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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막힌 중고거래 리뷰 : 병신력 만랩의 사기꾼

하록선장 | 11-09 03:00 | 조회수 : 621 | 추천 : 2

안녕하세요 회원님들…
조금은 긴 중고거래 후기를 남겨봅니다.
제가 경어체를 쓰지않고 약간 저급하게 썼습니다.
제 심정을 조금 더 긴박하게 표현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읽으시는 분들께 깊은 양해를 구합니다.

사실 이 글은 며칠 전에 제가 썼던 중고거래 후기의 후기라고 해야 하는데요…
당시 조금 오그라드는 제목으로 감상에 젖어 구매후기를 썼었습니다.

www.popco.net/zboard/zboard...

그럼, 제 좌충우돌 중고거래의 최종후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모두 건강하시고 안전한 거래 하시길 바랍니다!






기막힌 중고거래 리뷰 : 병신력 만랩의 사기꾼



DMC-GM5 | Aperture Priority | 43.00mm | ISO-500 | F2.5 | 1/30s | +0.66 EV | Multi-Segment | Auto WB | 2021-11-04 00:01:24




01)
2021년 10월 29일 금요일 밤은 내가 "무려 일주일동안이나" 눈여겨보고있던 한 렌즈, 파나소닉 루믹스 (구형) 12-35mm f2.8을 질러버린 날이다.
그 렌즈는 독일이베이 산하의 "클라인 안짜이겐"에 게시된 물품이었는데, 여느 중고렌즈들보다 대략 100에서 250유로 정도 싼 350유로에 걸려있었다.
문제는 이 게시물이 클라인 안짜이겐에 등록되어있다는 사실이었다.
이 사이트는, 우리나라로 치면 당근마켓 같은 것이라서, 대부분이 직거래로 이루어진다.
나는 카셀에 살고 그 판매자는 쾰른에 사니까, 급한 내가 기차를 타고 남쪽으로 뺑 돌아 안급한 그를 만나가지고 렌즈를 사온다고 치자.
기차왕복비만 거의 150유로다. 이루어질 수 없는 거래였다.
사실은 그래서 일주일동안 보기만 하고있었던 거다.

02)
하지만 그날 밤엔 내게 뭐라도 씌였던 것인지, 기어이 판매자에게 상품문의를 하고 말았다.
그는 대략 30분 후 답장을 주었는데, 택배거래는 가능하지만 페이팔은 안되니 그냥 계좌이체로 거래를 하자고 한다.
안전거래의 가능성이 하나도 없는데, 그 때 난 정말 미쳤었나보다.
그 즉시 포장이나 잘해달라고 부탁하고는 입금을 해버렸다.
그 사람의 본명과 주소와 전화번도도 모른 채 말이다.

03)
대부분의 거래분쟁이 그러하듯, 나 역시 입금 후 며칠동안 그 판매자로부터 연락을 받지 못했다.
월요일 아침, 다급해진 나는 재촉하듯 트래킹번호를 요구했고 그 때서야 메시지가 하나 날라왔다.
지금 쾰른은 휴일이라 DHL이 쉰다고 한다. 구글로 검색하니 그 말이 맞긴 맞았다.
독일은 주마다 휴일이 조금 달라서 나도 하루를 더 참기로 했다.
우리각시는 내일도 연락이 없으면 은행에 가서 계좌이체를 취소하고 경찰서로 가자고 한다.
그치만 그게 과연 가능할지...

04)
여느 택배거래분쟁이 그러하듯, 다음날에도 트래킹번호는 오질 않았고, 나는 거의 울상이 되어 그에게 내게 전화 좀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랬더니... 그날 저녁 늦게 전화가 왔다! 아기 우는 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려온다.
강한 악센트로 그가 또박또박 말을 하기 시작했다.
"안녕하십니까! 제가 일이 너무 바빠서 연락을 못드렸습니다. 물건은 오늘 보내드렸고 트래킹번호도 바로 보내겠습니다. 걱정 많으셨죠? 죄송합니다. 포장을 아주 단단히 했으니 조심스럽게 뜯으셔야 할겁니다. 걱정 안하셔도 될 겁니다."

05)
2021년 11월 2일 화요일 낮, 나는 결국 이 렌즈를 받아들었다.
앞뒤캡과 필터는 없었지만 정상적으로 잘 작동했고 외관도 깨끗했다.
그에게 감사의 답글을 남겼더니, 자기를 믿어줘서 정말 고맙다는 답글이 왔다.
그렇게 이 거래는 "안전거래를 이용하지 않아도 충분히 안전하게 택배거래를 한 훈훈한 사례"로 끝날 것만 같았다.
그런데 말입니다...

06)
이상하게 그 날 이후, 그는 내게 3가지 다른 상품을 사달라는 메세지를 연달아 보냈다.
하나는 캐논바디, 또 하나는 시그마렌즈, 마지막은 블랙매직카메라.
특히 블랙매직카메라는 500유로라는 헐값에 판다면서, 자꾸 질척이는 것이었다.
물론 나는 이번 거래로 거지 중에 상거지가 되었기 때문에, 물건이 아무리 싸고 좋아도 더 이상 살 수 없었고, 좋은 말로 세번 다 거부를 하고 말았다.

07)
2021년 11월 7일 일요일, 점심식사를 준비하던 때였다.
그에게서 또 하나의 메세지가 날아왔다. 그 메세지는 정말 충격적이었다.
사실 내가 산 파나소닉 12-35가 도난품인데, 자기도 어제까지 그걸 몰랐다면서, 지금 자기가 이 사실을 구매자인 내게도 알렸으니 우리는 둘 다 경찰조사대상이 되었단다.
그리고는 자기에게 이 렌즈를 도로 보내면 돈을 돌려주겠다고 말을 했다. 자기를 믿으라고 했다.
자기한테 렌즈를 돌려주면 우리 둘 다 경찰조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자기는 내 돈이 자기통장에 찍히기도 전에 렌즈를 보내주었으니, 제발 자기를 믿고 렌즈를 지금 즉시 보내라는 것이었다.
이 렌즈를 섣불리 경찰서에 가져가 수사의뢰를 하면 장물보관죄로 현재소장자인 내가 구속될 수 있다고 엄중히 경고하면서.
장장 10여개의 짧은 메세지들이 경박한 벨소리와 함께 날아들었다.

08)
나는 국제호구 및 국제쫄보 두 체급 통합챔피언이라서 이 메세지를 보고 완전경악을 했지만, 이번만큼은 즉시 답을 하진 않았다.
일단 우리각시가 강력하게 만류를 했다. 절대 보내지 말고 좀 잘 알아보란다.
그래서 우선은 맨아래층에 사는 한 독일인 청년에게 그가 보낸 모든 메세지들을 보여주었다.
그 청년은 허허 웃으면서 읽어내려가더니, 내게 그냥 반응하지 말라고 했다.
모든 메세지들이 다 구라같고 허술하게 보인다고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게 카셀시 중앙역 옆의 24시간경찰서에 가보라고도 권했다.
그 다음엔 프랑크푸르트에 사는 독일인친구에게도 조언을 구했다. 그 친구도 당장 경찰서로 가라고 한다.
그래 좋았어! 내가 이 판에 뭘 못하겠는가.
렌즈를 가지고 당장 경찰서로 갔다.
이미 내 마음 속에 이 판매자는 사기꾼이었기 때문에, 설령 그 사람 말이 맞아서 이 렌즈가 경찰관에게 압수당하더라도 절대 그 사람에게는 돌려주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그가 주장하듯, 이 렌즈는 그 자의 렌즈도 아니잖아.







09)
독일에서 처음으로 경찰서에 들어가봤다.
내가 간 곳은 이 곳에서 가장 큰 경찰본부인 Polizeipräsidium Nordhessen.
일요일 오후 16시.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오후였다.
경찰서 안에선 이미 민머리에 승모근이 하늘로 승천할 듯 온 몸이 근육으로 덮인 경찰 한 명이 착 붙는 하늘색 반팔유니폼을 입고 다른 시민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고, 나는 그 옆에서 내 사건을 맡을 다른 경찰을 기다렸다.
한 5분 쯤 지났을까, 나를 위해 경찰 한 명이 문을 열고 등장했다.
그의 이름은 플리아가스. 단정하고 날렵한 몸에 선한 표정을 한 경찰관이었다.
그는 그 자가 내게 보낸 모든 메세지를 읽은 후, 렌즈의 일련번호로 도난품검색을 하기 시작했다.
결과는 정상. 도난품이 아니었다.
경찰관은 일단 클라인 안짜이겐에 그 판매자의 아이디를 신고하고, 그 놈에게도 직접 내가 오늘 카셀경찰서에서 도난품검색을 해봤다는 사실을 문자로 알리라고 조언했다.
모든 스트레스가 경찰서에서 환희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10)
그렇게 집에 돌아와 이른 저녁식사를 준비하는데, 아 ㅆㅂ 그 놈이 또 한번 메세지를 날려왔다.
지금 쾰른경찰서에 자기에게 전화를 했다고 한다. 빨리 렌즈를 보내야한다고 재혹한다.
그러면서, 자기에게 협조하지 않고 카셀경찰서로 렌즈를 가져가면 내가 즉시 고소당할 것이라고 했다.
야 이 ㅅㄲ야 나 방금 거기에 있었거든.
세심한 마음에 살짝 쫄았으나 옆에 있는 각시는 태연하다.
음, 아무 일도 아닌것이로구만. 이건 내가 이기는 게임인가보구만.
오케이, 일단 아무 반응도 하지 말자.
그나저나 그 놈은 웬일인지 자기의 마지막 메세지를 1시간 후 삭제했다.
오 그러나 매우 안타깝도다, 모든 이베이의 메세지는 내 개인이메일로도 들어온단다 이 ㅆㅅㄲ야.

11)
2021년 11월 8일 월요일 아침, 배를 좀 채우고 다시 경찰본부에 갔다.
12시 20분 쯤 되었을까, 다른 경찰관이 또 한 분 나오신다. 멘쩰이라는 이름의 경찰이었다.
다시 자초지종을 다 설명하고 이 ㅅㄲ의 마지막 협박메세지를 보여주자, 이 경찰관이 한번 더 도난품검색을 하겠다고 한다.
뭐 당연히 결과는 정상으로 나왔고, 이 경찰관은 내게 어제보다 더 알아듣기 쉬운 독일어로, 얘는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고 특히 마지막 멘트는 내가 겁먹고 자기에게 렌즈를 보내길 바라는 마음에 날려본 귀여운 협박에 불과하므로, 그냥 무시하라고 조언을 했다.

12)
또 다시 가벼워진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오니, 하 이 ㅆㅂㅅㄲ, 마지막 경고랍시고 두 개의 메세지를 또 보냈네.
내가 협조하지 않았으니 단단히 각오하라고 한다. 곧 경찰의 조치가 있을것이라면서, 그 렌즈 잘 가지고 있으란다. ㅎㅎㅎ
예, 어련하시겠어요. 잘 갖고 있어야지 내가 이걸 버릴 것 같냐 ㄷㅅ아.

13)
결국 나는 플리아가스 경찰의 조언대로 그에게 마지막 메세지를 날렸다.
어제 오늘 카셀경찰서에 갔던 사실과 이 렌즈가 도난품이 아니라는 사실을 밝히고, 거짓말 좀 하지 말라는 말로 마무리를 했다.
물론 클라인 안짜이겐에도 이 판매자를 공갈협박의 항목으로 신고했다.
판매자평점도 "아주아주아주끔찍함"을 눌러주었다.
그리고 우리각시와 나는 맛있는 도미구이를 해서 점심으로 잘 먹었다.
근데 이 ㅅㄲ야 형이 메세지를 보냈으면 답을 해야 할 거 아니냐... 왜 조용하냐. ㅎㅎㅎㅎ

14)
그럼 그렇지, 2021년 11월 8일 19시쯤, 모르는 번호로부터 또 한 통의 문자를 받았다.
자기가 렌즈의 원래주인이란다! 내가 지금까지의 제안을 모두 씹어드셨으니 내일이나 내일모레 고소하겠다고 한다. 이뭥미...
그러나 난 역시 국제쫄보. 잔뜩 쫄아서는 그 즉시 친한 독일친구에게 부탁해서 경찰서로 같이 갔다. 21시쯤이었다.
그 친구 덕에 이번엔 완벽히 알아들을 수 있었다.
아무 반응하지 말고, 모든 전화번호 다 차단하고, 합법적인 렌즈의 주인으로서 잘 쓰라는 그 경찰의 말이 참 고마웠다.
결국 그 모르는 번호 역시 경찰의 제안대로 차단했다.
이젠 정말 별 일 없길…
(가짜고소장이 하나 날아올 것 같긴 하다만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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