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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거래 이야기

소화기 | 06-11 02:30 | 조회수 : 1,695

자조 섞인 푸념입니다. 길고 기니 심심하시다면 읽어주세요^^



1.

취미 주제에 카메라는 이것저것 많이 씁니다.

전날 저녁에 사 왔던 렌즈를 밤늦게 다시 보는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어디에 더 올라온 매물이 없는 것이라 심리적으로 쫓겨 있어서 그냥 줏어왔던 것이 화근이었네요.

거래하면서 살펴볼 때도 문제를 약간 감지하긴 했으나 정상 범위일 거라고 마음속으로 주문을 겁니다.

집에 와서 다시 찬찬히 보는데 역시나 손떨림 방지 모듈이 정상이 아니네요. 뷰파인더와 라이브 뷰 화면이 덜컹덜컹합니다.

렌즈를 흔들어봤습니다. 모듈을 고려하더라도 좀 더 많이 붕 떠서 덜컹거리는 느낌.

판매자에게 연락을 했습니다. 저도 멍청하죠 이미 강을 건넜는데.

우선은 이 문제를 인지하고 있는지가 궁금했습니다.

자고 일어나 아침에 연락이 옵니다. 고장? 그럴 리가 없다고 하네요. 고장이 있다면 니가 가져가다가 낙하한 것 아니냐.

파우치에 넣어서, 박스에 다시 넣고 안전하게 가져왔습니다. 1시간도 안 되는 귀갓길. 저는 결백하지만 증명할 길은 없네요.

지난주 웨딩 사진 찍은 샘플을 보여주며 전혀 문제없었다 말합니다. 센터에 점검 맡긴다 하니 연락을 달라고 합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손떨림 방지 모듈이 작동은 합니다. 손떨방은 작동을 하는데요,

그 모듈을 붙잡는 락킹이 안 되는 고장. 수리비는 19만원...

외에도 연식에 따른 문제들로 수리 견적은 더 나왔으나 저것만 수리받기로 하고 접수합니다.

판매자에게 연락을 했습니다. 믿을 수 없다고 부정하네요. 다른 곳에서도 점검을 받아 보라고.

견적서 사진을 보여달라 하여 메일을 보냅니다. 확인해달라는 저의 문자가 마지막입니다.


화가 나죠. 멍청한 저 스스로에게 나는 화가 더 큽니다. 한동안 중고 거래가 괜찮았어서 방심했었나 봅니다.

환불해줄 것도, 수리비를 대신 물어줄 가능성도 없는데 저는 왜 멍청하게 연락을 했는지도 모르겠고요. 하하

정말로 일주일 사이에 고장이 났을 수도 있고요,

모르는 상태로 사용했을 수도 있겠는데, 돈을 받고 사진을 하는 사람이 저런 상태의 장비를 사용하는 것도 웃기는 일이죠.

차라리 속였다는 배드엔딩이 된다면 속시원히 욕이라도 할 수 있는데 말입니다.

제가 이렇게 한 쪽 시선이듯, 반대편도 한 쪽 시선이겠죠? 뭐가 진실인지 영영 모르게 되는 게 답답하네요.

안전한 직거래. 선호하고 많이 했지만 어찌 보면 직거래만큼 구매자에게 가혹한 상황도 없는 것 같습니다.

거래가 끝나면 판매자에게 책임을 묻기가 어려우니까요. 스스로 더 많이 알고 깐깐해지는 걸 두려워하면 안 될 것 같습니다.



2.

처분할 렌즈가 있어서 이번엔 판매자가 됩니다.

시장 가격과 제 물건 상태를 고려해서 가격을 정해 올립니다.

다짜고짜 네고부터 가능하냐고 묻는 분, 이번에도 있습니다. 안 되면 말고.

죄송합니다 거래 안 해요. 웬만하면 커피값 정도 알아서 빼드리는 편입니다 만나서요.

거래 가능하신 분과 약속을 잡았는데 또 다른 분에게 연락이 옵니다.

거래 중인데 불발되면 말씀드릴게요- 그랬더니 다음 문자가

"전에 저한테 70디 매너좋게 판매하셨던 분이시네요. 스르륵에 메모해놓았던 것에 그 내용이 떠서 판매 가능하신지 문자드려봤습니다.^^"

민망하지만 내용 그대로 적습니다. 그게 언제 적인지... 2년도 훌쩍 넘었네요.

불공평한 방법이지만 선 예약자 분에게, 문제가 생겨 거래 불가능함 양해를 부탁드리고

70디님과 거래하는 것은 어떠냐고 여쭤봅니다. 괜찮다고 하시네요.

사실 얼굴조차 기억이 나지 않아 한번 뵙고 싶었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거래는 선 예약자 분과 그대로 합니다.


뜻하지 않게 기억해주시는 분이 계서서 감사하네요.

네, 1번에서 징징댄 이미지 회복하려고 적는 사연입니다.

중고 거래할 때 우연하게 같은 사람과 다시 거래를 한 적, 사실 예전에도 한 번 있었습니다. WoW



3.

처분할 렌즈가 하나 더 남았습니다.

멀리서부터 대중교통으로 오신다 하여 환승하기 괜찮은 역까지 마중을 나갔습니다.

날이 덥죠. 생과일쥬스를 약속 시간에 맞춰 사 갔습니다. 물론 아까 2번 님에게도요.

여친 렌즈 아니냐고 좋아하십니다. 여자 친구 찍어주시려나 보네요. 갑자기 우울해졌습니다.

카메라를 많이 사용해본 분은 아니신듯 이것저것 물어봅니다. 풋풋하세요.

아는 선까지 알려드리고 나니 저도 처음 사진 찍던 시절이 생각났습니다. 괜히 미소가 번집니다.

음료까지 건네고 인사드립니다. 돌아서서 몇 걸음 걷는데 문자가 오네요.

"와주신 배려도 감사드리고 시원하게 돌아갈 수 있게 해주신 것도 감사드립니다~ 늘 평안하시고 !#@$@$^@$%^...중략.."

아이고 별것 아닌데 이렇게까지, 제가 더 감사한 마음을 받고 가네요.

거래하고 감사 인사를 마지막으로 한 게 언제인지. 많은 걸 생각하게 됐습니다.

지금까지 왔던 문자들에 판매 완료 양해의 답장을 전송하고 마지막 턴을 종료합니다.





이상이 어제 하루에 있었던 일입니다.

여기저기 뛰어다니느라 육수도 많이 흘리고 기분도 널뛰기를 했네요;

재밌는 게 파나소닉 카메라는 적응하려고 잠깐 썼던 것을 제외하고는 전부 새것으로 구매를 했더라는.

감가 폭을 생각하면 중고 거래도 괜찮은데 필요할 때 매물이 잘 없어서 그랬나 봅니다.

바디 하나와 렌즈 세 개를 쓰고 있는데, 그나마 바디를 중고로 다운그레이드 하면서

파나동의 굇수님과 거래를 했던 기억이 나네요. 제가 이렇게 눈팅하고 있습니다 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





중고거래 해도 해도 참 힘드네요.

재미없이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소화기님의 팝코 앨범 ★
https://photo.popco.net/54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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