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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라는 링위에 서다 2

Broken Matrix | 11-05 18:32 | 조회수 : 2,069 | 추천 : 0


 

 

실제 권투선수가 타이틀을 따기 위해 링위에 설때까지 

얼마나 많은 연습의 시간이 필요할까?

 

챔피언 밸트를 허리에 매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땀으로 샤워를 할까?

 

생활스포츠 수준으로 하는 나이지만.... 

비루한 몸뚱아리를 끌고 비록 연습이더라도 

링 위에 올라설 때 마다

항상 경건해 진다...

 

상대방이 흘린 땀을 존중해야 하고

상대방이 흘린 눈물을 존중해야 한다.

상대방의 눈을 보아야 하고,

상대방의 주먹을 보아야 한다.

 

 

 

 

 

시합용보다 무거운 글러브

머리를 보호해 줄 수 있는 헤드기어를 차고

링위에 오르지만

수시로 나의 빈틈을 노리는

상대방의 묵직한 주먹은 

안그래도 무겁기만 한 나의 발과 다리와 허리에

무게감을 보태어 주기에 충분하다.

 

 

 

 

 

비록 보호장비를 하고 있더라도 

비록 지금은 연습일 뿐일지라도 

상대방의 주먹은 냉정하다..

 

나의 빈틈을 노리는 저 주먹....

피할 수 없다면 막아야 한다.

막을 수 없다면 맞아야 한다.

그리고 맞았다면 버텨야 한다...

 

 

 

 

가드를 올리고 

눈을 부릅뜨고 버텨야 한다.

내가 치져간다는 걸 숨겨야 한다.

내가 아프다는 걸 숨겨야 한다.

 

 

 

아직 내가 살아 있음을 알려야

상대방의 주먹은 그제서야 멈춘다.

인생은 그런거다 살아 있어야 한다..

 

 

 

맨 처음 링위에 올랐을 때가 생각난다.

제일 처음 체육관 문을 두드리고 두달 남짓 되었을 때였던가...

나는 거친 호흡으로 힘겹게 버티면서

내가 뻗는 주먹이 닿지 않는 상대방의 움직임을 보고만 있었다.

내 무기는 참으로 느리고 보잘것 없는 남에게 전혀 위협적이지 않은

무기임을 느끼게 해준 그 시간

 

 

 

그래.. 나는 그냥 그런 나약한 존재였을 뿐이다...

이 세상에서 나는 사냥꾼이 아니고 사냥감이었을 뿐이다..

착각은 내가 한 것이다...

 

내려놓자.... 하나만 더 내려놓자...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하나만 더 내려놓자...

 

그리고 나는 버틴다

갖은게 없으니 버티는게 쉽다.

 

내 머리를 흔드는 머리쪽 주먹에도

내 숨을 정지시키는 몸쪽 주먹에도 버텨야 한다..

그래야 다시 기회가 있는 거니까

 

 

 

 

 

그러다 보면 점점 느껴진다...

상대방의 거친 숨소리

점점 느려지는 스텝

그리고 약해지는 주먹...

 

기회는 온다...

내가 사냥감이 아니라 사냥꾼이 될 수 있는.... 

 

 

 

그리고 파고 든다....

상대방을 흔들기 위해서

상대방을 때리기 위해서

상대방을 눕히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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