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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예산용) 오만장에서 오백장을 골라내려니 (소리有)

알파부부 | 11-21 12:59 | 조회수 : 4,614



Love me with all of your heart as I love you
  
Love me always as you've loved me from the start

With every beat of your heart

- Love me with all of your heart / Engelbert Humperdinck





▲ 벌써 10년 전의 일이다 시간의 강물따라 덧없이 흘러가버린 50년 세월

전반전의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울리고 들어간 Locker Room 에서 그는 곰곰히 인생 전반전을 복기했다

전반 스코어 10:9 / 1점 차의 아슬아슬한 리드 / 이긴 것도 아니고 진 것도 아닌 애매한 상황

최고의 수비는 공격이다라는 각오로 맹공을 퍼부어 나름 골도 많이 넣었지만 그만큼 수비가 부실하여 9점이나 실점하는 실속없는 게임





▲ 아니야 이건 아니야 이건 핸드볼이지 축구가 아니야

후반전은 이래서는 안돼 작전을 바꿔야 해 수비에 중점을 두는 슬로우 템포 축구를 해야 해

인생 후반전은 너무 바쁘고 정신없이 살지말자 좀 천천히 살자 그라운드를 조금 더 넓게 바라보며 축구 자체를 즐기자

침대축구면 어떠랴(침대축구도 제대로 하려면 힘이 넘치는 전반전에 구사해야지 힘빠진 후반전엔 이것도 쉬운 게 아니란 걸 깨닫긴 했지만)

그래 이제 인생 후반전엔 내가 아니 우리 부부가 원하던 삶을 사는 거다 후반전의 시작을 알리는 휘슬 소리와 함께 그는 맹세했다





▲ 인생 후반전의 중점 전술 전략 두가지가 바로 등산과 사진취미

삼십대부터 부부산악회 활동을 해오긴 했지만 이제부터는 좀 더 전문적 산악인 부부 알파인부부(알파부부의 어원임)가 되는 거다

사랑하는 북한산 국립공원에 우리의 영혼을 묻는 거다 그리고 동시에 이 모든 걸 사진취미와 연계하는 거다 그는 입술을 깨물었다

자신이 바라던 것 좋아하는 걸 하는 것처럼 즐거운 일이 또 있을까 힘이 들수록 더욱 기운이 솟고 어려울수록 신명이 나기 마련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십여 년은 우리부부에게 가장 행복했던 시기였을지도 모른다





▲ 기운이 솟거나 말거나 신명이 나건 어쩌건 세월은 흐르는 법 다시 십년이 그렇게 흘러갔다 그렇다 시간의 정확성 이건 정말 얄짤없다

무릇 모든 작전은 기간별 중간 보고서가 있어야 할 터 지난 십여년동안 꾸준히 사진작업을 해온 북한산 사진 정리작업에 착수한지 어언 한달

토탈 5만여장에서 1차 컷트라인을 통과한 1000장을 추리고 다시 2차로 500장(계절별 100장 / 집사람과 내사진 100장)을 골라내는 작업

근데 해보니 이게 정말 장난이 아니다 북한산 국립공원이 넓다고 하나 히말라야는 아닐테니 그 내공이 그 내공이요 그 사진이 그 사진

여기에 되도않는 잡문류 글까지 쓰려니 당최 머리가 지끈거리고 눈이 침침하여 이건 도무지 사람이 할 짓이 아닌 것이다

평생을 Paper Work 으로 먹고 살아온 풍신이 이젠 그마저 쉽지않으니 어쩌랴 도도히 흐르는 세월의 강물 속에 침잠(沈潛)할 수밖에





▲ 제일 괴로운 건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산(山)사진을 고르지 못하겠는 거다

야음을 가리지않고 새벽이건 밤이건 추락의 위험을 무릅쓰고 아찔한 암릉 벼랑을 기어올라 힘들게 담은 사진이 적지 않건만

그저 다들 비슷비슷 그 사진이 그 사진 특별히 잘 찍은 사진도 없고 그렇다고 의미 없는 사진도 없다

하긴 산꼭대기에서 콩쑤어 메주 빚으면 특별한가? 평지랑 비슷하다 똑같이 간장 나오고 된장 그리고 고추장 나오는 거다

외려 평지의 그것보다 맛은 더 없기 일쑤다 영혼을 담아 북한산 사진을 담겠노라 맹세했던 자부심마저 흔들리는 상황

헌데 북한산의 품속에 깃든 집사람의 사진은 경우가 다르다 마음에 드는 사진이 눈에 팍 들어오며 고르기가 여간 쉬운 게 아니니 말이다

내가 사랑했던 풍경은 북한산이 아니라 북한산 풍경 속에 담긴 집사람이었을까

결국 내가 영혼처럼 진정 사랑했던 대상은 산이 아니라 집사람이었단 말인가 그랬던거란 말인가

뭐지? 그동안 산신령님께 거짓말을 해온 양 죄를 지은 것 같은 기분은? 마음 한켠이 아려온다 아 괴롭다 괴로운 일이다

(PS: 입이 안떨어지긴 하는데 24105G 추경예산 어떻게 안될까요 화질 괜찮다네요 이왕 수집하는거 구색이 중요한데 이빨이 빠진 것 같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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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ove me with all of your heart / Engelbert Humperdinck
    


Paper Work 에 메달린지 어언 한달

머리도 굳고 능률도 안오르고 도무지 힘에 벅차 잠시 모든 작업을 중단하고 다시 산으로 복귀합니다

님들 모두 활기찬 일상되십시오 감사합니다

.......


★ 알파부부님의 팝코 앨범 ★
https://photo.popco.net/sketchman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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