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톰이 키운 우주 비행사
일본 최초 우주 비행사 모리 마모루(毛利衛)는 과거 인터뷰에서 "나를 우주 비행으로 이끌어 준 이는 철완(鐵腕) 아톰"이라고 말했다. 아톰은 국내에 '우주 소년 아톰'이라는 이름으로 소개돼 큰 인기를 끌었던 일본 애니메이션 주인공이다. 아톰 덕분에 과학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는 사람은 모리씨 외에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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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나카무라 슈지(中村修二) 캘리포니아대 교수도 아톰을 보면서 과학자의 꿈을 키웠다. 나카무라 교수의 형은 아사히신문에 "어린 시절 동생은 아톰에 나오는 오차노미즈 박사(한국에선 '코주부 박사'로 소개)가 되고 싶어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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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씨나 나카무라 교수가 유년기에 아톰을 보면서 꿈을 키웠듯이 지금 많은 일본 아동은 이들을 동경하며 꿈을 키우고 있다. 지난 8일 마이니치신문 등에 따르면 보험회사 '제일생명보험'이 전국 유아와 초등학생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장래 희망 설문 조사에서 남자 아이들 장래 희망 가운데 학자, 박사가 7년 연속 1위에 오른 축구 선수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전년(8위)보다 순위가 여섯 계단 껑충 뛰었다. 제일생명보험은 2015년, 2016년 2년 연속 일본인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가 나온 것을 인기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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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즈카 오사무의 '아톰'. /조선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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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한국에선 수년째 어린이 장래 희망 1순위가 연예인이다. 작년 1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초등학교 4~6학년 458명을 대상으로 조사·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남녀 통틀어 문화·예술·스포츠 전문가가 40.5%라는 압도적 지지를 얻어 1위에 올랐다. 과학자를 선택한 아이들은 5.6%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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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 관련 종사자보다 학자, 연구자가 더 중요하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스타가 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는 수많은 청소년의 열정과 한류 스타들이 우리나라 경제 및 대중문화 발전에 이바지한 공을 폄훼할 의도도 없다. 하지만 모두가 같은 꿈을 꾸는 사회는 분명 문제가 있다. 더구나 많은 아이가 학자를 꿈꾸는 사회와 너도나도 연예인이 되길 희망하는 사회는 20~30년 뒤 미래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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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노벨상 수상자를 발표할 때마다 '왜 일본에선 노벨상 수상자가 자주 나오는데 우리는 못 하나'라는 기사가 단골로 등장한다. 물론 정부 정책이나 교육과정의 차이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꿈'의 차이가 상반된 결과를 낳는 게 아닐까 싶다. 우리가 정말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고 싶다면 우선 많은 아이가 학자의 꿈을 꾸게 하는 사회적 분 위기와 역할 모델을 만들고, 그런 다음 계속 그 꿈을 키워나갈 수 있는 제도와 경제적 보조가 마련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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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지난달 교육부 조사에선 '알파고' 덕분에 과학자를 장래 희망으로 꼽은 아이들이 예년에 비해 많아졌다고 한다. 이것이 반짝 인기에 그치지 않기를, 앞으로도 아이들이 학자, 연구원이라는 꿈을 꿀 수 있는 사회적 토양이 마련되기를 기대해 본다.
오윤희 국제부 기자
출처 : news.chosun.com/site/data/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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