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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330 + 14-54] 소윤이 수술받던 날

Esther | 12-29 18:07 | 조회수 : 762



수술날 아침.
영윤이 데리고 병원에 도착해 보니, 간호사들이 수술 편의상 소윤이 머리를 양갈래로 묶어주었는데
가르마는 전혀 신경쓰지 않고 대충 묶은 티가 역력하더군요. 묶인 위치 발란스도 맞지 않고.
너무 정성없는게 보여서 속상했습니다. 갖고 있던 빗으로 다시 예쁘게 빗질하여 가르마 잘 타서 묶어주었습니다.
환자복 윗옷도 앞뒤를 바꿔입혔던데, 왜 그런지는 별물님이 못물어봤다고 합니다.
추측컨데, 수술도구들이 가슴에 떨어졌을 때 옷속으로 들어가지 않기 위한 게 아닐까 하는...

자세히 들여다 보시면 소윤이 오른쪽 눈동자에 뭔가 끼어 있는게 보이실 겁니다.
눈꼽입니다. 소윤인 이런 눈꼽이 평소에 자주 보였습니다.
눈 좋으신 분들은 아랫쪽 속눈썹이 콧대 쪽으로 갈수록 눈쪽으로 들여 나 있는걸 아실 수 있습니다.




수술실에 들어가기 위한 침상이 도착했습니다. 뭔가를 눈치챈건지 소윤이 표정이 굳었습니다.
항생제를 링거액 호스에 주사하기 위해 간호사가 주사기를 꺼내드니
손목을 잡은것도 아닌데 주사 안한다고 울기 시작하더군요..




달래볼 요량으로 영윤이 안아볼래? 하고 물었더니 울음은 그치질 않고 눈물 뚝뚝 흘려가면서 고개만 끄덕거리더군요.
소윤이가 울건말건 열심히 자고 있는 영윤이를 소윤이에게 안겨주었습니다.




수술실로 가는 엘리베이터 안.
처량한 뒷모습을 보노라니 세상 달관한 사람 같아 보이더란..




수술장 외문과 내문 사이에 약간의 공간이 있는데 그곳에 잠시 침대가 머물렀습니다.
저는 영윤이를 안고 있어서 스탭이 감염을 이유로 저를 더이상 들어오지 못하게 하더군요.
어쩔 수 없이 별물님이 소윤이와 함께 있기로 하고 저는 먼저 나와야 했습니다.
사진은 이후에 링거액 호스로 마취제가 주사되어 잠이 든 소윤이가 수술장 내문으로 들어가는 모습입니다.




소윤이가 들어간 수술장 내문을 보며 별물님도 안타까웠는지 이 사진을 남겼더군요.




수술이 끝나고.. 2시간만에 소윤이가 회복실에서 병실로 돌아왔습니다.
처음엔 마취가 덜깨어 뒤척이기만 하더니 갑자기 울음을 크게 터뜨리며 아프다고 몸무림을 치더군요.
너무 아팠는지 말은 전혀 안하고 엉엉 울기만 해서 의사소통이 되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별물님은 시어머니 모시러 집에 가 있어서, 저 혼자서 소윤이의 몸부림을 감당해야 했습니다.
(이 소란중에 소윤이 침대에 같이 누워있던 영윤이는 깨지도 않고 잘 자더군요. 영윤이까지 깼으면 저는 죽어났을 거에요)

우는 소윤이 달래주랴, 몸무림 치는거 잡아주랴, 눈 비비지 못하게 막으랴....
침대 높이 때문에 어정쩡한 각도로 몸을 수그리고 힘을 주니 허리가 끊어질듯...
30분쯤 지나 제가 나가 떨어질때쯤 되니 별물님과 시어머니 도착.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들 목소리를 들으니 좀 안정이 되는듯 했지만 흐느끼는 울음은 여전했습니다.
사진은 소윤이를 달래주려고 휠체어에 앉힌 모습입니다.
얼굴이 많이 부었네요. 그리고 눈이 많이 아파서 부아가 났는지 아랫입술이 툭 나와있습니다.
(별물님 화나면 아랫입술이 저렇게 나온단.. ㅡ.ㅡ)
마취 후유증으로 약간 체온도 올라있는 상태라 얼굴도 상기되어 있군요.




소윤이를 달래주기 위해 복도에서 이렇게 휠체어를 밀어주며 왔다갔다 했습니다.
별물님 표정이 그리 좋지 않아보입니다. 그러면서도 사진 찍으라고 저를 부르더란.. ㅡ.ㅡ
전날밤 부터 금식을 한데다, 마취 깨면서 몸부림을 치느라 체력이 바닥났는지
한 30분쯤 태워주니 잠이 들어버렸습니다.




수술장에서 돌아온 후 3시간이 지났습니다.
유동식은 먹어도 좋다길래, 병원에 미리 받아두었던 죽을 먹였습니다.
생선 반찬이랑 물김치랑 달걀찜이랑 아주 맛있게 잘 받아먹더군요.
살짝 한두번 눈을 뜨고는 눈이 아파서 겁이 났는지 한동안 눈을 뜨지 않았습니다.




저녁식사 후에는 눈도 뜨고 화장실도 가고 병실 의자에 앉아 TV도 보더군요.
엄마아빠가 늦은 저녁식사를 하니 옆에서 김에 밥 싸달라 해서 또 먹는 모습입니다.




기분이 좀 나아졌는지 이렇게 포즈도 취해주었습니다.









이번으로 족합니다. 이제 수술 할 일 없었으면 좋겠네요.


색감 및 노출보정. 리사이즈.

2008.12.26 중앙대병원(흑석)



★ Esther님의 팝코 앨범 ★
https://photo.popco.net/1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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