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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사진가의 눈으로 바라본 sd Quattro (2/2)

LF_Studio | 08-03 22:54 | 조회수 : 4,097 | 추천 : 7

Canon EOS 5D Mark II | Manual | 68.00mm | ISO-100 | F16.0 | 1/100s | 0.00 EV | Centre Weighted Average | Manual WB | 2016-07-20 15:16:16



0. 일러두기

전편에서 언급했듯, 필자는 스튜디오에서 오두막과 28-70L렌즈를 쓰고 있다. 2016년 현재 캐논을 쓰는 상업사진가들은 보통 오막삼 혹은 6D에 24-70L(II), 혹은 그 이상의 기종을 쓰고 있다. 이들 기종은 특히 렌즈에서 어느 정도 향상이 있다. 때문에 리뷰에서 올바른 비교가 이루어졌는가에 대해서는 필자 스스로도 약간은 회의적이다. 정확히는, 필자가 쓰고 있는 기종이 시대의 급류에 뒤쳐져 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여러분들이 더 잘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말 나온 김에 잠시 삼천포에 다녀오자. 상업사진가가 장비의 유행을 따라야 하거나 시대에 뒤쳐진 장비를 쓴다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것 모두 잘못된 말이 아닐까? 궁극적으로 고객에게 최선의 결과를 제공할 수 있는가에 모든 가치판단이 뒤따라야 한다고 본다. 약간의 조명기술과 나름의 프로세싱 레시피에 힘입어 필자는 시대에 뒤쳐진 도구지만 다른 업자들에 견주어 아직은 뒤떨어지지 않는 결과물을 제공하고 있는 것뿐이다. 이번 리뷰를 쓰며 이 '버티기'도 슬슬 한계가 아닐까 싶지만, 상업사진가에게 있어 도구의 선택은 성능보다 ‘도입비용과 유지비용을 포함한 총비용’과 감가상각 + 투자대비 이윤. 참 어려운 부분이다.

본 리뷰 전편을 공개함에 있어 필자가 이용하는 웹호스팅업체가 10Mb이상의 원본이미지를 임의로 삭제해버리는 바람에 리뷰에 싣은 사진들을 정상적으로 보여드리지 못한 점 죄송스럽다. 며칠 방법을 찾아보다가 모든 이미지를 드롭박스로 옮겨서 이 문제를 해결했으며, 이 문제를 해결한 1편의 링크는 다음과 같다. 재미있게 읽히도록 하기 위해 나름 노력을 기울였으니 아직 못보신 분 계시다면 한번 읽어보시길 권하는 바이다.

[ 1편 보러 가기 ]

또한, 전편에서 카메라의 스팩을 링크로 대채했다는 지적이 있어 스팩을 싣기로 한다.





1. SPP

sd Quattro의 RAW파일은 2016년 7월 현재, 오직 SPP로만 현상할 수 있다. 사실 이 부분은 필자와 같은 상업사진가에게 많은 마이너스로 작용하는 감이 없지 않다. RAW현상 소프트웨어의 시장을 캡쳐원프로와 라이트룸, 아파쳐 등이 석권하고 있고, 많은 상업사진가들이 이들 중 하나를 쓰고 있으며, 이미 이들이 상당한 생산성을 뽐내고 있는 바... 시그마가 자사의 소프트웨어를 고집하는 것은 잇점이 될 수 없다. 라이트룸 유저의 입장에서, 어서 ACR업데이트가 나오기를 바래볼 뿐이다. 많이 개선되었고, SPP를 통한 결과물이 ACR을 통한 것 보다 좋다 하더라도, SPP는 번잡하고 불편한 면을 가지고 있다.



2. 작품촬영

순서가 바뀌어 2편으로 옮겨졌지만, 본 리뷰의 목적이었던 작품촬영. 시간상으로는 먼저 진행했지만 8월 2일 작가의 개인전 오픈을 기다리다 보니 순서가 바뀌었다. 사실 회화작품을 촬영하는데 있어 디지털카메라의 비중은 생각보다 그리 높지 않다. 도록을 만들 수 있는 사이즈의 이미지를 뽑아내 주는, 색상이 어느 정도 정확한 수준으로 나오는 카메라라면 크게 불만이 없다. 이것이 필자가 오두막을 아직 쓰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차피 스튜디오에서 풍부한 광량을 바탕으로 작품의 특성을 최대한 살리는 조명 셋업을 하는데 잘 나오지 않을 카메라가 어디 있겠는가... 물론 같은 조건에서 더 좋은 카메라를 도입한다면 더 좋은 결과물을 뽑아낼 수 있겠지만... 아무튼 대상의 해석과 특성을 극대화 하기 위한 표현 방법론, 조명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선순위가 낮은 것은 사실이다.

이번 촬영을 의뢰한 장정후작가는 금속판 위에 그림을 그리고 그 위를 그라인더로 갈아내는 방식으로 작품을 만들어내는, 유망한 청년 화가 중 한 명이다. 작품 속 대상이 지닌 거칠고 힘찬 에너지와 그라인더로 갈아낸 금속성의 날카로움이 한데 어울려 강렬한 느낌을 던져주고 있다. 물론 촬영 난이도도 아주 높다. 금속재질은 그렇잖아도 반사율이 높기 때문에 조광각도가 좋지 않으면 하얗게 날아가거나 까맣게 주저 앉는데, 심지어 그라인더를 붓처럼 쓰는 작가의 스타일 상 금속의 절삭된 면이 불규칙한 각도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회화작품촬영을 쉽게 보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 작품 앞에 세워두고 싶을 정도랄까... 하지만 내가 누구인가, 아무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작품의 질감을 최대한 살려서 촬영을 진행했다.




사실 전편에서 체스판을 찍어놓은 사진에서 sd Quattro의 여유로운 데이터를 보았기 때문에 감정적인 부분을 가급적 배제하고 결과물의 특성을 분석해보기로 한다.



※ 본 리뷰에 등록된 장정후작가의 작품사진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사진들이다. 사진/이미지 도용이나 작품의 표절에 대해서는 가차없이 법적인 조취를 취할 예정이니 주의를 바란다. ※


Canon EOS 5D Mark II | Manual | 48.00mm | ISO-100 | F16.0 | 1/60s | 0.00 EV | Centre Weighted Average | Manual WB | 2016-07-15 14:03:09

(5DMk2 촬영 결과물, 클릭하면 1:1 사이즈로 보실 수 있다)

sd Quattro | Manual | 30.00mm | ISO-100 | F14.0 | 1/60s | 0.00 EV | Centre Weighted Average | Manual WB | 2016-07-15 14:09:52

(sd Quattro 촬영 결과물, 클릭하면 1:1 사이즈로 보실 수 있다)


(1:1 비교 결과물, 왼쪽이 sd Quattro. 클릭하면 1:1 사이즈로 보실 수 있다)


Canon EOS 5D Mark II | Manual | 48.00mm | ISO-100 | F13.0 | 1/60s | 0.00 EV | Centre Weighted Average | Manual WB | 2016-07-15 14:59:03

(5DMk2 촬영 결과물, 클릭하면 1:1 사이즈로 보실 수 있다)

sd Quattro | Manual | 30.00mm | ISO-100 | F14.0 | 1/60s | 0.00 EV | Centre Weighted Average | Manual WB | 2016-07-15 15:13:08

(sd Quattro 촬영 결과물, 클릭하면 1:1 사이즈로 보실 수 있다)


(1:1 비교 결과물, 왼쪽이 sd Quattro. 클릭하면 1:1 사이즈로 보실 수 있다)



sd Quattro에 채용된 Foveon X3 Quattro 센서는 기존의 X3가 빛의 삼원색을 B1:G1:R1로 받아들이던 것에 비해 B4:G1:R1으로 비율이 바뀌었다. 이는 가시광선 영역에서 블루의 파장이 가장 짧고 쉽게 상쇄되는 특성을 반영한 것으로 보이는데, 덕분에 블루의 컬러 해상감(海象感)이 비약적으로 증가한 결과물을 볼 수 있다. 어떤 상황에서는 살짝 과하게 푸른 것이 아닌가 싶은 부분도 있긴 하다.

하이라이트 영역과 쉐도우 영역을 좀 더 비교해 보기로 한다. 금속 질감에 있어 센서가 하이라이트/쉐도우의 해상력이 부족하다면 대충 뭉뚱그려서 밝거나 떡지는 느낌이 나타날 것이다. sd Quattro의 결과물은 매우 훌륭하다. 금속이 빛을 받아서 하얗게 빛나는 안에서도 5DMk2의 결과물은 전체적으로 하얗게 뭉뚱그려지는데 비해 한결 잘게 나눠주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30mm 렌즈의 해상력도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보인다.



Canon EOS 5D Mark II | Manual | 48.00mm | ISO-100 | F14.0 | 1/60s | 0.00 EV | Centre Weighted Average | Manual WB | 2016-07-15 14:17:03

(5DMk2 촬영 결과물, 클릭하면 1:1 사이즈로 보실 수 있다)


sd Quattro | Manual | 30.00mm | ISO-100 | F14.0 | 1/60s | 0.00 EV | Centre Weighted Average | Manual WB | 2016-07-15 14:21:54

(sd Quattro 촬영 결과물, 클릭하면 1:1 사이즈로 보실 수 있다)



(1:1 비교 결과물, 왼쪽이 sd Quattro. 클릭하면 1:1 사이즈로 보실 수 있다)



작품 속 금속이 서늘한 아우라를 발하는 것 같다. 특히 물감이 섞이는 부분에서 적당히 뭉뚱그려지는 느낌이 아닌, 터치가 살아있고 물감이 각 영역을 분명히 하는 것을 보면 컬러에 대한 해상도가 베이어패턴 방식 센서에 비해 한 수 위라는 것을 부정하기 어려워 보인다.



3. 현업에서의 시각과 소소한 경험담

지금까지 sd Quattro가 보여주는 결과물의 화질이 뛰어나다는 것을 충분히 보아왔다. 그렇다면, 화질에 목숨 거는 프로페셔널에게 이 카메라가 어필할 수 있을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스스로에게 진지하게 질문했지만 확답하기 어렵다. 만약 sd Quattro를 스티칭 파노라마 컨트롤러 위에 올려 믿을 수 있는 조명을 쓰고 한 컷의 사진을 8~16컷으로 나눠서 찍은 후 합친다면 ‘디지털 백’에 버금가는 결과물을 뽑아낼 자신이 있긴 하다. 사실, 그보다는 4x5로 촬영하고 필름을 드럼스캔하는 것이 더더욱 뛰어난 결과물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실제로 어떤 공모에서 기가팬과 경쟁하기 위해 4x5로 촬영하고 장축 1만5천 픽셀로 스캔하여 제출한적이 있다. 한편, 2015년 인사아트센터에서 진행했던 게임 LOL과 젊은 화가들의 콜라보레이션 전시에 의해 평소와 다름없이 사진을 촬영하여 넘겼는데, 사진이 작다는 연락이 온 것이다. 아니, 2천만화소 카메라로 찍었는데 작다고? 그럴 리가 없다 부족하지 않다고 하며 전화를 끊은 뒤 5분뒤에 다시 걸려온 전화. “실장님, 작가님 중 두 분의 사진이 장축 1만픽셀이라.. 갑사(라이엇게임즈)에서 큰 파일을 기준으로 진행하자고 합니다. 어쩌면 좋죠?” 장축 1만 픽셀이면 단순 환산해도 6500만 화소. 누가 장당 칠천원~사만오천원짜리 회화촬영시장에 페이즈원이라도 들고 들어온게 아닐까? 뭐 어쨌든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하여 장축 1만픽셀에 맞춰서 납품했지만 그 뒤로 아웃풋 사이즈는 필자에게 약간의 노이로제로 작용하고 있다. 사실 사진의 종합적인 퀄리티가 사진의 가로세로사이즈로 귀결될 수는 없지만, 클라이언트에게 매력을 던지는 ‘장비빨’로 작용할 수는 있을 것이다. 때문에 프로들이 서로 견제하며 치열하게 장비싸움을 하는 것이다. 잠시 삼천포로 빠졌다.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서, 현업에서 sd Quattro의 종합적인 성능이 프로페셔널에게 구미를 당길 것인가? 이 질문의 대답은 포토그래퍼가 어떤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Canon EOS 5D Mark II | Manual | 68.00mm | ISO-100 | F16.0 | 1/100s | 0.00 EV | Centre Weighted Average | Manual WB | 2016-07-20 15:14:24




4. 총평

sd Quattro는 DP Quattro시리즈를 통해 축적된 센서기술과 한참 물이 오른 SA마운트 렌즈군을 결합시킨 시그마의 야심작이다. DP Quattro유저들의 입장에서는 좀 더 다양한 렌즈를 쓸 수 있는 장점을, SD시리즈 유저에게는 좀더 성숙된 센서기술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SA마운트 렌즈뿐 아니라 최근 주가를 올리고 있는 ‘글로벌비전’렌즈를 조합하는 잇점을 주고자 하는 것이 이번 신제품의 노림수라고 볼 수 있겠다.

사실, sd Quattro는 장점보다 단점이 더 많다. 기존 자사의 카메라들에 비해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은 많이 느린 저장속도, 불편한 인터페이스, 생산성을 반영하지 못하는 SPP, 아직은 약간 부족한 기계적 퍼포먼스.. 이런 단점들을 생각하면 하루가 멀다 하고 신제품이 나오는 시장에서 경쟁의 우위를 점할 수 있다 보긴 어렵다. 하지만, 카메라의 기술적인 본질을 ‘좀 더 풍부한 데이터’로 정의한다면 sd Quattro는 135포맷 디지털 카메라 중 최고수준이라고 평할 수 있다.

최근 시장을 바라보면 시그마 뿐 아니라 UFO를 줏었다고 생각되는 회사가 몇 있다. 그렇게 보면 세상은 공평하다고 볼 수 있겠지만.. 아무튼 기존 패러다임의 한계를 깨고 있는 프론티어들이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고 있다. 좀 더 손쉽고 좀 더 빠르고 좀 더 뛰어난 결과물. 이것은 카메라라는 도구에 필연적으로 따라붙는 경쟁이 아닐까.. sd Quattro는 이런 경쟁을 압도할 수 있는 ‘완성형’은 아직 아직 아니겠지만, 적어도 결과물의 화질에 있어서는 그들이 오랜 시간 동안 꾸준히 추구해온 것들이 틀리지 않았다는 반증으로 받아들여도 괜찮지 않을까...?


- 끗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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