
착용샷입니다. 하우징이 금속 덩어리라 무게감이 있어 착용감이 불편할 것 같지만 생각보다 장시간 착용해도 귀가 아프거나 걸리적 거리는 느낌은 없었습니다. 메탈의 단순함이 남녀노소 누구나 착용하기 무난한 디자인으로 밖으로 노출되는 삼각형 모양의 덕트 구멍이 포인트 역할도 하네요.
수월우 아리아를 소니 엑스페리아 XZ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연결한 상태에서 소니 내장 음악 플레이어로 오디오 설정을 유선 헤드폰에만 적용되는 고대역 사운드 복원 DSEE HX로 한 상태에서 고음질의 FLAC과 MP3로 다양한 장르를 청음해봤습니다.
일단 다이내믹 드라이버의 특성은 여실히 반영된 소리를 들려줍니다. 락이나 댄스 음악의 묵직한 드럼 소리의 타격감은 중저음 이어폰 성향이라면 어느 정도 만족할만한 수준입니다. 하지만 베이스를 매우 강조한 우퍼형 이어폰처럼 일부 몇몇 음악을 들을 때를 제외하곤 전반적으로 귀가 떨릴 정도의 과한 울림을 기대해서는 안 됩니다.
수월우 아리아는 주파수 응답 10Hz~40kHz가 말해주듯 넓은 대역폭을 자랑하기에 중저음뿐만 아니라 고음에서도 보다 넓은 영역의 소리를 들려줍니다. 가청 주파수를 넘어서는 부분이기 때문에 누구나 피부로 확실히 와닿을 수는 없겠지만 제작사에서 강조하는 부드럽고 청아한 소리가 어떤 소리인지는 어림짐작 느낄 수 있는 소리랄까요. 비트가 빠르고 격렬한 음악 보다 어쿠스틱 하고 보컬과 악기가 확실히 구분되는 음악을 들을 때 수월우 아리아의 아리아 같은 청아하고 맑은 음색을 느낄 수 있습니다.
수월우의 이어폰은 처음 들어봤는데 다이내믹 드라이버의 흔한 특성인 중저음의 소리는 기본에 카본 나노 튜브 드라이버와 크롬 황동 하우징으로 빚어낸 고음의 깔끔하고 명료한 소리도 어지간한 싱글 밸런스다 아마추어 드라이버를 사용한 이어폰과 비교해도 아쉬움이 없게 느껴졌습니다. 특히나 저처럼 무선의 블루투스 이어폰을 주로 사용했던 유저라면 아무리 LDAC이니 APT-X 코덱이니 하는 고음질 코덱을 썼다고 해도 그 차이가 어떤 건지 보다 확연히 느낄 수 있는 커널형 이어폰이라 할 수 있습니다. R.S.D. :)
[리얼사운드 체험단을 통하여 앵키하우스에서 제품을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리뷰어의 의사가 존중되어 자유롭게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