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JIFILM X-T1 GS + 18-135mm 구입기
새로나온 카메라를 하나 사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에서 시작해서, 나름 한달동안 틈틈히 합리적인 카메라를 골라보려고 정보를 모았습니다. 대략 니콘 D5500에 18-55mm 번들, 또는 예산이 약간 더 허락되면 렌즈는 Tamron 16-300mm 정도, 아니면 소니 알파6000에 16-50mm 번들 정도를 구매해야겠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었습니다. 가격이 현실화된 올림푸스 E-M1이나 AF 빠릿한 파나소닉 G7도 목록에 있었는데, 3년 동안 마이크로포서드를 주력으로 사용해 보았으므로 판형 한번 바꿔보자는 생각이 있어 마이크로포서드를 제외시켰습니다. 풀프레임은 역시 예산이 안되어 처음부터 열외.
소니 알파6000은 번들렌즈가 하도 욕을 많이 먹어서, 그리고 별로 대체할만한 렌즈도 보이지 않아서, 니콘 D5500으로 가는 게 거의 결정되어 있었는데, 미츠비시 이것들이 태도가 불량하여 계열사인 니콘에 대해서도 불매운동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대학생들이 피켓들고 땡볕에서 불매운동 홍보를 하는 걸 봤으니 제가 주춤한 거죠(애국자 스타일은 절대 아닙니다. 후지필름이라고 뭐 우리나라 편이겠어요?). 나름 정보를 정리해 놓은 엑셀 시트의 13가지 카메라 기종 후보 중에는 후지필름은 있지도 않았습니다.
소니, 니콘을 안사면 뭘 사야되나(캐논은 AF 뻥초점 문제가 하도 악명이 높아 열외) 하면서 팝코의 톡 메뉴를 둘러보다 보니 삼성, 펜탁스, 후지필름이 보이더군요.
한동안 제 개인에게는 듣보잡이었던 후지필름에 훅 빨려 들어갑니다. 게시판을 좀 읽다보니 놀라운 얘기가 나오더군요. 필름시뮬레이션 모드... 벨비아, 프로비아, 아스티아... 결정 났습니다. 벨비아, 프로비아, 아스티아 라는 이름 앞에 그냥 무너집니다.
Contax S2를 그리도 염원했으나 결국 못샀고(사실 S2 사러 갔다가 G2 처음 나온 거 보고 G2로 급변해서 결국 못샀어요), 학생 주제에 겉멋만 들어 고가의 포지티브필름만 사용했던 추억 앞에 가성비, 합리성 등등은 다 부질없죠. 게시판 좀 더 보다가 실물을 한번 봐야 되겠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학생도 아니고 이제 신용카드 할부가 있으니 맘에들면 아무때나 사는 거죠, 뭐. 매장에서 한번 만져보고 맘에 들면 지른다는 생각을 하고 갔습니다. 검은색도 은색과는 다른 매력이 있기 때문에, 가격이 좀 더 저렴한 검은색, 그리고 번들이라는 이름으로 부르면 결례라고 평가받는 18-55mm 번들 정도를 생각하고 매장으로, 매장으로...
매장에는 X-T1 Graphite Silver만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Black 실물을 볼 수는 없나요?"
"죄송합니다. Black은 전시품이 오늘 없습니다. 성능은 100% 똑같습니다."
꼭 살 것도 아닌데, 신품 박스 한번 뜯어보자고 할 수는 없는 거죠. Graphite Silver를 손에 쥐는 순간 예정에 없던 결정을 내립니다.
'그렇지... 이게 S2에 더 가깝지...'
S2 모델 중에 이런 필 나는 색상이 있었습니다. Charcoal 이었나요?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정확한 기억이 필요한 건 아니죠. 이미 손에 짜릿짜릿한 느낌이 오고 있는 걸요.
'20만원 차이라면... 필 받는 거 한번 사는데 20만원 차이는 감당한다, 그까이꺼...'
"18-55 렌즈를 장착해 볼 수 있을까요?"
카메라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만지작 거려가며 사는 게 또 맛은 맛입니다. 아주 오랜만에 오프라인매장에 방문한 거네요, 생각해 보니.
뭔가 손에 쥐고 촬영하는 밸런스가 아주 좋습니다. X-T1 + 18-55mm 말이죠. 아주 예쁘기도 한 조합이구요. 가변 조리개라고는 하지만, 아주 훌륭한 가변조리개입니다. 결정 했...었...죠.
"이렇게 구입하겠습니다."
계획이 어그러지기 시작합니다.
"Graphite Silver(GS) 모델은 번들 패키지가 없습니다. 바디 단품으로만 판매합니다. 그런데요, 블랙모델+18-55mm 패키지로 하시면 렌즈가 40만원 정도에 구매하시는 셈이 되는데, 18-55mm를 단품으로 구입하시면 80만원 가까이 됩니다. GS 모델과 18-55mm로 구입하시는 것은 좀..."
이건 또 무슨 날벼락입니까... 큰 맘먹고 바디에 20만원을 더 지를 작정이었는데, 렌즈를 바가지를 써야 한단 말씀입니까.... (사장님이 상황을 자세히 설명해 주셨으니 바가지는 아니죠 사실). 아... 저는 렌즈를 거의 교환 안하는 사람이라 줌렌즈를 일단 하나 들이고 시작하는 스타일이란 말입니다...
사장님이 친절한 제안을 하십니다.
"제가 18-55mm 중고제품을 하나 물색해 드리겠습니다. 며칠 안 걸릴 겁니다."
며칠... 이라니요. 이 멋진 카메라가 오늘 당장 쓸 수가 없다는 말입니까? 그건... 그건... 안되죠.
(나중에 생각한 건데, 그 매장은 렌즈 무료 대여 프로그램을 운영중이었고, 저는 적당한 단렌즈 하나를 대여해서 며칠 써 보고, 18-55mm 중고가 물색되면 그걸 구입하면 합리적인 스토리가 되는 거였습니다... 더 합리적인 스토리는 그냥 블랙 모델 패키지 사는 거였죠. 블랙도 색다른 매력이 있는 모델이니까요. 그렇지만 이성이 마비되었으니 이런 생각은 불가능하죠).
우물쭈물합니다. 손은 계속 GS를 만지작거리면서... 사장님의 다른 제안이 들어옵니다.
"그러시다면, 조금 더 쓰셔서 16-50mm 는 어떻습니까? 렌즈 성능은 제가 보장합니다. 지금까지 경험하신 어떤 렌즈보다도 좋을 겁니다."
"저는 손떨림 보정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극강의 화질보다는 '편리함'이 더 좋습니다. 그리고 그거 많이 비싸잖아요. 무겁다고 그러던데..."
"그렇다면, 18-135mm는 어떠십니까? 2.8을 고집하시지 않는다면, 제가 추천하는 렌즈입니다."
관심이 있는 렌즈였죠. X-T1의 방진방적 성능을 뒷받침할 방진방적 렌즈이며, 실용 초점거리를 커버하는 멋진 줌 비율... 그런 렌즈가 있다는 정도는 알고 갔거든요. 저는 렌즈 교환을 잘 안해서 수퍼줌은 항상 관심 대상이었습니다(니콘에 탐론 수퍼줌이 당초 계획이었죠). 그런데 제가 아는 가격은 100만원이 훌쩍 넘는 가격이었습니다. 후지필름은 깎아주지도 않는다는 정보도 알고 있었구요. 줌 비율과 조리개 수치 등을 생각할 때 너무 비싸다고 생각하여 열외로 두었던 렌즈입니다. 캐논 18-135는 30만원대구요, 16-300 같은 수퍼줌도 70만원대인데, 이건 좀 너무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아무리 후지필름이어도 그렇지...
그냥 온 김에 렌즈 구경이라도 해 보자는 생각에 전시품이 있으면 한번 보여달라고 했습니다. 친절하게 전시품 X-T1에 장착해 주셨구요. 아... 이거 좋네요. 환산화각 28-200mm 쯤 되면 하고 싶은 것이 이 안에 다 들어 있다는 것을 머리속으로는 알고 있지만, 직접 줌을 조작해 보며 촬영해 보니 이거 저한테는 정말 잘 맞는 렌즈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줌 링 돌리는 느낌이 아... 좋아요. 탐론이나 캐논보다 비쌀 이유는 충분히 있는 것 같다... 고 살짝 흔들리고 있는데...
"이 렌즈는 프로모션 기간이라 현재 89만원입니다. 80만원에 18-55mm를 구입하시는 것 보다는 훨씬 나은 선택이시죠. 18-55mm는 나중에 중고로 하나 들이시고... 화질은 18-55mm가 더 좋다고들 하는데, 이 렌즈도 소문과 달리 화질은 충분히 좋습니다. 손떨림방지 성능은 제가 보장합니다. X-T1과 체결하면 완벽한 방진방적 시스템이 됩니다. 말씀을 듣다 보니 이 렌즈가 손님 취향에 훨씬 적합합니다."
"89만원이요?"
저는 100만원이 훌쩍 넘는다는 얘기만 게시판을 통해 알고 있었거든요. 89만원... 18-55mm 80만원(안타까운 비현실적 정보인데도 불구하고)과 묘하게 겹치며 갑자기 18-135mm가 엄청 싸게 느껴지는 겁니다. 계속 만지작 거려 봅니다. 다행히도 한가지 아쉬운 점을 찾았습니다. 제가 아주 미쳤던 것은 아니었어요. ^^.
"렌즈가 조금 무겁고 크네요... X-T1하고 밸런스가 약간... 18-55mm 보다는 못한 것 같습니다. 18-55mm를 장착했을 때보다 뭔가 밸런스가..."
X-T1은 사실 작고 예쁜 카메라니까요. 그렇지만 사장님의 최후 공격이 아직 남아 있었습니다.
"저희가 1주년 기념 사은 행사를 진행중입니다. 세로그립이 사은품으로 제공됩니다. 세로그립을 한번 장착하고 다시 한번 평가해 보시죠."
아... 이런 걸 왜 사은품으로 주는 걸까요. X-T1에 세로그립이 장착된 상태에서 18-135mm의 밸런스는 훌륭했습니다(1개월쯤 사용했는데, 이 생각은 지금도 변함 없습니다). 구입할 때에는 즉흥으로 사장님이 영업을 위해 세로그립을 끼워 주시는 건 아닐까 생각도 했습니다만 나중에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1개월동안 진행하는 이벤트였고, 제가 그 이벤트 기간에 구입을 한 거였더군요.
자, 이렇게 해서 저는 X-T1 Graphite Silver+세로그립+18-135mm 를 새로 들이게 되었습니다. 한달쯤 써보고 영 아니면 좀 많이 손해보더라도 장터에 팔면되지, 뭐... 라고 생각했었습니다만, 그럴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소시민에게 있어 카드할부는 당초 계획보다 어마어마해졌지만... 행복합니다. 결국 약간은 미친 거예요.^^.
FUJIFILM X-T1 GS + 18-135mm 간단 사용기
리뷰는 워낙 정성스럽게 작성하시는 분들이 많아 제가 따로 하는 것은 의미가 없을 것 같습니다. 객관적 기준 같은 것도 없는 무자격자이기도 하구요. 대부분 게시판에서 확인되는 정보 그대로 매력적인 시스템입니다. 짧은 사용기를 추가해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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