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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R에서 이사시킨 내 사용기] 구쏘련의 명작 키예프3

켄스 | 05-13 10:51 | 조회수 : 5,012 | 추천 : 6

1943년 쿠르스크...


일단의 소련 최신 전차 T-34는 퇴각하는 독일 전차를 뒤쫒고 있었다.



< blockquote>조국을 짖 밟은 독일놈을 한놈도 그냥 보내선 안된다~!
"우라(돌격)~!"


우라(돌격 구호)~를 외치며 선두에 선 중대장의 전차가 갑자기 멈춰서며 연기에 휩 싸인다.
중대장의 전차를 바로 뒤에서 따르던 사단에서 파견된 정치 장교는 순간 멈칫 하였다.

약 4킬로 밖에서 번쩍 하는 포연을 본 것이다.
그는 자신이 본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4천미터 밖에서 공화국 최신 전차를 단 일격에 박살 내다니....


1945년 3월 마르즈도르프 ...





독일 88 중전차대대 소속 나스호른
러시아 평원의 덤블 숲 그늘엔 포탑이 없는 돌격전차 나스호른이 조용히 자신을 감추고 있었다.
지루한 매복이 계속되고 있는 와중에 아직 쌀쌀한 기운이 남아 있는 이른 봄 따가운 햇살은
사방이 철판으로 된...그것도 윗 덮개가 없는 상자곽 같은 나스 호른의 승무원들에겐 이런 날씨가 아주 고역 이었다.
따가운 봄볕에 승무원들이 점차 지쳐갈때....

저 멀리 이동하는 소련 중전차대가 포수의 시야에 들어왔다.

동시에 전차장의 외침...
< blockquote>전원 전투배치~!
장탄~
거리 4600
조준!
발사~

쿠~웅~!

연속된 외침과 함께 발사된 제 1탄은 주변 정찰을 통해 안전하다고 믿고
이동중인 소련 전차대의 IS-2 를 일격에 격파해버렸다.

.............

카메라 사용기를 열었는데 웬 2차대전 이야기? 라고 궁금 하실 분들이 계실 겁니다.
위의 이야기는 오늘 소개할 카메라와 아주 깊은 관계가 있는 2차 대전 때의 일화 입니다.

현대 전차의 화포라 할지라도 보통 기준 사거리는 3천미터 입니다.
3천미터가 넘으면 화포로는 불가능 하고 주로 미사일을 쓰게 되는데...

50년전 독일의 나스호른이라는 구축전차는 보통 3천미터 이상의 거리에서 적의 중전차를 단 1발에
가볍게 격파 했다고 합니다.
격파된 소련군 전차의 옆에 있던 다른 전차가 나스호른의 포연을 보고 그 존재를 발견 했다 해도 너무 먼 거리라서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이 당 할 수 밖에 없다는 보고가 수없이 많았습니다.

나스호른이 적에게 준 심리적 공포는 대단한 것이었는데... 여기에는 무엇보다도 라인메탈사의 우수한 주포와
자이스사의 광학조준장치의 결합은 당시 어떠한 연합군 전차도 따라올 수 없는 가공할 위력을 보이게 되었습니다.

심지어 위에 짧은 이야기에서 처럼 1945년에는 무려 4600미터 거리에서 IS-2를 격파 하기도 했고
8발을 쏴서 10대의 전차를 격파한 사례도 있다 합니다.

자 제가 왜 50년전 전쟁 이야기를 여기서 하는지 이젠 아시겠습니까?
네 오늘은 바로 저 칼 자이스에 관계된 이야기 입니다.

당시 소련에서는 세계 최고의 전차라고 할 수 있는 T-34를 통해 독일군에게 호된 복수를 하던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당시 상식을 뛰어 넘는....
단순히 상식을 뛰어 넘는 정도가 아니라...도저히 믿을 수 없는 보고가 전선에서 오게 되는데
바로 퇴각하는 독일군이 4천미터 밖에서 자신들의 주력 전차를 한방에 날려버린다는 겁니다.

당시의 상식으로는
4천미터 밖에서 정확한 조준을 통해 단 일격에 중전차를 격파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었기에 그 충격은 대단했었습니다.

바로 그 신화를 만들어낸것이...자이스 이콘(Zeiss Ikon ) 이었던 것 입니다.

소련군부는 즉시 자이스 랜즈에 눈독을 들이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전쟁이 끝난뒤 소련은 자이스의 기술을 빼앗기에 혈안이 되었고
전쟁 배상목록에 자이스 공장이 필수로 끼어 있게 된 것은 당연한 것이었죠.

하늘이 도왔다고 할까요?
마침 전쟁 후 독일을 분할 점령하게 된 소련군은 그 숙원하던 자이스 공장이 있는 동독 지역을 점령하게 되었고
따라서 자이스 공장 및 기술자의 접수는 상당히 용이하게 되어 버렸습니다.

당시 목격자들에 의하면 소련군은 자이스 공장을 철저하게 분해하여 수십대의 열차에 나눠 싣고 소련으로 옮겼으며
수많은 최고급 기술자들을 납치 소련으로 데리고 갔다고 합니다.

이때 랜즈 생산부는 소련의 레닌그라드 광학에 많이 배치 했으며
카메라 생산부분은 당시 소련 연방의 일부였던 우크라이나 키예프로 옮기게 되었습니다.

키예프에는 이미 전쟁 전 기술자들의 훌륭한 실력으로 인정 받던 군수 업체인 ARSENAL이 있었고
자이스의 카메라 생산부와 기술진은 바로 이  ARSENAL을 재건 하는데 이용되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몇년사이 제조 시설을 완벽히 구축한 ARSENAL은 CONTAX의 부품들을 이용해 1947년
첫 KIEV를 만들게 되었던 것입니다.




증언에 의하면 키예프의 Arsenal 공장에는 50년대 까지도 독일에서 잡혀온 기술자들이 근무를 했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생산된 자이스 이콘의 불법 복제판 또는 소련판 콘탁스는 키예프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나오게 되었는데...

여기서 재미 있는 것은 바로 칼 자이스의 운명입니다.
전쟁전 최고의 랜즈 기술로 당시 라이카 보다 두배나 비싼 콘탁스를 만들던 자이스 이지만,
이젠 공장이 구 동독에 있게 되어 그 명성을 공산권에 빼앗기게 된 것이죠.

역시 일설이지만...이것을 두려워한 미국의 CIA는 비밀리에 자이스의 경영진을 탈출시키고
서독에 칼자이스 공장을 설립하게 됩니다.

이로 인해 자이스는 동독의 기술진과 서독의 경영진 간에 오랜 상표권 분쟁이 있었고
그리하여 결국 합의를 동독의 자이스는 공산권에서만 자이스 로고를 사용 하기로 하여
우리가 잘 아는 칼자이스 예나 가 탄생 합니다.
즉 전후 공산권인 동독에서 생산된 자이스는 자이스이콘 대신 자이스예나라는 표식을 달고 공산권에만 배포 되게 됩니다.

자....자이스 이야기는 좀더 나중에 다시 한번 다뤄 보고요...
오늘은 키예프라는 카메라 제조사에 대해 이야기를 계속 하겠습니다.

이렇게 독일 광학 기술에 의해 당시 쏘련의 우크라이나(금은 우크라이나 공화국이 되었죠)의 키예프에서
생산된 카메라들은 생산지인 키예프를 상표로 달고 나왔고

50년대에 생산된 키예프 시리즈는 그 뛰어난 품질로 서방의 많은 컬랙터들에게 인기가 높습니다.
특히 초기 생산분 중 독일에서 가져간 부품을 활용하던 때....콘탁스의 로고가 보이지 않게 뒤집어 만든 키예프는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혹시...구쏘련제 키예프를 구입하시게 되면 전면 패널을 분리해 보세요...혹시 압니까?)

이렇게 생산된 콘탁스의 복제품은...그 기술자들이 모두 옮겨갔기 때문에
어떤 사람들은...콘탁스의 쏘련판 이라고도 부릅니다.
즉 대충 만든 짝퉁이 아닌 콘탁스의 생산 설비와 콘탁스의 기술진이 만든 쏘련 정품 이란거죠.

카메라의 사용방법은 구형 콘탁스II와 동일 합니다.
랜즈도 완벽하게 호환 되고요(당연한 거겠지만...)

다음 사진 몇장은 제가 지난 2004년 수원의 화성에서 1958년산 키예프3로 촬영한 것들입니다.
이글을 SLR에서 옮겨온 2015년 현재 기준으로 보면 작례사진 역시 오래되어 지금과는 다름 풍경이 되었습니다.(강산이 바뀔 세월이니...)
선예도나 뭐 색감을 떠나서...생산된지 46년이 지난 카메라가 노출계까지 정확히 맞는다는 것에 놀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원본인 콘탁스의 경우 라이카와 많이 비교를 하는데...
당시 콘탁스와 라이카는 서로 다른 사상을 가지고 발전 하는 카메라를 대표하고 있었습니다.
즉 라이카가 이미 검증된 기술의 결정체라면 콘탁스는 실험중인 기술의 결정체라는 거죠.

초기 라이카의 경우...촛점을 맟추는 파인더와 화각(구도)을 보는 파인더가 분리 되어
불편 할 수 밖에 없었는데...콘탁스는 이를 하나의 파인더로 통일 했습니다.
(요즘 나오는 모든 RF는 한 파인더에서 초점을 맞추고 구도를 볼 수 있지요)

또한 라이카 보다 훨씬 긴 기선장으로 인해 콘탁스는 보다 정확한 촛점을 맞출 수 있게 되었고
필름의 교환 역시 라이카 보다 훨씬 간편 했습니다.
(이점은 바르낙 라이카를 한번이라도 써본 사람은 즉시 공감 할 겁니다)

또한 셔터막 역시 라이카는 당시 기술적으로 완성된 천으로 만들어진 셔터막을 사용한데 반해
콘탁스는 작은 금속 편들을 커튼 구조로 엮은...요즘 말하는 포컬플레인 셔터의 원조라 할 만한
금속제 셔터를 사용 했었습니다.(물론 이때문에 콘탁스가 잦은 고장을 일으키는 원인이 됩니다)

이러한 콘탁스의 전통을 이어받은 키예프는...쨍한 맛의 콘탁스 명성을 그대로 계승하여
이후 생산되는 똑딱이 키예프35에서도 로모의 색감에 대비 되는 쨍한 랜즈로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최고의 랜즈 기술로 전차의 조준경을 만드는가
아니면 최고의 기술로 우리의 추억을 담는 카메라 랜즈를 만들어 내는가...옳고 그름을 판단하기에 앞서
우리 인간의 기술이 가진 양날검 같은...속성을 보여주는 예가 바로 자이스와 아세날인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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