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에도 지지 않고

비에도 지지 않고
바람에도 지지 않고
눈에도, 여름의 열기에도 지지 않는
건강한 몸을 가지고
욕심도 없고
결코 화내지 않고
언제나 조용하게 웃고
여러 가지 일에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잘 판단해서 알고
그리고 잊지 않고
동쪽에 아픈 아이가 있으면
가서 간병해 주고
서쪽에 지친 어머니가 있으면

가서 그 짐을 들고
남쪽에 죽을 것 같은 사람이 있으면
가서 무서워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고
북쪽에 싸움과 소송이 있으면
가서 쓸데없으니 그만두라고 하고
가뭄일 때는 눈물을 흘리고
더운 여름엔 안절부절 못하며 걷고
다른 사람으로부터 바보라 불리고
칭찬도 받지 못하고
고민 거리도 되지 않는
그런 사람이
나는 되고 싶다

- 미야자와 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