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편에서 계속 (글이 다 들어가지 않는군요)
* 슈나이더 vs 칼 짜이쯔 vs 캐논
렌즈 이야기를 기술적으로 하자면 한도 끝도 없을 것이다. 대단히 테크니컬 한 이야기로 천일야화를 쓸 수 있겠다. 하지만 여기서는 마케팅적인 측면만 간략히 짚고 넘어가겠다. 칼 짜이쯔는 약 130년의 역사를 지닌 독일의 렌즈 생산업체이다. 라이카를 비롯한 다른 고급 카메라 업체에 렌즈를 납품하면서 일약 세계 최고의 반열에 오른다.
2차대전까지 종군기자의 대부분은 독일산 카메라를 선호하였다. 그러나 2차대전 이후로 쓸만한 카메라가 일본에서 생산된다는 것을 깨닫고 많은 사람들이 일본산으로의 다운 그레이드를 시도 하였다. 적어도 레인지 파인더 카메라에서 라이카의 기술을 일본메이커는 따라갈 수가 없었고, 일본 메이커는 일안 리플렉스 방식으로 방향을 바꾼다.
라이카와 니콘, 캐논의 승패가 여기서 결정된다. 노광계와 파인더 계의 이중 광학계를 지닌 range-finder 방식보다 둘을 하나로 합친 Single eye reflex (우리가 흔히 말하는 SLR) 방식이 훨씬 이상적인 방식이었기 때문에 렌즈의 질이야 어찌되었든 SLR에 치중한 일본 메이커가 승기를 잡게 된다.
아무리 훌륭한 광학적 성과를 지녔어도 여기에 대응하지 못한 라이카와 콘탁스, 롤라이의 3대 거물은 역사의 뒤안길로 침몰하게 된다. 침몰하는 와중에 키에프 콘탁스 3 같은 모델은 1000만대 이상이 팔려 아직까지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카메라의 기록을 갖게 된다.
1950년 한국전쟁은 일본 카메라들을 이용한 서양 종군기자들의 활약 속에 세계 1류로 올라서고 일본은 바디 기술을 발전 시키는 방향으로 세계 광학계의 메이저리티로 등장하게 된다. 일본이라는 나라는 내수의 시장경쟁이 엄청나게 치열하고 독일과 비슷한 기능장 문화가 살아있어서, 제조업에 있어서는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좋은 토양을 가지고 있었다.
한번 승기를 잡은 일본계 광학업체는 아직까지 승기를 놓지 않고 있다. 그리고 캐논은 니콘과 다른길을 간다. 니콘이 바디의 기능에 충실한 반면 캐논은 독일산 렌즈의 품질을 따라가고자 20년을 F-1 하나로 버텼다. 최고의 렌즈 기술을 확보한 후에야 바디로 돌아왔다. 캐논이 바디로 돌아오자 니콘이 설 땅마저 좁아지게 되었다. 라이카에 노출계를 공급할 정도로 기술이 뛰어났던 AF와 바디의 선구자 미놀타는 이미 사라졌다. 디카의 고급품을 지향하던 올림푸스는 소니의 이미지에 잡혀 먹혔다.
일본에서는 캐논,니콘,후지,올림푸스,미놀타 이외에도 치논(나중에 코닥에 인수), 비비타, 야시카, 후지논(후지필름),교세라니, 하마마쓰, 켄코, 호야, 타쿠마,타무론,토키나등 일반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은 수 많은 회사가 정교한 렌즈를 생산하고 설계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 그동안 명멸해온 수 많은 메이커들이 있었다. 그렇게 사라져간 대표적인 비운의 회사는 비비타와 치논이다.
일본산으로 세계 광학의 산업의 중심지가 급격히 옮겨가자 미국과 독일에서는 핵심기술을 가진 국가로써 완성품 제조를 너무 빨리 포기한 것이 아닌가 하는 자성론이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독일 회사들은 나름대로 살 길을 찾기 시작하였다.
칼 짜이쯔의 렌즈군중에 카메라용 렌즈는 일부에 불과하다. 산업용 렌즈가 부가가치도 높고, 더 정교한 기술을 필요로 했다. 칼 짜이쯔는 두가지 생존전략을 택하였다. 그 첫번째는 소니와의 제휴이다.
* 소니 대 칼 짜이쯔
칼 짜이쯔가 글로벌 파트너로 소니를 택했다는 것은 큰 의미를 갖는다. 우리는 둔감할지 모르지만, 방송용 캡처와 일부 프린팅 시장에서의 소니의 영향력은 실로 막강하다. 우리는 거의 100% 소니 카메라로 찍은 방송을 보며, 병원에서 프린트 해주는 초음파 이미지의 거의 100%는 소니사의 제품이다.
소니는 정지영상 캡처에는 그리 노하우가 없었지만, 동영상을 촬영하는 기계나 프로젝터 / 프로젝션 계열에서는 세계적인 선두주자였다. 칼 짜이쯔가 해외 공장을 가동하면서 렌즈의 대량공급이 가능해지고, 소니 같은 많은 물량을 소화해 주는 회사와 전략적인 관계를 가져간다는 것은 칼 짜이쯔가 살아남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길이었을 것이다. 그런 안정된 생산을 바탕으로 여러 분야에서 확장 정책을 쓰게 된다.
두번째의 예를 확인해보자. 요즈음 안경을 하러 안경점에 가보면 의외로 칼 짜이쯔를 다루는 집이 많아 졌슴을 알 수 있다. 심지어 로덴스톡의 렌즈를 쓰는 집도 생겼다. 여기서 쉽게 짐작할 수 있는 것은 칼 짜이쯔가 그동안 쌓아온 명성을 바탕으로 이제 대중화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그것은 오리지널 독일산이 아닌 수 많은 라이센스의 판매를 의미하며, 칼 짜이쯔의 라이센스를 취득한 여러 회사가 또는 여러 나라의 공장에서 많은 량의 렌즈를 생산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브랜드의 측면으로 보았을 때 칼 짜이쯔는 그 희소성을 잃어가는 중이다. 비슷한 예로는 피에르 가르댕을 들 수 있다. 한때 전세계 로열티 수입만 100억달러를 기록했다는 엄청난 확장전략을 구사했던 삐에르 가르댕이 지금까지 어떤 품질과 명성을 유지하는지 생각해보면 수 많은 사람들에게 환상을 심어준 칼 짜이쯔가 너무나 대중화 된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칼 짜이쯔가 호야와 비슷한 시장에서 경쟁을 하게 되다니....
렌즈를 좀 아는 사람들은 정말 좋은 렌즈는 NC연마기만으로는 만들 수 없다고 생각한다. 정말 좋은 렌즈는 마이스터(기능장)의 손끝에서 나온다고들 이야기 한다. 우리는 결과물을 보고 편견 또는 선호를 갖기 마련이지만, 대중화 된다는 것은 어쩐지 우려스럽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과연 칼 짜이쯔의 대중렌즈화가 맞는 길인지.... 명성을 돈과 너무 쉽게 바꾸는 것 이다. 그러나 칼 짜이쯔에는 더 이상 버틸 힘이 없다. 렌즈 비즈니스로 수익을 내는 회사라기 보다는 브랜드를 팔아서 먹고 사는 라이카 같은 회사가 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디지털 시대가 요구하는 바이다. 롤라이,콘탁스,라이카가 변화하지 못하여 시장에서 사라졌듯이 명품으로 취급받던 칼 짜이쯔가 소니의 디카에 렌즈를 공급한다는 것은 디지털 시대의 광학 수요에 일본계 렌즈에 시장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독일 업체의 필사적 노력이 담겨있는 것이다.
약 20여년전부터 소니와 칼짜이쯔의 협력이 이루어 졌고, 드디어 2000년 두번째의 협력, 즉 슈나이더 크로이쯔나흐와 코닥이 전략적 제휴를 발표한다. 이후로 두 회사는 광학계의 1위 기술과 컬러 구현의 1인자가 만나서 디카의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그 와중에서 펜탁스는 바디와 렌즈의 기술에서의 우위로 합병의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초경량 정밀 설계로 독자적인 모듈을 개발하여 전세계 메가픽셀 폰카 모듈의 대부분을 장악하게 된다.
* 기술과 특허, 삼성카메라
롤라이 vs 삼성
나는 우리나라에는 두가지 자랑할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 하나가 한글이요 다른 하나는 삼성이다. 이 두가지는 한국인의 정체성과 한국인의 위상을 대표한다. 둘 다 한국의 긍지이자 자부심이다. 가끔 나는 삼성전자에서 근무하는 꿈을 꿀때가 있다. 이 짧은 인생 애국하기도 바쁘다면 삼성전자에서 야근하는 것이 더 의미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해 본다.
나는 삼성전자를 다니는 사람을 만나면 당신은 애국자라고 꼭 이야기해준다. 당신이 나의 자존심을 세워준다고..당신이 다니는 삼성 덕에 내가 외국에 나가면 한국인을 더 자신있게 부각할 수 있다고... 물론 그런 존재는 삼성이 다는 아닐 것이다. LG에서 아리랑공구에 이르기까지 한국산 글로벌 플레이어는 모두 축복받아야 할 존재들이다.
2002년초에 중국에 갔을 때 노래방에 갔었는데 놀란 것 두가지는 10층이 넘는 빌딩에 수백개가 넘는 방이 전부 노래방이었다는 사실, 거기 아가씨가 층별로 일이백명이 대기하고 있었다는 사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정말 놀란 것은 룸마다 LG PDP가 걸려 있었다는 사실이다. PDP를 대표했던 LG도 자랑스러웠지만, 그 비싼걸 가져다 노래방에 거는 그들의 배포에 또 한번 놀랐다. 우리는 최소한 중국보단 나아야 하지 않은가?
얘기다 옆길로 샜는데, 어찌 되었건 삼성에는 몇 가지 실패사례가 있다. 삼성, 현대, LG의 빅딜에는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때는 90년대, 세 회사는 각기 전자분야에서 글로벌 플레이어가 되기를 원했고, 각기 비슷한 돈을 들여 비슷한 시기에 세 개의 미국회사를 인수한다.
삼성의 도전 - AST 인수
삼성이 원했던 것은 세계PC시장에 진출하는 것이었다. 나는 아직도 80년대 초의 SPC-1000을 기억한다. 나를 컴퓨터의 세계로 인도했던 8비트 기종이었다. 삼성이 인수했던 회사는 미국의 AST였다. AST는 당시 IBM, HP, Compaq, Dell에 이어 5위를 달리고 있었다. 미국시장에서 적응하지 못해서 그 전에 망했던 회사들은 부지기수 였다. Wang이 그랬고 Tandy, Atari,아직 숨은 쉬고 있지만 NCR같은 회사들이 그런 부류다. 삼성은 AST의 브랜드와 유통망을 원했다. 그러나 그 때 AST의 운명은 급속히 기울고 있었다. 미국은 넓은 나라이다. 유통망이 엄청나게 잘 발달되어있다. 유통전쟁에서 지면 미국시장에서는 살아남기 힘이든다. 삼성이 이후 AST 정상화에 쏟아부은 돈이 수억달러이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AST, 삼성 모두 미국시장에서 버틸 수 없었고 모든 시장은 대만제 부품을 이용한 미국브랜드가 석권하게 되었다.
현대의 도전 - 맥스터인수
같은 시기 현대전자는 하드디스크의 거대업체 맥스터를 인수한다. 맥스터는 당시 매출기준으로 빅4 이내에 들었던 데다가 기술 또한 앞서있어서 사업 그 자체를 위해 인수할 만 했다. 처음엔 맥스터 정상화에 돈이 좀 드는 듯 하더니, 시게이트가 퀀텀을 인수하고, 점점 시장에서 살아남는 업체가 줄어들수록 입지가 좋아져서 나중엔 모기업의 현대전자의 생명연장의 꿈에 큰 도움을 주었다. 하지만 이는 절반의 성공으로 캐시플로 이상의 역할은 하지 못했다.
LG의 도전 - 제니스 인수
이제 LG를 보자. LG는 같은 기간 미국 제니스를 인수한다. 제니스 인수는 두가지 이유에서 이루어졌다. 하나는 북미에서 LG의 위상이 그리 높지 않다는 것과, 나머지는 미국식 HD TV표준은 거의 제니스가 제안한 기술을 기반으로 만들어져 있어서, 대부분의 특허권과 원천기술은 제니스가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LG가 제니스를 인수하고 제니스는 북미에서의 경쟁자 RCA, 소니등에 밀려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거의 10여년간 LG전자는 세계 가전시장에서 LG브랜드를 어떻게 사용할지 고민을 하게 된다. 그리고 1단계의 조치로 북미의 제니스를 제외한 모든 브랜드를 LG로 통합한다. 그리고 몇 년 후 제니스의 구식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번개마크를 넣어 제니스의 변경된 CI 로고를 발표한다. 그리고 또 몇 년 후 2004년, 한국의 HD TV 전송방식이 북미식으로 결정되면서 LG전자는 수십억불의 로열티 수입을 기대할 수 있는 위치로 발돋움 한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LG 전자의 미국식 HD TV 표준에 관한 로열티 비율이 매출액의 5% 정도로 대단히 높다는 것이다. 퀄컴이 한국 CDMA 시장에서 벌어들이는 것 보다 훨씬 많다.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꼽히는 OLED의 경우 코닥이 삼성 SDI에서 받는 로열티가 5%이다. 코닥으로써는 대단한 돈이다. 코닥이 앞으로 수십년간 생존하는데 문제가 없는 이유는 이러한 로열티 수입이 센서, LCD, CCD, OLED등 엄청난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OLED 같은 경우 아직 삼성전자, LG-Philips LCD와 군소 업체와의 로열티 협상이 남아있다. 양산은 한국이 해도 돈은 코닥이 챙기는 것이다.코닥의 최악의 미래는 소비자용 시장을 잃는 것이다. 그리고 현재의 NCR같은 회사가 되는 것이다.
위의 세가지 사례는 같은 시기, 글로벌 플레이어가 되기 위한 세 회사의 몸부림을 보여준다. 이 게임에서 삼성은 처절한 실패, 현대는 절반의 성공, LG는 대성공을 거둔다. 이제 광학에 있어서 삼성의 행보를 살펴보자.
삼성 디지털 카메라 – 슈나이더 렌즈
삼성은 오래 전부터 사진시장에 눈독을 들여왔다. 삼성은 여러 계열사가 경쟁하는 구도를 가지고 있는데, 첫번째 기회는 아그파에서 찾아온다.
아마 80년대 초반으로 당시 삼성계열사 한곳(기억에 아마 제일 모직...)에서 아그파와 대단한 프로젝트를 기획한다. 아그파필름의 국내 판권을 갖는 대신 필름제조의 일정부분의 기술을 공유하는 것이다. 삼성은 필름을 개발하고자 정말 수억을 투자하여 라인을 짓는다. 그 공장에 삼성이 수십억 달러를 탕진했다는 소문이 들린다. 그리고 삼성의 처절한 실패 후에 코닥의 위상은 훨씬 더 올라간다.
다급해진 삼성은 아그파 필름의 포장을 흰색에서 붉은 색으로 바꾸고 대대적 마케팅에 나서지만 시장에서의 효과는 미미했다. 그리고 그것으로 아그파의 몸부림은 끝이었다.
삼성항공은 미국 노드롭사의 F-5F일명 ‘제공호’를 생산하는 회사이다. 현재는 테크윈 이라는 이름으로 분사했지만 긴 기간동안 삼성항공으로 카메라 비즈니스를 해 왔다. 70년대 삼성에서 전략적인 제휴를 했던 회사는 미놀타였다. 하이매틱 SD를 기억하는가? 현재의 컴팩트 카메라의 원조 이면서 적당한 고급스러움을 추구하는 그런 기종이었다. 나는 아직도 그 CF와 카피가 생생하게 기억난다.
하이매틱 SD 이후로 삼성 미놀타가 야심적으로 발표한 것은 미놀타의 명기 X-300이었다. 이때가 1986년 무렵이었는데, 질도 좋았고 가격도 30만원대로 싼 편이어서 국내에 많은 수량이 보급되었다. 이후 X-700이 들어오고, AF시대의 알파 707, 807을 들여오면서 자사에 없는 SLR 군을 유지하게 된다.
삼성항공은 1980년대 미놀타 카메라를 라이센스 생산하면서 점차 기술을 축적한다. SF-A로 시작되는 삼성의 카메라는 삼성이 자체적인 모델을 출시 할 수 있슴을 보여주었다. 이 때 삼성이 주력한 기술은 렌즈의 절삭, 가공, 설계기술과 셔터 기술이었다. 두가지 기술은 마치 자동차의 엔진과 트랜스미션 기술과 같아서 삼성은 거의 10여년간 기술 축적에 힘썼다. 노출에 대한 기술은 많은 이미지 처리에 대한 DB화된 자료와 노하우가 필요해서 삼성이 일본 메이커를 따라갈 수는 없었다. 삼성이 주목한 것은 오히려 렌즈에 대한 기술이었다.
1990년대에 들어 삼성카메라는 비로소 글로벌 플레이어가 된다. 삼성항공은 카메라 생산에 안주하지 않고 현상, 인화기를 개발하여 현상시스템의 벤츠로 불리우는 코닥-노리츠의 아성에 도전하게 된다. 시장에서의 평가는 그리 좋지 않았다. 저렴한 가격에 삼성A/S를 믿고 제품을 구매한 고객들은 잦은 고장에 시달렸다. 뒤집어 생각하면 고장이 많았다는 것은 그만큼 삼성 자체가 도전해서 설계하였다는 뜻도 된다. 삼성의 현상기 시장진입은 실패로 끝났지만, 삼성이 사진 전반에 걸쳐 도전을 했다는 점을 그 자체를 높이 사고 싶다.
거의 2000년에 가까워 올 때 삼성이 드디어 독자모델 SLR을 만들었다. 이름하여 GX-1. 삼성렌즈를 쓰는 삼성마운트의 AF도 안되는 기종이었다. 세계기준으로 10년 이상의 기술차이가 났던 기종이다. 이 제품이 싸고 쓸만했지만, 역시 SLR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데모한 것 이상의 의미는 없었다. 그리고 이후 삼성은 롤라이를 인수하게 된다.
* 삼성 VS 롤라이
삼성의 롤라이 인수는 어떤 목적으로 이루어 졌을까? 롤라이는 프리미엄 SLR 상위 3사중 가장 빨리 기울어가는 회사였다. 삼성이 싼 값으로 롤라이를 인수한 것은 마치 LG가 특허와 기술의 확보를 위해 미국 제니스를 인수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오히려 더 다급한 입장에서 이루어 졌을 것이다
삼성이 256M D-Ram으로 일본메이커를 추월하고 이후 메모리 시장에서 승승장구 할 때, 국내 언론의 주요 기사거리는 반도체 장비의 국산화 비율이었다. 요즈음 이런 기사를 좀처럼 볼 수 없는 것은 삼성 자체가 반도체 장비까지 만드는 것은 비효율 적이라는 것을 이제야 기자들도 알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제조에 있어서 웨이퍼 제조는 필수 이고, 웨이퍼 노광은 곧 광학기술이 필요함을 의미 했기 때문에 삼성은 유사시를 대비해서라도 기초 기술에 대한 노하우나 라이센스 확보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리고 10년 후 현재의 삼성제품의 광학계는 슈나이더와 칼 짜이쯔를 오간다. 그것은 국가적으로 축하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면 무언가 시사하는 점이 있다. 물론 보급형 렌즈는 SHD에 머문다. Samsung High Definition의 약자인가?
필름 카메라를 생산하던 삼성항공은 소비자를 위한 디카 브랜드 육성을 위해 케녹스 브랜드를 Launch하고 사명도 삼성 테크윈으로 바꾸게 된다. ‘삼성기술이 승리한다!’ 참 좋은 이름이다. 코란도 “Korean Do well” 이후로 보는 코란도 아류의 좋은 작명이다. 디카를 만드는 삼성 테크윈은 롤라이의특허를십분활용한다. 롤라이에 렌즈를 공급하던 슈나이더의 라이센스를 싼값에 확보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SHD삼성렌즈를 만드는 사천공장 혹은 폴라렌즈를 만드는 삼양광학에 의뢰를 하여 렌즈를 생산한다. 그리고 슈나이더 로고를 붙인다.
가끔 물건을 살 때 그 물건의 본질가치가 무엇인지 가늠해볼 때가있다. 원산지를 보기도 하고 렌즈를 보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코닥의 슈나이더 렌즈와 삼성의 슈나이더 렌즈는 다른 것이다. 코닥의 슈나이더는 독일산 오리지널이다. 삼성의 슈나이더는 한국산 라이센스 렌즈이다.
두번째 차이점은 같은 슈나이더 렌즈라도 그 등급에 따른 차이에 관한 문제이다. 짐작하다시피 같은 회사의 렌즈군도 여러가지 용도와 가격대별로 비싸거나 혹은 싼 것들이 있다. 단렌즈가 아닌 줌렌즈 들은 각 주밍 영역에서 비선형적으로 각 수차들이 변하게 된다. 이것들을 어떤 영역에서 어떻게 최소화 하느냐가 각 회사의 노하우이고 비전이다.
어느 회사가 어떤 화각과 초점거리, 밝기와 줌의 범위를 고려하여 렌즈를 설계할 때는 목표하는 수차와 컬러의 수치의 곡선을 각 영역에 맞추어 설계하게 된다. 렌즈 설계에 있어서 이상적인 렌즈는 하나로 요약된다. 화각 범위는 넓을수록, 밝기는 밝을 수록 좋다. 두개의 항목만 보더라도 길게 설계된 렌즈보다는 짧게 설계된 렌즈가 우수할 것이라는 상상을 할 수 있다. 과연 그럴까?
그렇다. 같은 구경에서 초점거리가 짧다면 넓은 화각을 가질 수 있다. 당연히 최대 조리개값인 F 수치도 밝아지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렌즈의 구현이 어려운 것은 공간과 렌즈의 두께에 대한 문제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종종 10군 14매의 렌즈를 보기도 하고, 2군 4매의 렌즈를 보기도 한다. 심한 경우 1장짜리 단촛점 렌즈를 보기도 한다. 10군 14매 정도의 렌즈는 일반적인 줌렌즈에서 흔히 구현된다. 각 렌즈는 각 줌의 범위에 따른 가장자리의 왜곡을 최소화 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2군 4매의 렌즈는 물론 그런 기능을 할 수 있는 역할을 적은 수의 렌즈가 맡게 되므로 줌의 범위에 따라, 초점을 맞추는 거리에 따라 왜곡의 편차가 크겠지만, 10군 14매 보다 뛰어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매수가 많은 렌즈들의 단점은 각 렌즈가 겹쳐지면서 생기는 렌즈 매질의 농도차에 따른 회절문제, 렌즈의 겹침에 있어서의 표면 연마 및 코팅문제, 투명도와 색상 재현 문제, 렌즈가 많아질수록 비례해서 많아지는 구면렌즈의 구면수차 문제, 렌즈 길이가 길어지면서 생기는 화각 문제, 중량증가에서 오는 AF 구동 속도 문제등 렌즈 매수가 많아지면서 야기되는 문제가 많기 때문이다.
반면에 2군 4매 정도의 렌즈에서 생기는 문제들은 훨씬 간단하지만, 또한 렌즈 자체가 가지는 수차들에 대응하기 어렵게 된다. 또한 여러 함수가 가미된 비구면 가공이 필수로 필요하게 된다.
위의 예에서 10군 14매의 렌즈는 코닥 Z7590이 채택한 슈나이더 C-Variogon렌즈 이다. 또 2군 4매의 렌즈는 칼 짜이쯔의 테사 렌즈이다.
* 슈나이더 렌즈 이야기
렌즈에서 슈나이더와 칼 짜이쯔의 명성은 거의 독보적이다. 어느 누구도 캐논의 렌즈 기술이, 또는 제품이 독일산 렌즈를 따라잡았다고 이야기 하지 못한다. 그렇게 모든이들이 인정하는 렌즈가 바로 슈나이더와 칼 짜이쯔인 것이다.
불행히도 그것은 이미지일 뿐이다. 누구도 캐논 흰색 대포 L 렌즈가 코닥 DX7590에 달려있는 슈나이더 크로이쯔나흐 C 바리오곤 렌즈를 비교하려 하지 않는다. 디지털 시대에 어차피 렌즈는 둘째라고 생각할 지 모른다.
독자분들은 과연 어떤 렌즈에 익숙하실까? 금테 두른 니콘의 ED렌즈? 흰색 대포 캐논의 L렌즈? 펜탁스 SMC? 여기선 많은 분들이 사용하고 계시는 캐논의 렌즈에 대한 이야기를 예로 들겠다.
내가 써본 렌즈 중에는 뛰어난 단렌즈들이 많았다. 특히 사진을 찍는 대상이 정해져 있을 경우에는 단렌즈를 쓰는 것이 좋다. 그러나 현대는 줌렌즈의 시대이다. 전문작가가 아닌 다음에야 기동성과 넓은 범위의 촬영의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
* 누가 최고의 기술을 가졌는가?
DSLR의 최고봉에는 코닥 14n, DSLR/c, DSLR/n 이 있다. 여기에 비교될 수 있는 기종은 캐논 EOS-1DS 가 있다. 사진에 있어서 아마추어에게는 무조건 캐논을 권한다. 바디의 성능과 신뢰도에서 코닥의 바디보다 한수 위다. 그럼 캐논이 최고인가?
두 사람이 같은 날 코닥의DSLR/n과 캐논 EOS-1DS를 사고 출사를 나갔다. 서로의 기종에 관심이 많은 둘은 촬영 중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아마추어의 관심사인 유효 화소는 코닥이 약 1350만화소, 캐논이 1150만 화소이다. 그리고 집에 돌아온다. 코닥을 선택했던 유저는 코닥의 선택이 과연 옳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코닥의 바디는 잔기능이 없다.
그러나 다음날 출력물을 얻는 과정에서 둘 사이에 명암이 엇갈린다. 출력물을 본 후 캐논 유저는 자신의 선택이 과연 옳았나 하는 의구심을 가지게 된다. 그것은 바디의 차이가 아니라 이미지를 어떻게 처리하고 어떻게 저장하여 실제에 가까운 출력물을 얻을 수 있느냐에 관한 노하우가 다르다는 이야기이다.
인화물을 원하는 사람은 코닥을 선택할 수 밖에 없고, 바디의 특수한 기능을 원하거나 캐논에 대한 브랜드 로열티가 있는 고객은 캐논을 선택한다.
코닥DSLR/n 같은 경우 작가가 사진을 찍을 때 코닥 슬라이드의 어떤 제품의 느낌으로 찍을지를 선택할 수 있다. (PC S/W에서 처리한다.) 즉, 코닥 엑타 25로 찍을 때 어떤 결과물을 예상할 수 있다면 카메라는 꼭 그것에 맞는 이미지를 저장한다. 바디 하나에서 자신이 프로에 경지에 오르면서 경험했던 모든 필름의 감각을 그대로 가져가서 작업할 수 있다. 이 부분이 강력한 툴이 되는 이유는 많다. 유저는 자신의 경험을 그대로 가진 채 디지털로 전환 할 수 있다. 이러한 부분은 색감에 대한 노하우가 없으면 따라갈 수가 없다.
이러한 컬러에 대한 노하우는 브로셔 스펙에 나오지 않는다. 아니 나온다. 삼성TV의 DNIe, 소니의 베가엔진 같은식이다. 코닥이 컬러 사이언스를 주장하지만 아마추어 시장에서는 그 진가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러나 인화물을 한번이라도 눈여겨 본 사람은 코닥 이외의 카메라를 선택하기 힘들다. 코닥의 보급형 디카가 캐논의 SLR보다 좋은 출력물을 낸다고 받아들일 수 있는가?
코닥DSLR/n의 진가는 출력물을 재현하는 기술에서 나타난다. 코닥에는 캡처된 데이터를 보정하여 보다 원본에 가깝게 표현하는 기술이 있다. 이러한 기술은 매우 복잡한 알고리즘으로 이루어 진다. 디지털 이미지는 넓은 다이나믹 레인지를 가지게 되는데, 이러한 장점을 인화에 적용시키려면 기존의 포토샵 필터와 같은 원리로는 작업이 불가능하다. 코닥의 프로그램은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처리하여 실제에 가까운 이미지로의 작업이 가능하다.
* 코닥 Z 7590 이야기
코닥은 미국의 조지 이스트만이 세운 오래된 회사이다. 코닥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나는 가끔 사람들이 코닥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것에 대해 놀라곤 한다. 디지털 매니아인 내가 코닥쓰는 코닥 디카를 보고 나에게 사람들이 던지는 질문 중에는 이런 것들이 많았다.
"곽태훈씨, 코닥 디카를 쓰네? 그거 좋아?"
"네 좋습니다."
"아마 일본회사가 만든거라 좋을 거야, 일본에 대해선 내가 좀 아는데 회사가 어떻고, 일본사람들이 어떻고...."
나는 멍하니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 코닥이 일본회사라니… 얼마전 일본에서 독도는 일본땅이라고 우길 때 우리나라에서 일본 브랜드의 불매운동을 벌인적이 있는데 데모대의 불매운동 일본 브랜드 리스트에 코닥이 있는 것을 보고 실소를 한적이 있다.
그렇다. 사람들은 코닥에 대한 호기심조차 없었다. 노란색 코닥 현상소는 동네 어디든 있었고, 그걸 보고 자랐고 지금도 그렇다. 코닥은 더이상 새로운 회사도 아니었고 그저 필름을 만드는, 사진을 인화해 주는 회사였다. 코닥이 일본회사던 미국회사던 그것이 궁금하기엔 코닥은 너무 오래 우리 주위에 있어왔고 너무 오랫 동안 변하지 않는 이미지를 보여주어 왔다. 그런 코닥이 변한들 사람들에게 무슨 관심을 불러 일으킬 수 있었을까?
행인지 아닌지, 나는 캐논과 함께 코닥 디카를 쓰고 있고, 알면 알수록 하나의 진실, 즉 코닥의 빛과 그림자, 코닥의 희망과 한계를 보게 된다. 그것은 코닥이 사람들에게 친숙한 만큼 또한 그만큼 신선하고 새로운 자극을 보여주는 이미지가 아니었다는 것을. 이 감각적인 시대에 코닥이라는 안정된 브랜드 이미지는 어떤 혁신을 보여줄 수 있는지를..
* 디지털의 물결과 변화에 대비하는 회사들
한번 떠올려 보시라? 소비자 입장에서 혁신적인 이미지를 가진 브랜드가 무엇인지.
디지털은 개인에게나 기업에게 많은 변화를 요구했다. 나 자신도 발가락 하나 꼼지락거리기 귀찮은 탓에 모든 전자제품의 구매에 있어서 고려 대상 1순위는 리모콘이 얼마나 편해야 하는지였다. 1990년 62만 5천원의 거금을 들여 남대문 수입상가를 돌며 발품을 팔고 흥정끝에 구입한 Hitachi의 VT-S640 S-VHS 7헤드 비디오가 그렇게 편했던것은 리모콘에 조그셔틀이 달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기계를 사용할 동안 히타치사의 이미지는 아직도 나의 뇌리에 깊이 박혀있다. 일설에 따르면 북한의 김*일 아저씨도 히타치사의 제품 매니어란다. 싸서 그럴까? 아니면 "히다찌-일립" 의 어원이 우리나라말 '해돋이'에서 유래된 것을 아는 이유일까?
당시 IT 회사를 표방하던 어느 미국계 회사의 주요 교육프로그램의 주제는 '위기의식을 가지자-디지털이 몰려온다' 였다.
가끔 나는 미국계 회사를 다니면서 찾아오는 코가 큰 아저씨들을 보고, 날아오는 메일을 보고, 그들의 문화와 제품을 보고 놀란다. 충격을 받는다. 그리고 삼성전자를 동경한다. 나 자신은 비록 미국계 회사에서 일을 하지만, 우리나라의 삼성전자가 내 회사와 같이 경쟁을 한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
* 디지털 시대- 변화의 물결
외국계 회사의 좋은점은 외국의 선진문물을 교육받을 교육의 기회를 갖는다는 점이다. 그럴때 마다 나는 전율을 느낀다. 마치 1800년대 흑선이 일본에 나타나 개항을 이끌어 내는듯한 그런 기분을 느낀다. 나는 정체성을 지키고 싶은 일본이고, 회사는 나를 겁주는 선진 문물의 힘이다.
교육의 내용은 이랬다. 이제 디지털 시대에 예상치 않은 경쟁자와 경쟁하게 될 것이라고, 그들과 경쟁했을때 우리가 이길 수 있는 핵심역량은 무엇인지 계량화 해 보자고, 그리고 회사의 Cash flow를 이해하고 우리가 이길 수 있는 전략을 짜보는 그런 교육이었다. 하루의 교육으로 나는 회사가 운영되는 시스템을 이해할 수 있었고 본사에서 왜 그런 교육을 말단사원인 나에게까지 시켜주는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리고 전율했다.
그들이 보여준 디지털의 세계는 새로운 경쟁의 세계였다.시뮬레이션에서 경쟁하는 경쟁자는 소니, 월트 디즈니와 같은 전혀 다른 카테고리의 경쟁자들이었다. 우리회사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런 경쟁자와 시장에서 만나리라는 생각을 할 수 없었다. 그 때가 10년전의 일이었다.
시간이 흘러 나는 깨닫게 된다. 아.. 그런것 때문에 두려웠었던 것이구나. 그리고 정말 두렵구나. 나는 오늘도 선진문물이 두렵다. 그리고 제발 삼성이던 LG던 글로벌 플레이어가 더 나와서 서구의, 일본의 회사들과 경쟁해 주기를 바란다.
* 무엇이 두려운가?
나는 지금 DX7590에 대하여, 캐논의 EOS20D를 통하여 보여지는 선도기업에 대해 쓰고 있다.
앞서 이야기한 교육은 미국 본사에서 컨설팅 회사에 수억(?)불을 들여서 전사원 교육용으로 기획한 교육이었다. 모든 것이 컬러 만화로 되어있고 가끔 네모 빈칸을 넣어 예상 숫자를 넣게 되어있고, 좀 어려운 숫자들은 그래프로 만들어져 선택해서 붙이면 되는 그런 놀이 같은 교육이었다.
나는 그런 서양문물의 쉬움이 두렵다. 그리고 교육이 끝나고 내가 본사 직원으로써 해야 하는 마케팅 리포트에, 어쩌면 이렇게 분석적일까 싶은 복잡한 엑셀 시트가 두렵다. 그들은 정떨어질 만큼 쉽고, 분석적이고, 집요하다.
군에 있었을 때 미군과 같이 근무할 기회가 있었다. 영어로 알아듣지 못할 구호를 부르며 뛴다. 내용은 충분히 미국적이다. 그에 반해 우리의 군가는 그야말로 무식한 노래인 군가 그 자체다. 두 부대가 아침 구보에서 지나치며 자연스런 경쟁의식을 가지게 된다. 저 양놈들의 머릿속에는 과연 무엇이 들었을까? 우리야 의무복무 3년이라 치고 저들은 무엇 때문에 여기 왔으며 무슨 생각으로 위계질서가 잡혀질까?
나는 가끔 역사를 읽다가 구한말 별기군이 되어 보기도 하고 6.25때의 백선엽 장군의 부대원이 되어 보기도 한다. 고종황제의 장례식에도 가보고, 전국 방방 곡곡에서 올라온 촌로들이 되어본다. 그리고의 머릿속이 궁금하다. 때로는 나의 삶의 본질이 할아버지의 삶과 다를바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이 모든 두려움은 선진 문물에서 온다. 그 쉬움이 두렵다. 그 깊이가 두렵다.
* 코닥과 캐논이 디카 기술을 선도한다고?
코닥은 세계에서 디카를 처음 개발한 회사이다. 또 현재에도 미래 디카의 원형을 제시하는 회사이다. 코닥이 두려운 것은 디카를 이루는 모든 핵심 기술을 혼자서 다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산업계에서 휘두르는 영향력은 위로 가서 시장을 넓게 볼수록 뼈 저리게 느낄 수 있다.
일례로 OLED 기술을 들 수 있다. 높은 휘도, 저 소비전력, 무지막지한 해상도, 빠른 응답속도를 자랑하는 OLED는 차세대 모바일 기기에 필수로 탑재될 무서운 기술이다. TI(텍사스 인스투르먼트)가 DLP를 가지고 아직도 먹고 살고, 그 DLP에 힘겨운 경쟁을 할 수 있는 회사는 세이코 엡손 밖에 없다. 또, 이제는 아무도 디스플레이에서 DSTN을 이야기 하지 않듯이 이제 흑백 액정의 핸드폰에서 컬러TFT LCD 를 거쳐 이제 곧 OLED 핸드폰이 등장한다. OLED는 쉽게 말해 HD TV와 비슷한 장점을 가졌고, 소비전력에서 PDP와 반대가 되는 모바일 기기에 딱 맞는 그런 디스플레이다.
캐논은 대단한 회사이다. 캐논의 성능은 광고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그들은 소프트웨어를 보여주기 보다는 카메라의 안쪽의 전자장비, 렌즈의 단면들을 보여준다. 실제로 캐논의 DSLR들을 다루어 보면 그 성능에 감탄하게 된다. 그것은 보급형에서도 마찬가지다.
삼성은 재미있는 회사다 모든 사업부가 서로 경쟁한다. 일례로 광학기기를 보자. 삼성전자에선 핸드폰에 카메라를 달아서 제품을 만든다. 캠코더 사업부에서는 캠코더에 디카를 붙여서 판다. 진대제 장관의 성공을 이끌어 냈던 콤비 개념이다. 꼭 이안 리플렉스 처럼 생겨서 위의 구멍에서는 캠코더를 찍고 아래의 구멍에서는 디카를 찍는다.
삼성에서 디카를 만드는 회사는 따로 있다. 삼성 테크윈이라고 멋진 이름의 회사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이 회사는 삼성전자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삼성테크윈은 원래 사천에 공장을 가지고 있는 삼성항공이 모체이다. 삼성항공은 미국 노드롭사와 협력을 하여 F-5F 제공호를 만들던 회사이다. 지금도 삼성항공의 F-5F는 우리의 하늘을 지키고 있다. 가끔 문제를 일으키기는 하지만..
원래부터 이상하게도 삼성항공에서 삼성 카메라를 생산해왔다. 그 삼성 테크윈은 지금 삼성전자와 경쟁한다. 최근에 나온 300만화소 삼성 디카폰과 겨뤄야 하고, 같은 삼성전자의 콤비 캠코더와 겨뤄야 한다. 행인지 아닌지, 참 안된 일은 삼성 테크윈의 모든 기술은 전자가 이미 다 가지고 있는 듯 하다. 그리고 오히려 실장기술에선 전자의 기술이 더 나아보인다. 한가지 더. 컬러에 대한 노하우는 전자가 더 많아 보인다. 그럼 테크윈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우리의 글로벌 플레이어의 하나인데....
* 삼성 이야기
삼성은 애국자다. 나는 우리시대의 애국자로 한글과 삼성전자를 꼽는다. 즉, 한글과 우리의 글로벌 플레이어 기업인과 직원을 꼽는다. 삼성은 하나의 기술을 놓고 부서와 계열사가 경쟁하는 구조를 지녔다.
우리가 그냥 삼성 브랜드를 보고 Yepp MP3 player를 살 때, 삼성블루텍의 MP3부서의 5명 남짓한 영업사원은 훨씬 많은 영업사원을 지니고 있는 아이리버 브랜드 레인콤사의 시장을 넘본다. 그와 동시에 삼성전자의 MP3 핸드폰에 공격을 받고 있고, 그 회사에서 나오는 홈시어터와 전자에서 나오는 콤보 제품은 서로 파브 브랜드로 시장에 팔린다. 아무도 파브의 기술이 삼성전자의 것인지, 삼성 블루텍의 것인지 관심이 없다. 하지만 원천으로 들어가 보면 기술의 한계와 명암이 눈에 보인다. 이제 삼성전자는 디지털 컨버전스 시대의 음향기술의 중요성을 깨닫고 분사시켰던 블루텍을 다시 인수한다.
삼성 이야기를 장황하게 하는 이유는 바로 선진기술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우리는 증시를 보며 블루칩으로 삼성전자를 살까 삼성 SDI를 살까 고민 한다. LCD 라인에서 서로 다툼이 있었다. 전자의 승리로 끝나기는 했지만, 이제 OLED 전쟁을 하고 있다고 한다. 두 회사가 다 양산기술을 어느 정도 확보한 상태다.
두 회사에서 또는 한 회사에서 OLED를 대량 생산해서 엄청난 성공을 했다고 가정하자. 그 때 그 특허료는 누가 챙길까? 그것은 코닥이다. 참 이상하다. 곰이 재주를 부리고 돈은 엄한 놈덜이 번다. 그게 두렵다. 코닥은 로열티를 받음과 동시에 더 무서운 ‘지배력’을 행사하게 된다. 마치 한국에서 CDMA 단말기를 열심히 만들어서 캐나다의 퀄컴에 로열티와 지배력을 갖다 바치는 것과 비슷한 형국이다.
그러나 삼성에도 기회는 있다. 어떤 기술을 가지고 제품을 만들 때 양산에 들어가는 쪽은 양산특허가 점차로 증가하게 되어 종국에는 원천특허와 맞교환이 가능할 정도의 위력을 갖게 된다.
실지로 OLED만 보더라도 원천특허는 코닥이, 양산특허는 산요전기와 삼성 SDI가 가지고 있다. 삼성이 LG쪽보다 먼저 코닥과 OLED 생산 특허료 협상을 끝낼 수 있는 것은 이런 특허의 힘에 이유가 있다.
카메라의 원천기술은 모두 코닥이 가지고 있다. 모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카메라에서 기본이 되는 렌즈, 셔터, 조리개, 컬러, CCD, 인화, 모든 특허는 코닥이 다 가지고 있다. 원천 특허가 무서운 것은 로열티 이외에도 타 기업에 대한 지배력이라는 더 무서운 결과로 나타난다. 그것이 모든 카메라 업체의 고민이다.
* 디카 시장의 먹이사슬
디카 시장에는 먹이 사슬이 존재한다. 이는 곧 특허와 원천기술의 세력으로 정의될 수 있다.
디카의 촬상 소자는 크게 C-Mos와 CCD 가 있다. C-MOS가 저전력으로 구동이 가능한 반면 컬러의 다이나믹 레인지와 S/N비는 CCD에 뒤진다. 즉 저전력이 필요한 모든 폰카에 유리하다.
반면 화질에서 유리한 CCD는 디카용 촬상소자로 쓰였다.
10년전 코닥 DSLR DCS 시리즈가 처음 나올 때 DSLR에서 코닥과 캐논의 힘은 대등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코닥의 특허에 대한 지배력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캐논이 모험을 한다. 촬상소자를 C-MOS 로 개발한 것이다.
C-MOS 또한 코닥이 원천특허를 가지고 있지만 코닥은 일단 CCD에 집중했기 때문에 캐논은 코닥의 영향을 소니만큼 받지 않았다.
소니는 CCD 생산을 담당하므로써 캐논과 코닥을 제외한 모든 회사에 영향력을 발휘했다. 올림푸스가 고급 디카로 시장을 키워 놓으면 그 시장에 소니가 진출하고 CCD 생산분을 올림푸스에 넘겨주지 않는 형태로 그 시장을 접수 하였다.
코닥은 물론 소니를 지배하여 CCD에 관한 한 소니를 산요전기 같은 생산 공장으로 활용하였다.
올림푸스가 기댈 곳은 없었다. 올림푸스는 캐논에 붙을 수 없었다. 하드웨어, 센서 모두 캐논에 종속될 수 밖에 없었다. 소니에는 처참하게 당해왔다. 당연히 올림푸스의 선택은 코닥이었다. 코닥사 역시 하드웨어에는 기반이 약했다. 급한대로 아날로그 SLR을 만들던 일본의 치논을 인수해서 소니를 쿡쿡 찔러서 받아낸 CCD로 생산을 해야하는 입장이었다.
코닥은 하드웨어 파트너를 원했고 가장 기반이 약하고 하드웨어 기술은 뛰어난 올림푸스가 선택되었다. 그 외의 업체들, 먹이사슬에서 가장 아랫단에 있던 아그파 게바트, 산요전기등은 줄줄이 코닥편으로 붙었다.
후지필름은 코닥의 CCD 지배력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허니컴 CCD라는 특수한 형태를 개발하였다. 센서의 화소를 두가지의 방식으로 나누는 방식인데, 코닥의 특허를 피해가는 하나의 방법이었지만 소프트웨어를 거치지 않은 물리적 화질은 떨어진다.
삼성은 롤라이를 인수할 때 광학특허를 고려하였다. 브랜드로써 롤라이는 더 이상 가치가 없다고 보았다. 오히려 이를 기반으로 슈나이더 크로이츠나흐 렌즈를 라이센스 생산할 수 있는 계약을 맺었다. 소니가 칼짜이쯔 렌즈를 쓰고 삼성과 코닥이 슈나이더 렌즈를 쓰게 된 것은 삼성으로써는 대단한 행운을 잡은 것이다.
소니 – 칼 짜이쯔의 전략적 관계에 자극을 받은 슈나이더 크로이쯔나흐는 2002년도 경이었던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LS443을 시작으로 코닥과 전략적 제휴를 맺는다. 슈나이더가 칼 짜이쯔 보다 좀 더 렌즈회사로써 오래 버틴 것은 혹시 기술력이 더 나은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조심성이 많은 매니아들은 삼성의 슈나이더와 코닥의 슈나이더가 어떻게 다른지 유추해 낼 수 있다. 코닥의 렌즈들은 바리오곤 렌즈, 즉 비구면 렌즈를 사용한 고급품이다. 실제로 독일에서 생산하여 모듈째 중국의 코닥 조립공장으로 보내지는 것으로 생각된다. 반면 삼성의 렌즈들은 사천의 삼성테크윈의 공장이나 삼양광학 폴라렌즈 공장에서 라이센스 생산된다.
경영자나 마케팅 담당자의 입장에서 보면 대중을 속이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다. 올림푸스는 전지현으로, 삼성은 그저”슈나이더”의 이름만 가지고 있으면 되기 때문이다.
역시 망할 수 밖에 없는 조합은 HP와 펜탁스 SMC렌즈의 조합이다. 마이너가 모이면 품질과는 별도로 2류의 이미지가 떠올려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코니카 미놀타의 미래는 어둡다. 그것은 품질과는 별개의 문제다.
디카 시장의 먹이사슬을 분류하면 아래와 같다.
코닥 > 소니 > 올림푸스 > 산요전기
캐논
후지필름
* 코닥의 특허들
로열티는 돈 이외의 중요한 효과가 있다. TI(텍사스 인스트루먼트사)는 모든 DLP 프로젝션 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갖는다. TI는 시장을 지배해서 얻는 득이 적지만, 완성품을 경쟁력 있게 생산할 수 있는 LG는 향후 디지털 TV 시장에서 절대 강자로 자리 매김 하게 될 것이다.
가령 미국식 디지털 TV의 원천특허를 가진LG가 유럽식 HD TV를 생산하고 싶을 때에도 문제는 한결 쉬워진다. 필립스 같은 회사와 크로스 라이센스를 맺고 TV를 생산하여 시장에서 필립스와의 경쟁에서 이기면 게임 끝이다. 원천특허는 그만큼 무서운 것이다.
코닥의 원천 특허를 살펴 보도록 하자. 그러기 위하여 코닥의 브라우니 카메라와 레티네트 광학계, 레티나 렌즈를 살펴 보자. 코닥이 전문가용 카메라 생산을 포기하는 1960년대에 코닥은 모든 원천 기술을 확보한 상태에서 즉, 모든 카메라 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한 채 전문가용 카메라에 대한 생산을 포기 하게 된다.
기껏해야 니콘, 캐논, 미놀타, 펜탁스를 가지고 도토리 키재기를 하고 있었던 1980년대의 내가 아날로그 시절에 넘보지 못했던 아성이었던 라이카, 콘탁스, 롤라이 중에서 아직까지도 라이카를 최고로 치는 이유는 라이카가 코닥과 함께 35밀리 카메라의 표준을 세웠기 때문이다. 라이카의 명성 뒤에는 코닥과 미놀타와 슈나이더, 그리고 칼짜이쯔의 명성이 녹아있다.
라이카, 콘탁스, 롤라이는 보통의 일본제 카메라 보다 몇배는 비쌌다. 바디야 그렇다 치고라도, 그 렌즈들이 내는 색감은 일제 렌즈들에서는 경험하지 못하는 세계의 것들이었다. 지금의 슈나이더와 칼짜이쯔는 그런 메이커들에게 렌즈를 공급했고, 우리는 라이카, 콘탁스, 롤라이의 이름으로 슈나이더와 칼짜이쯔를 기억한다.
그리고 30년동안 칼짜이쯔는 대중화의 길을 걸어왔고, 슈나이더는 산업용 초정밀 렌즈에 주력해서 오늘에 이른다. 두 회사는 글로벌 플레이어와의 제휴를 원했다. 디카 시대에 다시금 렌즈의 중요성이 일반에게 각인되는 중요한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최고를 지향하던 슈나이더의 선택은 코닥이었다. 두 회사의 전략적 제휴가 발표된 2002년의 포토키나에서 모든 사람들은 코닥의 선전을 예상할 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까지 우리나라를 제외한 모든 나라에서 그렇게 되어 간다.
* 칼 짜이쯔의 선택
디지털의 물결은 광학업체의 매출을 전문분야로 한정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천문학적 돈을 쏟아부어야 하는 렌즈 설계가 주는 장점을 디지털은 소프트웨어 적으로 손쉽게 극복 할 수 있었고, 전통적 초정밀 광학 업체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언가 해야 했다.
산업재시장에서 고전하던 에서 대중화를 원했던 칼 짜이쯔의 선택은 소니였다. 사실 두 회사의 협력은 소니가 오랜기간 방송용 캠장비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수십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러나 이후 칼 짜이쯔는 이제 우리가 흔히 가는 안경점에서 호야와 경쟁할 정도의 브랜드가 되었다. 누가 그런 시대를 상상이나 했을까?
로덴스톡과 함께 두 회사가 세계 광학계에서 차지하는 위치는 실로 엄청나다. 그것은 모든 캐논, 니콘, 펜탁스, 미놀타의 렌즈 설계 엔지니어의 꿈이다. 그 자리에 올림푸스는 없다. 그것이 현실이다. 그런 구도를 아주 잘 이용하는 것은 역시 우리의 대표주자 삼성이다.
모든 삼성전자의 DLP 프로젝션에는 이미 일반화된 칼짜이쯔 렌즈가 들어간다. 라이센스 생산을 하는지, 오리지널을 받는지 모르겠다. 아마 싱가폴 공장에서 생산한 오리지널을 받는지 모르겠다. 삼성 테크윈은 나중에 롤라이를 인수한다. 그리고 보급형 슈나이더 렌즈를 라이센스 생산한다. 그 품질이나 실체에 대해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러나 나는 안다. 삼성테크윈이 탑재하는 슈나이더 렌즈의 품질을....
내가 이 글을 쓰면서 느끼는 즐거움은 개별 단품의 사용기의 이면의 산업구조를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 캐논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캐논이 코닥을 물리칠 만한 배짱이 있었던 자신감이 되었던 일본의 엔지니어들에게는 본받을 만한 점이 있다. 지금 현대자동차가 하이브리드 카를 독자개발 하겠다는 전략과 같은 맥락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캐논의 선택은 옳았고, 바른길을 가고 있으며 본업을 넘어서는 모험을 할 필요가 없다.
캐논은 디카나 복사기 같은 광학 소비재의 세계 일류기업인 것이다. 즉, 1위의 전략- 본질을 지키는 수성전략을 펴면 된다. 이미 현재의 승자는 캐논이다.
코닥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선택은 복잡하다. 출렁이며 내려가는 코닥의 주가가 이를 말해준다. 코닥은 규모를 줄이면 독자생존에 문제가 없다. 그러나 코닥 자산의 한 축인 브랜드 가치는 날마다 떨어져 간다. 한때 세계 5대 브랜드였던 코닥이 지금은 세계 50위권으로 추락했다. 코닥은 유형 무형으로 돈을 잃고 있다.
코닥이 한국의 재벌 오너의 기업이었다면 가장 현명한 선택은 다른 회사에 회사를 파는 것이다. 그러나 누가 코닥을 살 것인가?
산업재에서 시너지를 가장 크게 볼 곳은 HP이다. 프린팅 시장의 1위 업체와 센서와 컬러의 1위 기업의 결합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HP의 현금흐름과 미래는 좋지 않다. 컴팩을 인수한 후, 컴팩 브랜드는 소멸되고 있고 주력인 프린터 비즈니스는 삼성전자에 쫓기고 있으며 가장 큰 수익원인 잉크소모품에서도 수익성은 날로 줄고 있다.
디카에서는 패자가 되었고 노트북 시장에서는 들락날락 하고 있으며 안정적인 계측기 부문은 애질런트로 분사시켜 버렸다. HP는 성장 모멘텀과 비즈니스가 필요하고 코닥은 그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으나 불행히도 양사의 앞날은 밝지 않다.
엡손도 생각해 볼 수 있는데 문화적 차이는 극복하기 어려울 것이다. 미국계 회사가 일본회사를 인수하여 성공적으로 경영할 수는 있어도 그 반대는 사고의 특성상 어렵다.
삼성도 생각해 볼 수 있는데, 삼성이 코닥을 사게 된다면 특허 이외의 브랜드는 소멸할 것이다. 마치 롤라이의 경우와 같다. 삼성이 코닥을 사고 싶다면 그것은 가장 쉬운일이 될 것이다. 시간이 삼성의 편이기 때문이다. 코닥이 발버둥치며 값이 싸질 때, 다른 디카 업체들을 코닥편으로 굴비엮 듯 엮고서 늪으로 빠져들 때가 인수의 적기이다. 삼성은 코닥의 기술을 쪽쪽 빨아먹고 성장가도를 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코닥에게 아직도 희망은 있다. 원천기술은 독자생존의 보증수표가 된다. 세계 점유율도 상승하고 있으므로 힘은 들겠지만 살아남을 것이다. 그리고 향후 몇 년간 코닥은 사운을 건 도박을 하게 될 것이다. 이제 출시될 P880은 예고편에 불과하다.
아마도 이제 코닥은 1위 캐논을 공격해야 할 시기에 다다를 것 같다. 그 시작은 역시 C-MOS 센서가 될 것이다.
* 삼성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디카 시장에서 메이저로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은 회사는 캐논, 코닥, 그리고 삼성이다. 마지막까지 버틸 회사는 소니, 다음이 후지필름이다. 가늘고 길게 갈 회사들은 원래 니치마켓이 주무대인 카시오, 펜탁스이다. 불행히도 이자리에 나머지 메이커가 설 자리는 없다. HP와 교세라, 콘탁스 같은 메이커는 이제 사라져 갈 것이다.
지금 시점에서 삼성테크윈은 글로벌의 견제를 받기엔 많이 미약하다. 그러나 삼성 테크윈의 뒤에는 삼성 전자가 있다. 최근 삼성전자는 브랜드의 핵심역량을 모바일로 보고 MP3를 생산하던 블루텍이라는 분사 법인을 다시 합병한바 있다. 삼성 테크윈도 향후 결단의 대상이 될 것이다. 그것은 블루텍의 합병과는 다르다. 블루텍의 경우엔 반도체라는 원천기술을 지원할 수 있었지만, 광학에서는 삼성이 제공할 수 있는 것은 디자인 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분간 삼성은 테크윈의 엔지니어를 삼성의 디자인 연구소에서 교육하는 방법으로 지원할 것이다. 그리고 추이를 볼 것이다. 단품으로써 1위권에 진입하기 전까지 케녹스를 버리고 삼성을 사용하기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다.
삼성이 코닥을 인수하는 것을 상상해 본다면 그 이면에 프린팅 비즈니스가 있슴을 알 수 있다. 삼성은 세계 시장에서 잉크젯 3위, 흑백 레이저 2위에 이를 만큼 성장했다. 동시에 선두 HP를 압박하고 있다. 삼성의 경쟁력은 대단해서 HP같이 수익모델이 취약한 회사는 점점 어려워 질 것이다.
삼성은 프린팅 비즈니스를 디카에 접목시킬 수 있는 내부의 시너지 구조를 가지고 있다. 앞으로 코닥을 보는 시각은 프린팅에서 좌우 될 것이다.
삼성이 코닥을 인수한다면 코닥이라는 브랜드는 사라져야 한다. 이미 디지털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삼성은 아날로그 이미지의 코닥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코닥이라는 세계 50위권 (한때 5위권) 브랜드를 필요로 하는 회사는 따로 있지 않을까?
바디를 위한 기술을 위해서라면 코닥 보다 코니카 미놀타가 더 저렴한 매물일지 모른다. 그러나 코닥 만큼의 영양가는 없을 것이다.
* LG-Kodak?
코닥의 유력한 인수자로 중국이나 대만 업체가 있을 수 있지만 미국 정서상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LG는 어떤가? 결론부터 이야기 하면 확률은 삼성보다 높지 않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재미가 있다.
LG는 미국의 제니스를 인수한 경험이 있다. 미국회사를 인수하여 운영해본 노하우가 있다는 이야기다. 제니스는 특허 창구 및 판매망의 역할을 하였다. 이러한 점에서 코닥은 LG 에게 큰 발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다음엔 부정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LG는 Canon과 기술제휴로 아날로그 카메라를 생산했었다. 그러나 결국 사업을 접었다. 여기서도, 프린팅에서도 승자는 삼성이었다. LG 는 Optical에 재 진출 하는 것에 공포감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또한 LG에게 손쉬운 선택은 하이닉스의 인수가 될 것이다. 돈은 더 들어도, 보다 시너지 있는 포트폴리오가 나온다. 아무도 MP3의 최초 연구가 엠피맨 닷컴 이전에 LG에서 행해지고 사전 시장조사를 통해 포기한 것을 모른다. 10년이 안되어 애플이 MP3를 가지고 일어났고, LG는 아직도 블루 오션을 찾아 헤맨다.
반도체를 빼앗기고 텔레콤에서 고전하는 것이 국내의 정치적 변수라 가정하더라도 LG는 삼성을 넘어서야 세계로 갈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한마디로 용기를 내야 한다. 코닥이라도 집어 삼키고 광학계에서라도 1위 업체가 되어야 한다. 제니스와 코닥의 인수가 LG에게 어떤 득실이 있는지 살펴보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캐논과 코닥의 등락에 관한 글을 읽으면서 긴 글을 마칠까 한다. 경쟁사의 위기는 곧 자사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쓰러져 가는 코닥에서 무엇을 얻어낼 수 있을 것인가? 유저로써, 그리고 시장을 보는 추적자로써…
* 캐논 VS 코닥
여기 외신에서 전해진 코닥과 캐논에 대한 내용을 좀 객관적으로 정리해 본다.
유명한 경영학자 게리 해멀은 그의 책 ‘꿀벌과 게릴라’에서 "20세기까지가 점진적 개선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혁명의 시대" 라고 주장했다. 주어진 과업만 열심히 수행하는 성실한 ‘꿀벌’의 중요성은 사라지고, 창의적이고 상상력이 풍부한 ‘게릴라’가 주인공이 된다는 얘기다.
그는 "지도자는 창의적인 사상으로 과감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조직을 이끄는 리더십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게리 해멀의 설명은 최근 코닥과 캐논의 등락에 정확히 적용된다. 2002년 디지털카메라(이하 디카) 판매는 필름 카메라 판매를 앞질렀다. 일찍이 여타 산업을 정리하고 디카와 사무용 기기에 집중한 캐논은 디지털카메라 세계 점유율 17%를 차지한데 힘입어 일본 시가총액 최고 기업으로 우뚝 올라섰다. 이에 반해 코닥은 필름산업의 쇠퇴와 경기부진, 테러위협 때문에2003년 사상 최악의 해를 보내며 분투하고 있다.
게리 해멀의 논리대로라면 코닥은 성실한 꿀벌이었다. 코닥은 ‘사진’을 필름의 현상과 관련된 사업이라 정의하고 필름을 제조하고 인화지를 만드는 이른바‘화학산업’에 치중했다. 하지만 디카의 등장은 회사 매출의 70% 이상을 필름영역이 차지하는 코닥을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대개 급격한 기술발전으로 그들의 사업모델이 위협 받는 회사들은 변화에 적응하는데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세계 최고 휴대전화 회사였던 모토롤라가 1, 2년을 머뭇거리는 사이 노키아와 삼성에게 그 자리를 양보했듯이 말이다. 코닥도 마찬가지다.
현 코닥의 상황을 요약하면, 경영진은 언젠가 사라질 캐시 플로우를 대체하기위해 필사적인데, 때로는 이러한 몸부림이 지나쳐 인수합병에 비싼 대가를 지불하기도 한다.
이에 반해 일부 주주는 디지털 이미징 사업에 30억달러를 투자하려는 경영진의구상을 비난하며 회사규모와 매출은 줄더라도 메디컬 이미징사업 같은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알짜회사로 남기를 바란다.
최근 코닥은 9억 8천만 달러에 캐나다의 이미징 솔루션 회사 클레오를 인수하였다. 30억 달러 지출 계획의 일부였을 것이다. 1998년 여름 5억 2천만 달러를 주고 인수한 3M/Imation의 의료사업부는 현재 코닥의 운명을 연장할 만큼의 몇배의 돈을 벌어주었다. 코닥이 인수한 왕컴퓨터의 이미징 사업부등 수 많은 인수 합병이 제대로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했었는데 이번에는 어떻게 결말지어질지 모르겠다.
일단 외부의 시각은 부정적이다. 2003년 말 S&P는 코닥의 회사채 등급을 투자등급 중 가장 낮은 수준인 ‘BBB-’로 유지하고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췄다. 이유는 코닥의 인수합병 속도가 현금흐름 창출 속도를 능가해 단기적으로 총 부채 축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해서다. 현재의 투자등급이 얼마까지 올랐는지 모르겠다.
월가는 일단 코닥이 최악의 상황은 벗어난 것으로 받아들이는 듯 하다. 그러나
아직도 확실한 사세의 반전에는 여전히 물음표를 달고 있다.
한편, 코닥 최고경영진은 필름사업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코닥은 최근중국 최대 필름회사인 럭키필름의 지분 20%를 1억달러에 인수했다.
매년 7% 이상씩 성장하는 중국, 인도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개발도상국 국민소득이 높아져 사진 찍는 ‘행위’가 늘어난다고 해서, 이것이 모두 필름 매출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종종 전통기술을 건너뛴다. 디지털 사진술이 더 싸지고 쉬워지면서, 많은 중국, 인도 소비자들은 필름을 뛰어넘어 곧바로 디지털 장비 구입대열로 들어서고 있다. 이러한 양상들이 개발도상국이건 선진국이건 극심한 가격경쟁으로 이어질 경우,코닥의 럭키필름 인수건은 리스크가 큰 결정이 될 것이다.
이에 반해 캐논은 약1500만대의 디지털카메라 생산으로 많은 순익을 기록했다.
캐논의 성장비결은 선택과 집중이다. 캐논은 90년대 중반부터 사무용 자동화기기와 디지털카메라를 기업의 양대 축으로 삼고 집중적인 투자를 해왔다. PC 등 적자사업 및 비핵심 사업은 과감히 정리했다.
1995년 최고경영자에 취임한 미타라이 후지오의 과감한 개혁을 통해 불과 6년만에 7개 사업을 정리한 것이다. 이러한 선택과 집중의 결과, 미국, 유럽시장에서 1∼2위를 차지하면서 일본 장기 불황에도 꿋꿋이 견뎌낼 수 있었다. 현재 캐논은 광학기기하나로 소니와 함께 세계 디카 시장의 1위를 다투고 있으며 시가총액에서도 소니를 앞지르는 거대 기업이 되었다.
맺으며
코닥의 전략에 대한 나의 느낌은 기존의 아날로그 자산을 최대한 이용하여 캐시를 마련하여 디지털로의 변신을 도모하고 그를 위하여 최대한 아날로그에서의 수익창출에 노력할 것이다. 그러나 언젠가는 아날로그 시대는 막을 내릴 것이고 디지털에서 다음세기의 승부가 가려질 것이다.
작성자 : 곽태훈
출처 : dcins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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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나게 긴 기사를 정말 흥미롭게 잘 읽었네요..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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