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직접 카메라를 만들어 인터넷을 통해 판매하고 있는 이기근(57·대구시 수성구 범어동) 씨. 디지털 카메라가 범람하는 요즘, 전국에서도 찾아보기 힘들게 수제(手製) 카메라를 만들고 있는 그는 수제 카메라 마니아들로부터 호평을 받을 때 기분이 좋다고 털어놨다.
중고차 판매업을 하던 이 씨가 수제 카메라 제작에 나선 것은 5년 전 교통사고로 척추를 크게 다쳐 거동이 불편할 때부터다. 10여 년 동안 사진작가로 활동한 그는 1995년에 중국 황산(黃山) 사진전을 여는 등 왕성하게 활동한 인물. 한국사진작가협회 회원, 청사회 회원 등 나름대로 열심히 활동하다 교통사고란 '복병'을 만난 그는 집에서 수제 카메라와 새로운 '인연'을 맺었다.
"사진작가로 10여 년 이상 활동하다보니 카메라의 원리는 대강 알고 있었지요. 교통사고의 후유증에서 헤어나오고, 무료함도 덜기 위해 카메라를 직접 만들어 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설계 도면부터 그리는 것으로 카메라 제작에 첫발을 딛게 됐습니다."
수제 카메라 만들기는 먼저 카메라의 본체(바디)를 구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이 씨가 가장 많이 활용하는 카메라는 1936년에 나온 코닥 3A시리즈 Ⅱ모델로 인터넷 등을 통해 본체를 구한다. 이 카메라는 맞는 필름이 공급되지 않아 카메라 기능을 전혀 하지 못하고, 단순한 수집용 카메라로 남아 있는 상태다.
카메라의 기능을 상실한 '구닥다리' 코닥 3A시리즈 Ⅱ모델은 이 씨의 손을 거쳐 새로운 수제 카메라로 변신하게 된다. 필름이 넘어가는 것을 확인하기 위한 카운터, 사진을 찍을 때 들여다보는 뷰 파인더, 그리고 카메라의 생명으로 표현되는 렌즈 등을 달아 어엿한 수제 클래식 카메라로 탈바꿈하게 되는 것이다. 린호프, 슈나이더 등 수제 카메라에 적합한 렌즈를 찾기 위해 인터넷을 일일이 찾아다니는 등 심혈을 쏟고 있다. 또 외부의 빛을 차단하는 렌즈 마운트 등을 제작할 때엔 직접 철공소를 찾아 선반 작업을 통해 부품을 제작하는 경우도 있다.
이 씨가 만든 수제 카메라의 가장 큰 장점은 6×14(세로 6cm, 가로 14cm) 크기의 슬라이드 필름으로 파노라마 촬영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파노라마 촬영이 가능한 6×17 카메라 경우 가격이 2천200만 원, 6×12는 1천200만 원에 달하는 고가의 제품이다. 그에 비해 이 씨가 만든 카메라는 많게는 120만~130만 원, 적게는 100만 원 아래에 판매되고 있다. 어떤 렌즈를 썼느냐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카메라를 제작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짧게는 하루, 길게는 며칠 정도씩 걸린다는 게 이 씨의 얘기다. 제작한 카메라는 인터넷을 통해 판매하는데 밀양시청 직원, 대전 대덕연구단지 연구원 등 '눈밝은' 수제 카메라 애호가들이 주로 구입하고 있다.
"돈을 벌려고 하는 일은 아닙니다. 그저 카메라를 만드는 동안에는 근심, 걱정은 물론 잡념도 잊을 수 있어 카메라를 만들고 있지요. 디지털 시대에 수제 카메라의 매력을 알고, 사진의 참멋을 찾는 분들이 있는 한 계속해서 카메라를 만들 겁니다."
♠ 수제 카메라 매력은…
디지털 카메라가 범람하고 있지만 이기근 씨는 사진 찍기에 편리하고, 기록한다는 것을 빼면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사진의 가치는 좀 떨어진다고 얘기했다. 슬라이드 필름으로 파노라마 사진을 찍어야 제대로 된 사진이라 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가 꼽은 수제 카메라의 매력을 들어봤다.
▶좋아하는 포맷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수제 카메라의 매력은 우선 자신이 좋아하는 포맷으로 사진 찍기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6X14 필름으로 촬영하면 파노라마 등 다양한 이미지 구현이 가능하다. 또 필름이 워낙 크다 보니 크게 인화할 경우에도 화질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35mm 필름으로는 도저히 따라 올 수 없는 장점을 6X14는 갖고 있다는 얘기다.
▶색감이 다르다.
디지털 카메라로 흉내낼 수 없는 색감을 구현한다는 점도 수제 카메라의 장점 중 하나다. 이 씨는 "사진의 디테일이 산다."고 표현했다. 그가 만든 수제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본 사람들도 "편리하게 파노라마 촬영이 가능, 산과 일출 등 작품성이 높은 사진을 찍기에 좋다."고 호평하고 있다.
▶소유의 기쁨이 있다.
이 씨의 손을 통해 새로 태어나는 카메라의 본체는 1930년대 올드 카메라. 맞는 필름이 없어 기능을 못하는 카메라들이 이 씨의 손을 거쳐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카메라로 재탄생한다. 따라서 옛 카메라를 소유한다는 기쁨은 물론 클래식 수제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다는 두 가지 장점을 갖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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