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정보

레이어닫기

권정생선생 살던집을 찾아가다

콩세알 | 04-02 06:40 | 조회수 : 1,907

X-M1 | Manual | 28.90mm | ISO-1600 | F3.6 | 1/50s | 0.00 EV | Spot | Auto WB | 2014-03-30 16:59:18

집에서 불과 십여분 거리의 안동시 일직면 조탑리.

그곳에 권정생 선생님이 살던 집이 있다.

'강아지똥' '몽실언니' 내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화를 쓴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아동문학작가 권정생.

가난한 삶을 몸으로 살아내셨던 분,

글과 말과 행동이 일치하셨던 분,

순수한 영혼.

...

권정생 생가라고 오기된 ( 선생님은 해방전 일본에서 태어나셨다 )

표지판을 따라 골목골목을 찾아 들어가서야

'권정생선생 살던집' 이라는 제대로 된 표지판을 만날 수 있었다.

그나마 그 표지판이라도 없었다면

이곳이 과연 그 유명한 동화작가의 생전 살던 곳이 맞나 싶을 정도의

작고 허름한 흙 집 한 채가 길 끝에 자리하고 있었다.

 

노란 산수유며 개나리가 마당을 차지하는 것 말고는

어느 것 하나 볼품없는 그 곳에서

선생님의 삶이 오롯이 다가온다.

 

짜릿하고 또 부끄러웠다.

유명했고 돈도 많이 벌었지만 보란듯 가난하게 사셨던 선생님의 '살던 곳'과

권력에 돈에 눈이 멀어 나라를 팔고 약자를 겁박했던 자들의 번쩍이는 '생가'라는 곳이

어떻게 비교되는 지에 대해 생각하니 짜릿했고,

나의 삶을 선생님의 삶에 빗대니 부끄러웠다.

 

5평 흙집에 곳곳에 선생님의 손 때가 여전히 묻어있어

정갈한 마당에서는 쓱쓱 마당을 쓰는 선생이 보이는 듯 하고,

빨래줄에 널린 걸레 하나에서는 금방이라도 뚝뚝 물이 떨어질 듯 하다.

 

참말로 볼 것도 없고 좁기도 좁은 이 곳에서

무슨 생각이 이리도 많이 드는지

 

구멍뚫린 선생님의 방으로 작은 눈 들이밀고는

'할아버지 예쁜동화 지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하는 두 딸을 본다.

얼마나 고마운가.

선생님의 강아지똥 덕분에 아이들은 똥이 더럽다 않고,

아비는 흙을 소중하게 여기는 법을 배웠다.

 

선생님 집을 돌아나오다 마당 한 켠에서 민들레 하나를 보았다.

마치 이 민들레와 선생님의 시선 사이에 내가 서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어

다시 뒤를 돌아 5평 작은 흙집을 쳐다 보았다.

집을 허물어 자연으로 돌려보내라 유언하셨다지

죽음까지 가난으로 보내셨던 분.

부디 그 유언만은 지키지 말아주기를

이 집이 오래오래 남아

아이들에게는 꿈을

어른들에게는 반성을 주시기를...

 

DSCF8137

 

DSCF8130

 

DSCF8139

 

DSCF8089

 

DSCF8086

 

DSCF8134

 

DSCF8084 

 

DSCF8103

 

DSCF8116

 

DSCF8082

 

DSCF8138

 

DSCF8112

 

“ 인세는 어린이로 인해 생긴 것이니 그들에게 돌려줘야 한다.

굶주린 북녘 어린이들을 위해 쓰고 여력이 되면 아시아아프리카의 굶주린 아이들을 위해서도 써 달라.

남북한이 서로 미워하거나 싸우지 말고 통일을 이뤄 잘 살았으면 좋겠다. “

- 권정생선생님 유언 중



★ 콩세알님의 팝코 앨범 ★
https://photo.popco.net/43452

접기 덧글 7 접기
SNS 로그인

이전글 다음글 목록

맨위로

이전이전1 2 3 4 5 다음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